평일 요리 클래스는 수강생이 부족할 경우 열리지 않는다.(당연한 거다) 사실 평일 저녁에 시간을 내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그리 녹록지 않은 일이다. 특히 직장인들이라면 하루종일 회사에서 시달린 후에 지친 몸을 이끌고 또 다른 활동을 한다는 게 참 고단한 일인지라 평일 클래스가 열리지 않는다는 공지를 받아도 그리 서운한 마음은 없었다. 학원 강사님은 무척이나 미안해하셨지만. 그렇게 수업이 없는 약 2주 동안 그전에 배운 것을 까먹을세라 오징어볶음을 복습해 보았다.
겨우 3번의 수업을 들었을 뿐이지만 직접 요리를 해보며 느낀 건 재료 준비가 요리의 70%쯤 된다는 것이었다. 오징어볶음만 해도 그랬다. 마을버스를 타고 망원시장에 가서 사 온 오징어의 껍질을 벗기고 입을 떼내고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양파와 대파 역시 씻고 썰어서 따로 그릇에 담는다. 이 과정까지 마쳤으면 그 후의 시간은 술술 흘러간다. 양파를 볶고, 그 위에 오징어를 넣어 볶고, 양념들을 정량대로 넣고, 대파를(이번 선거판을 뒤흔들었던 그 대파!!) 넣어서 볶으면 그것으로 마무리. 요리하는 건 몇시간인데 먹는 데는 30분도 안 걸리는 게 허무하다는 와이프의 말은 결코 푸념만이 아니었다.
과정은 이토록 단순하지만, 그 뒤에는 많은 노력이 숨어있었다
재료손질을 마치며 손을 씻고 무심코 손냄새를 맡다가 멈칫했다.
이 냄새를 어디서 맡았더라...
그러다 생각이 난 건 어린 시절 맡았던 엄마의 손냄새였다. 엄마가 귀를 파줄 때나 엄마 무릎에 누웠을 때 엄마 손에서 나던 습기 머금은 비린내. 아마 그날도 엄마는 부엌에서 오징어 껍질을 벗기셨거나 생선을 만지신 게 아니었을까. 아니면 우리 식구들 먹일 음식을 수없이 하면서 손에 배어버린 냄새일지도 모르겠다. 추억을 환기시키는 가장 강력한 기제가 냄새라고 했던가. 내 손에서 나는 엄마의 그 손냄새를 맡으며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내가 수업을 들으며 익힌 요리를 엄마는 그저 다섯 식구 배를 채우기 위해 생활 속에서 체득하셨겠지. 그걸 우린 얼마나 맛있게 먹었었던가.
그저 지금까지와는 좀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에 배운 요리를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생각의 대부분은 내 혀를 즐겁게 해 주고 배를 채워주는 음식을 만들어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인 것 같다. 그동안 날 키우기 위한 음식을 만드셨던 엄마, 내가 퇴근하고 올 때마다 저녁은 뭘 할지 고민하는 와이프, 내게 요리는 결코 어려운 게 아니고 즐겁기까지 하다는 걸 가르쳐주고 있는 요리학원 강사님, 그리고 매일 점심시간 내 주문을 받고 일용할 양식을 만들어주시는 식당 직원들한테까지. 아,,, 먹는다는 것의 힘은 이렇게도 강렬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