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데파페페(Depapepe)의 'One' 을 배우기 시작했다. 새로운 레슨 선생님과 앞으로의 교육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연주하고 싶은 곡이 있냐는 질문에 대뜸 데파페페의 곡을 쳐보고 싶단 대답이 튀어나온 게 발단이었다. 사실 내가 생각한 곡은 평소 즐겨 듣던(그리고 연주하기 그나마 쉬울 것 같은) '좋은날이었어(いい日だったね)' 였지만, 그 다음주에 선생님은 'One' 의 악보를 출력해 오셨다. 도입부의 잔잔한 멜로디 이후 터지는 엄청난 스트로크의 향연에 입이 벌어졌으나 선생님의 한마디에 이내 입을 다물었다.
데파페페 곡 중에 그나마 쉬운 곡이라서 갖고 와 봤어요
네?
그렇게 난 데파페페의 세계에 겁 없이, 아니 사실 덜덜 떨며 뛰어들었고, 덕분에 요즘 'One' 의 경쾌한 멜로디를 수없이 들으며 정말 신나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아... 이 노래가 이렇게 좋았던가?
데파페페라는 듀오를 모르는 사람들도 그들의 음악은 한 번은 들어봤을 거다. 'Over the sea'는 현재 MBC 라디오 '날씨와 생활' 의 BGM으로 쓰이고 있고, 위에서 언급한 '좋은 날이었어(いい日だったね)'는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 삽입되는 등 많은 노래들이 대중매체에서 배경음악으로 많이 쓰이니까. 두 대의 기타가 멜로디와 스트로크를 서로 교차해 가며 만들어 내는 하모니는 정말 환상적이라는 말 밖에는 딱히 표현할 길이 없다.
데파페페 곡들의 미덕은 서로의 연주를 받쳐주는 찰떡같은 호흡에 있다. 한 명이 스트로크로 노래의 밑바탕을 스케치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이 멜로디로 그 위에 예쁘게 그림을 그린다. 그러다 어떤 구간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역할을 바꿔 연주를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 서로를 믿는다는 것, 호흡을 맞춘다는 것이 어떤 건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기타 두대로 웬만한 밴드 사운드 못지않은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비결도 바로 미우라와 도쿠오카의 신뢰에 기반한 완벽한 호흡 때문이 아닐까.
시간이 흐르고 할아버지가 되어서 데파페페의 곡을 기타로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우연히 합주의 기회가 생겨 어린친구의 연주를 옆에서 도와주는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을. 그 친구가 현란하게 스트로크를 치면 멜로디를 입혀주고, 스트로크에 지칠 때쯤 스트로크를 이어받아주고 멜로디 연주로 숨을 돌리게 해주는 그런 어르신은 얼마나 멋있을까. 어쩌면 사회에서의 어른의 역할이란 것도 이젠 주연의 자리에서 물러나 젊은 사람들이 훨훨 날아다닐 수 있게 해주는 조력자의 모습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오프닝 멜로디 파트를 겨우 외우고 이제 본격적으로 스트로크를 연습해야 하는데 갈 길이 너무 멀다. 깔끔한 커팅과 뮤트를 과연 흉내나 낼 수 있을지 막막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곡을 연주하는 시간 내내 즐거울 것 같다. 분명 언젠간 완곡의 시간이 올 것이고, 그럼 또 한 번 스스로에게 흐뭇할 수 있을 테니까.
이 곡을 연습하며 그랩더기타와 신은비 님의 유튜브를 많이 보고 있는데, 특히 신은비 님이 찍은 이 영상을 보며 정말 큰 힘과 감동을 받았다.(신은비 님의 영상은 늘 보는 사람들에게 무한긍정의 힘을 안겨준다) 어쩜 이렇게 어깨까지 들썩여가며 흥겹게 기타 연주를 할 수 있을까. 오늘은 원곡 대신 신은비 님 유튜브 영상을 링크해 보며 마무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