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동차라든지 악기, 검도장비 등 내가 평소에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서 큰 욕심이 없는 편이다. 소위 가성비 좋은 물건을 구입해 고장이 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쓰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건 물론 내가 소위 '하이엔드' 라는 장비를 여유 있게 살만한 형편이 아니기도 하지만, 그런 소비가 나에게 엄청난 만족감을 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동차도 어느덧 산 지 햇수로 10년이 되었고, 검도 호구도 동아리방에 방치되어 있던 쓸만한 것을 YB들에게 중고값을 주고 가져와 약 10년째 쓰고 있지만 딱히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다만, 호구는 이제 수명이 다해가는 게 느껴지고 있어 고민은 된다)
정작 날 미치게 하는 물건들은 따로 있다. 저런 메인장비를 꾸며주거나 보조해 주는 역할인 액세서리들이다. 자동차보다는 춘식이 자동차 방향제가 날 더 흥분시키고, 검도 호구보다는 호면 안에 쓰는 면수건이나 호면끈을 거는 호면가죽을 바꾸며 뿌듯함이 느껴지니 말이다. 기타 역시 마찬가지다. 기타 치는 사람들의 로망인 마틴, 깁슨. 테일러 등의 고가 브랜드(루씨어들이 만드는 수제 기타의 세계는 논외로 하자)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기타 액세서리, 특히 카포 욕심은 버릴 수가 없다.
카포는 기타에서 조옮김을 해주는 집게 모양의 도구다. 기능으로만 본다면 여섯 줄을 고르게 잡아주는 역할만 하면 되지만, 버징이 생기지 않도록 지판 곡률을 감안하여 고르게 잡아줘야 하기 때문에 기타 살 때 사은품으로 끼워주는 카포보다는 더 좋은(=비싼) 카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던가. 어떤 액세서리든 결국은 예쁘고 멋진 것을 찾게 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지만, 집게 모양의 카포에서는 그런 특별함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기타유저들의 마음을 파고든 게 바로 탈리아 카포다.
일반 카포보다 대여섯 배는 비싼 탈리아 카포를 사는 건 경제적으로 보면 매우 비합리적인 소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합리를 무릅쓴 소비를 하는 이유는 결국 마음을 뒤흔드는 디자인이다. 민들레 줄기에서 떨어져 나온 홀씨가 음표가 되어 흩날리는 저 문양에 홀려서였을까. 무려리미티드 에디션이란 타이틀을 달고 나온 저 카포의 구매 버튼을 선뜻 눌렀던 것은. 기타에 저 민들레홀씨 카포를 끼고 줄을 튕겨보니 마음에 봄이 온 것처럼 따뜻함이 느껴졌다. 물론 자기만족이겠지만.
민들레홀씨가 음표로 바뀌는 마술
마침 민들레홀씨가 예쁘게 맺히기 시작한 계절이다. 곧 있으면 그 홀씨들이 여기저기 떠다니며 사람들의 마음을 간지럽히겠지. 아직은 서투른 내 손가락이 연주하는 멜로디가 언젠가는 다듬어지고 정제되어 저 민들레홀씨처럼 살랑살랑 날아다니며 누군가의 귀와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있으면 좋겠다. 들을 때마다 애잔하게 마음을 흔드는 우효의 '민들레' 처럼. 음악과 관련한 취미를 가진다는 것은 참 복 받은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