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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Mar 25. 2024

텐션코드 같은 뮤지션

김수영, 무심함 뒤에 가려진 섬세함

1년 넘게 날 가르쳤던 기타 선생님이 학원을 그만두셨다.(새로운 길을 진심 응원합니다!!!) 요즘 회사 일에 살짝 치이기도 했고, 그동안 배웠던 것도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3월은 레슨을 멈추고 혼자 연습 중인데, 최근 연습 중인 곡은 김수영 버전의 '그대 내게 다시' 다.


변진섭의 원곡이 워낙 좋은 탓에 김건모, 럼블피쉬 등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나 커버를 한 명곡이지만, 난 김수영이 기타 하나 목소리 하나로 부르는 커버 버전에 완전히 빠져 있다. 악보를 구하고 연습을 시작했지만, 문제가 있다. 코드가 쉽지 않아 연주를 따라 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동안 배운 게 있어서 더듬더듬 따라가곤 있지만, 평소 자주 접하는 코드들이 아니라 진도 나가기가 영 어렵다.


네... 코드 속을 헤매입니다...(서경록님 악보 발췌)


김수영은 노래를 참 쉽게 부르는 듯 보이는 가수다. 당연히 노래를 부르는 일이 쉬울 리가 없지만, 그녀의 담담한 표정과 목소리가 청중들로 하여금 그렇게 느끼도록 해준다. '싱어게인 3' 에서 김이나 작사가가 그녀를 T형 가수라 평한 것도 아마 그런 맥락이었을 것이다. 담담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다 감정이 고조되면 눈을 감고 코를 살짝 찡긋하는 정도의 절제된 감정 표현이 그녀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매력이다.


특유의 무심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김수영의 노래에서 살짝 묘하고 긴장감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녀의 기타 연주에 텐션코드와 특수코드가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인 듯하다.(텐션코드는 곡에 긴장감을 줍니다) 일반인들은 손가락 모양도 흉내내기 어려운 코드들을 쉴 새 없이 바꿔가며 멜로디를 변주하고 그 와중에 노래까지 깔끔하게 부르는 김수영의 모습을 보면, 저 덤덤한 표정 속에 얼마나 많은 감정과 열정이 숨어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해도 그런 경지에 다다르기까지 수없이 반복했을 연습량이 짐작이 되기 때문이다.


그녀가 '싱어게인 3' 마지막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르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을 보며, 겉으로 보이는 무심함 뒤에 가려져 있던 섬세함과 열망이 느껴져 마음이 뭉클해졌다. 프로답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사람들도 멋지지만, 노래를 부르는 당시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도 흠은 아니지 않을까. 남들보다 좀 더 예민한 감수성과 감정선으로 작품을 만들고 공연을 하는 가수들에겐 말이다. 꽤 오래전... 이소라가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제발' 을 부르다 흐느꼈던 것처럼. 물론 개인적인 감상이다.




예전부터 유튜브와 음원을 통해 그녀의 팬이었던 입장에서, 이번에 싱어게인을 통해 많은 인기를 얻게 된 게 참 좋으면서도 나만 알던 스타를 빼앗긴 것 같은 아쉬움도 든다. 몇 년 전 'Folk us' 라는 어쿠스틱기타 오디션 방송에서 윤상의 '넌 쉽게 말했지만' 을 정말 기가 막히게 부르던 앳된 가수가, 이젠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뮤지션으로 올라선 것 같아 삼촌팬으로서 느끼는 흐뭇함이 더 크지만.


내가 좋아하는 김수영의 노래 '더 나은 사람' 처럼, 그녀가 앞으로 계속 더 좋은 뮤지션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녀의 기타 하나, 목소리 하나로 이루어진 노래들을 들으며 마음에 위안을 얻었듯, 더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노래에 울고 웃는 날이 오길 바라며. 그리고 이번 주엔 꼭... '그대 내게 다시' 를 암보하고 손에 익혀봐야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3XAhnv1FPq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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