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옮김하듯 삶의 방향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얼마 전 학원 공연을 준비할 때 원곡과 보컬분의 음정에 차이가 있어, 카포를 끼워 곡의 키를 조정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인생의 키도 이렇게 쉽게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려 석 달 전에 떠오른 저 사소한 생각을 참 늦게도 글로 옮겨 쓰게 됐다.
한 때 20~30대 공시생들이 주를 이루던 노량진 고시촌을 50~60대 노년층이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뉴스를 보며,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고된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 그저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는데 퇴직 후의 녹록지 않은 생계의 벽을 마주했을 때의 그 절망감은 얼마나 큰 것일까. 인생 이모작을 위해 준비해 놓은 것은 없고, 그때서야 부랴부랴 학원을 등록해서 자격증을 따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게 한국 중장년층의 현실이다. 회사동료들이나 친구들과 만나면 '플랜B'는 있냐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하는 것도 내 또래들이 겪는 불안의 증거다.
기타의 세계에는 참 다행히도 조옮김에 대한 고민을 한 번에 타개해 주는 카포(capo)라는 구원자가 있다. 전조를 하면 바뀐 키에 맞는 코드를 다시 생각해서 잡아야 하는 고행을, 카포라는 집게를 특정 프렛에 똭 끼우면 원래 코드 모양으로 연주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의 도구인 셈이다. (물론 카포는 곡 중간에 전조가 일어난 경우에 사용하기가 매우 까다롭지만,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는 글라이더 카포도 있다.) 우리의 삶이 음악과 비슷하다면, 인생의 방향을 조금 더 수월하게 바꿔줄 카포 같은 존재도 있지 않을까. 그게 주변의 좋은 사람이든, 지금은 별게 아닌 것 같아도 우리가 꾸준히 하고 있는 어떤 것이든 말이다.
내 인생의 키를 쉽게 바꿔줄 카포를 찾을 수 없다면 결국 부단히 노력해서 카포 없는 전조를 할 수밖에 없겠지. 앞으로의 인생에 조옮김이 필요하다면 난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해낼 수 있을까. 이제 정말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불안해지기 시작한 요즘이다. 물론 그래도 난 계속 기타를 치겠지만ㅎ
https://youtu.be/Dic27EnDDls?si=Z8kwD0w4Lae91UW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