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dioholic Sep 01. 2024

C코드가 말했다

기본은 지키라고

기타의 C코드는 도, 미, 솔 세 개의 음정으로 화음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코드다. 사실 우린 어린 시절부터 C코드에 익숙해져 있었다. 어린 시절 배웠던 동요를 생각해 보자.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로 시작하던 '똑같아요' 의 계이름은 '도미솔 도미솔 라라라솔~'로 시작했고, '나비야' 역시 '솔미미 파레레 도레미파솔솔솔~' 로 시작하지 않았던가.


기타를 처음 배우게 되면 가장 먼저 배우는 코드 역시 보통은 C코드다. 어떤 용기 있는 선생님이 갑자기 1 프렛에 바(bar) 모양으로 손가락을 짚으며 F코드부터 가르쳐주진 않으실 테니까. 도미솔 세 음으로 구성된 C코드를 짚고 가볍게 기타줄을 긁으면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기분 좋은 소리가 들려온다. 기타는 C코드만으로도 이렇게 좋은 소리가 나며, 앞으로도 그렇게 어렵진 않게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일종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우리는 이후 많은 고민과 고통을 감내하며 기타 배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C코드는 유혹한다. 기타 그거 별 거 아니라고. 하지만...


저렇게 검지, 중지, 약지 세 손가락을 5번, 3번, 2번 줄에 각각 사뿐히 짚기만 하면 되므로 운지법도 어렵지 않아 C코드를 쉬운 코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C코드는 그리 녹록한 코드가 아니다. C코드를 군더더기 없이 예쁜 소리로 연주하기가 의외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주 중에 C코드를 단숨에 짚고 그 코드가 지닌 음들을 깔끔하게 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손가락이 다른 줄에 닿아 소리가 나지 않거나, 묵음 처리해야 할 6번 줄의 소리가 나거나 하면 듣기에 그리 유쾌하지 않은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일단 저 C코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비슷한 난이도의 E코드나 A코드도 칠 수 있게 되고, 그 코드들을 사용해 연주할 수 있는 곡들이 생기면서 나도 이제 기타를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살짝 붙게 된다. 그렇게 단계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며 마침내 F코드를 위시한 하이코드에도 도전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은, 마치 게임을 하며 레벨업하는 듯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물론 중간중간 위기도 있겠지만, 기초를 꾸준히 성실히 닦아온 사람들은 결국 그것을 넘어서고야 말더라.


물론 이런 C코드도 있지만... 이 역시 넘어설 수 있겠죠?;;


기본이 된다는 것과 쉽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다. 사람들을 만나면 인사를 해야 하고, 타인에겐 친절한 태도를 가져야 하며, 약한 사람은 돌봐줘야 하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기본자세이지만, 이걸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다. 그것이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쉽지 않고 귀찮기 때문이다. '굳이 그거 안해도 큰 문제 없잖아?' 라는 생각에 기본을 건너뛰게 되면 당장은 편하고 남들보다 더 앞서갈 수 있을지 몰라도, 언젠가 어느 순간엔가는 반드시 벽에 마주치게 된다. 그 시기가 생각보다 좀 늦게 올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으로서, 동료로서, 함께 지내는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윤리나 예절을 지키지 않고 우릴 괴롭게 하는 이들은 늘 존재한다. 소위 '능력주의' 를 앞세우며 살짝 늦은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몰아붙이는 그런 이들은 정작 인간이 지녀야 할 기초 소양조차 지니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 당장 화려해 보이고 먹히는 잔재주로 주변을 현혹하는 이들이 지금 당장은 득세할지 몰라도, 언젠가는 그 실체가 탄로 나는 것을 우린 여러 매체를 통해서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C코드는 우리에게 말한다. 일단 기본이나 잘하라고. 그저 하찮아 보이고 귀찮다고, 지금 당장 딱히 도움이 되어 보이지 않는다고 기본을 무시하지 말고,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꾸준히 지키면서 가보라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훌쩍 성장해 있는 스스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아주 어렵진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쉽지도 않은 C코드를 무리 없이 아주 깔끔하게 연주할 수 있는 날이 오면, 그땐 나도 내가 기타 좀 친다고 어디 가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도 미 솔 도~♪



매거진의 이전글 음악이 더 좋아졌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