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배우고 아주 가끔씩 학원 수강생들끼리 모여 공연을 하면서 얻게 된 것은 음악에 대한 애정과 음악인들에 대한 경외감이다. 대체 이 사람들은 이런 음악을 어떻게 만들고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것일까. 이번 학원 공연을 위해 한 곡을 가지고 4~5개월을 붙들고 연습을 했음에도 결코 완벽하게 소화할 수가 없다는 것을 느낄 때면, 대체 프로 뮤지션들은 어느 정도의 노력을 통해 음악을 업으로 삼게 되었는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게 된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다른 팀들이 연습하는 곡들을 보고 들으며 마음 한켠이 찡해지는 감정을 여러 번 경험했다. 다들 음악이 아닌 다른 일을 하면서도 무대에서 한 곡을 연주하거나 부르기 위해서 틈틈이 시간을 쪼개어가며늦은밤까지 연습하고, 연습실 안에서 한숨을 쉬거나 머리를 싸매고 괴로워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함께 전투를 준비하는 동지애 같은 마음이 들었다. 공연이란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공연장에 대해 느끼는 공포란 정말 무서운 것이니까. 그렇게 공연에 올릴 곡이 점점 완성되어 가는 것을 보고 들으면 그 노력에 대한 감탄과 함께 나도 그 음악이 점점 좋아지곤 했다.
3주에 걸쳐 네 번의 리허설을 했고, 리허설 때마다 두 바퀴씩을 돌았다. 리허설은 늘 남들 앞에서 벌거벗은 기분이었다. 그토록 반복해서 연습했던 구간들이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땐 왜 그리도 자꾸 틀리는 것이며, 왜 한 번도 안 틀리던 부분에서 삐끗하는 것일까.(결국은 다 엉망이었던 셈이다) 이 놈의 손가락은 왜 자꾸만 덜덜 떨리는 것이고, 슬라이딩을 하면 엉뚱한 곳으로 손가락이 미끄러져 나가는 것인지. 나라는 인간이 도대체 왜 이 모양인지를 확인하는 시간이 바로 리허설이었다. 리허설을 마치면 또다시 괴로워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고 위로를 나누면서 마침내 공연날이 왔다.
우리가 공연했던 문래재즈IN
결론적으로 공연은 만족스러웠다. 다들 리허설 때보다 훨씬 좋은 연주와 노래를 보여줬고, 관객분들도 아마추어들의 공연에서 프로의 수준을 기대하진 않았을테니, 어느 정도의 실수나 미숙함은 박수와 너그러운 미소로 넘겨주면서 공연을 따뜻하게 완성시켜 주었다. 우리끼리는 서로 무대 체질인데 엄살을 부린거 아니냐고 장난 섞인 격려를 던지며 그렇게 약 반년 간 준비한 공연이 끝이 났다. 내 개인곡 연주는 많이 아쉬웠지만 치명적인 실수가 없었던 것에 안도했고, 무엇보다 합주에서 보컬분의 무대를 망가뜨리지 않은 것에 감사했다. 일에 쫓기면서도 정말 힘들게 노래 연습하는 걸 본 입장에서 마음의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공연 준비를 하면서 언제부턴가 좋은 노래를 들으면 울컥하는 감정이 늘었다. 그 곡을 만들고 연주하기 위해 들였을 음악가들의 고민과 노력이 어렴풋하게나마 느껴졌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만들어진 곡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이렇게 자기 시간과 열정을 들여가며 그 곡을 커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까. 나이가 들면 귀가 먼저 보수적이 되어간다고 하는데 다행히 기타를 배우고 다양한노래를 접하게 되면서 예전보다 귀가 더 열리는 느낌이다. 이게 악기를 배워서 좋은 점이다.
이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공연 준비한다고 잠시 느슨하게 놓았던 운동도, 요리도 다시 시작 해야겠다. 물론 다음 주에도 기타 레슨은 잡아 놨지만. 암튼... 아직 공연의 여운이 살아 있지만, 이젠 몇 개월 동안 나를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던 Depapepe의 'One' 을 놓아줘야지. 덕분에 기타가 많이 늘었고 음악이 더 좋아졌어요 Depape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