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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Aug 09. 2024

기타에 백스페이스는 없지만...

누구나 실수는 하니까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조용한 사무실 안에서 주변 사람들의 타이핑 소리만 사방에서 들려올 때가 있다. 그중엔 물론 열심히 업무 문서를 작성하는 소리도 있고, 다른 누군가와 열을 올려 메신저 대화를 입력하는 소리도 있다.(같은 키보드 소리라도 그 두 가지는 명확히 구분된다. 아주 신기하게도) 이렇게 우리는 일이나 과제, 메시징의 목적으로 하루의 상당시간을 키보드를 두드리며 시간을 보낸다.

 

어떤 타이핑이든 공통점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백스페이스를 타다닥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키보드를 다루는 게 마치 숟가락 다루는 것처럼 너무나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오타는 늘 발생하고, 그걸 수정하기 위해 백스페이스를 꽤나 많이 치게 된다. 매일 하루종일 다루는 키보드도 오타가 나는데 하물며 하루에 30분 잡을까 말까 한 악기 연주는 오죽할까.


나는 누군가의 앞에서 무언가를 할 때 상당히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그게 다수일 경우엔 당연히 긴장의 강도도 올라가기 마련이고. 중학교 때만 해도 선생님들이 나와서 노래 좀 해보라고 하면 주저 없이 꽥꽥 소리 지르며 노래했던 까불이가, 언젠가부터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주저하게 되는 소심이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사람들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무언가를 거리낌 없이 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한없이 부러워지곤 한다.


작년 학원 공연을 앞두고 학원 안에서 진행한 세 번의 리허설을 사람들 앞에서 모두 실패했을 때는 뭐랄까... 정말 학원 벽을 뚫고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좌절했더랬다. 다행히 본 공연을 어찌어찌 넘어가긴 했지만 아직도 사람들 앞에서 손을 덜덜 떨다가 리허설을 중단해야 했던 기억은 약간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 후로 다신 공연을 안 나가겠다고 다짐했는데... 딱 1년의 시간이 지나고 난 오늘 또 공연을 위한 리허설에 참가한다. 이게 뭐지.


이게 벌써 작년이었네...


나는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도 아니고 그저 기타를 취미생활로 하는 아저씨인데도 왜 공연을 즐기지 못하는 걸까. 내가 치는 멜로디를 앰프를 통해 들었을 때 그 날것의 벌거벗은 느낌은 작년 리허설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왜 나는 나에게 이토록 관대하지 못한 것인지. 당연히 프로가 아닌 나의 연주실력은 매우 어설프다는 걸 전제하고 있음에도, 나의 그 어설픔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결국 즐기지 못한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비록 기타에 백스페이스키는 없지만, 연주 중 나오는 그 실수마저도 자연스러운 연주의 일부가 아닐까.




오늘도 난 사람들 앞에서 손을 떨 것이고, 연습 때는 안 하던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작년처럼 또 손을 멈출지도 모르지. 하지만... 실수해도 괜찮다는 것을, 음이탈이 나고 우스운 소리가 나도 세상은 망하지 않으며  인생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내 스스로가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서 조금씩 좋아진다는 걸 이미 겪어봤으니 말이다.


바램이 있다면 이번 공연에 연주할 두 곡 중 내 개인 연주곡은 살짝 실수가 있더라도, 반주곡은 큰 탈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반주가 기타 하나뿐인 데다 보컬분이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걸 보고 있기 때문에. 아마추어들의 취미 공연이지만, 그것을 준비하는 이들의 마음만큼은 너무나 진심이다. 부디 이번 공연도 모두가 연습한 만큼 만족하며 마치길 바라며.


https://youtu.be/fsigYmDuB9Y?si=2f-OqTAAhF35WQBe

이번 공연 반주곡. 노래가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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