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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Oct 23. 2024

기타 줄 위에 민들레가 피었다

Dandelion을 연주하는 날이 오다니...

나는 민들레가 좋다. 민들레라는 단어의 어감이 주는 소박하고 부드러운 느낌 때문만은 아니다. 하얗고 포실포실하게 뭉쳐 언제든 날릴 준비가 되어 있는 민들레 홀씨도 좋고, 소담하게 곳곳에 피어있는 노란색 민들레꽃의 정취도 좋다. 비록 고향이 서울이지만, 없는 시골집 고향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그런 정서랄까. 민들레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박하면서도 무해한 존재 사랑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탓일까. 민들레를 다룬 노래들이 유난히 많다. 박미경이 부른 '민들레 홀씨되어' 부터 우효가 부른 '민들레' 까지 시대를 초월하여 민들레는 여러 사람들의 입으로 불려지며 노래가 되었다. 왜 민들레가 들어간 노래들은 그다지도 마음을 아련하게 만드는 것인지. 그 많은 민들레 송들 중에서 내가 아주 예전부터 마음에 담아두었던 노래가 있었으니, 바로 'Dandelion' 이라는 기타 연주곡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본의 기타리스트 Masaaki Kishibe가 만든 이 곡은 핑거스타일 기타를 연습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은 연주하고 싶어 하는 플레이리스트 곡 중 하나다. 복잡하지 않은 멜로디 속에서 끊이지 않는 이어지는 탄현의 울림이 마음속에 깊은 여운을 남기는 그런 곡이랄까. 언뜻 듣기에 그렇게 어렵다고 느껴지지 않음에도 선뜻 이 곡에 손을 대지 못했던 건 Kishibe 특유의 그 은은한 서스테인을 따라 할 엄두가 잘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타 선생님이 다음 레슨곡을 물어보셨을 때 다른 노래와 고민하다가 끝내 Dandelion을 선택한 것은, 기왕 연주할 거면 제대로 배워서 멋지게 쳐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곡이니까.


이 곡은 특이하게 스탠더드 튜닝이 아닌 open D 튜닝으로 세팅을 해야 한다. 스탠더드 튜닝이 기타 초기세팅 그대로인 E-A-D-G-B-E 순으로 여섯 줄이 이루어졌다면, open D 튜닝은 D-A-D-F#-A-D로 줄 튜닝을 해야 한다.(이렇게 튜닝을 하면 여섯 줄이 자연스럽게 D코드의 음을 낸다) 이런 걸 모두 감안하여 곡을 만드는 기타리스트들의 음악적 지식은 대체 어디까지인 걸까.


Dandelion이라는 곡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멜로디의 서스테인이다. 각각의 음의 울림이 끊어지지 않고 지속되면서, 멜로디들이 중첩됨에 따른 입체감이 듣는 이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는 효과를 발휘한다. Kishibe의 곡들이 다른 핑거스타일 곡들에 비해 쉬워 보이면서도 결코 따라 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서스테인을 제대로 연주해 내기가 정말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울려야 할 부분이 뚝 끊길 때 그 없어 보임과 민망함이란...


기타줄 위에 민들레홀씨가 날리고 꽃이 피어난다




비싼 가격을 감내하며 민들레홀씨 카포를 샀던 이유도 바로 Dandelion을 연주할 때 저 카포를 끼우고 연주하는 로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로망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뭔가 벅찬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마도 특별히 좋은 일이 생기지 않는 일상에 설렘을 불어넣는 계기가 생겼기 때문인듯 하다. 기타를 계속 배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새로울 것 없는 중년 남자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 무언가를 계속 안겨주기 때문이 아닐까.


https://youtu.be/CC1aWRosWp8?si=7DpK2wDl5aChRjSH

나는 언제쯤 이렇게 우아한 연주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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