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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Nov 04. 2024

청춘

산울림의 '청춘', 그리고 우효의 '청춘' 사이에서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다는 이상은의 노랫말처럼, 청춘인 시절엔 정작 청춘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그 시기를 정신없이 보내기 바빠서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겪고 있는 순간이 좋은 시기인 건지, 다시 오지 않을 호시절인 것인지 느낄 겨를도 없이 지나간 그때를, 그 시간이 다 끝나고 난 후에 청춘이란 이름으로 그리워하는 것이 아닐까. 여름이 오면 절로 그리워지는 푸른 봄처럼.


그래서인지 '청춘'을 이야기하는 노래들엔 애조가 있다. 인생의 가장 찬란하고 빛나는 시절, 소위 화양연화라고 할 수 있는 그 시간을 노래함에도 분위기가 서글픈 것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란 것을 우린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젊은 시절의 싱싱한 모습과 예쁜 추억들은 물론이고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서투름과 실수, 혼란까지도 당시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임을 다 지나고 난 후에야 알게 되었을 때의 헛헛함이라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산울림의 '청춘' 속 가사를 들으면 마음이 먹먹해지곤 한다.


가고 없는 날들을 잡으려 잡으려 빈손짓에 슬퍼지면 /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
(산울림 '청춘' 中)


어젯밤엔 무슨 꿈을 꾸다 깼는지 놀란 마음을 쓸어내려야 했어요 / 손도 작은 내가 나를 달래고 나면 가끔은 눈물이 고여(우효 '청춘' 中)


산울림의 '청춘'이 그리움과 회한의 대상이라면, 우효의 '청춘'은 그 시절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의 고민과 혼란을 노래한다. '청춘은 기대만큼 설레지도 않고, 예상보다 훨씬 불안하게 느껴지는 시간인 것 같'다는 우효 자신의 곡 소개처럼, 청춘이란 시기를 힘겹게 보내는 젊은 사람들의 힘겨움이 담겨 있는 것 같아 노래를 들을 때마다 안쓰러움을 느낀다. 특히 '손도 작은 내가 나를 달래고 나면'이란 가사는 왜 그리도 애잔한 것인지.


푸른색인데 왜 우울함이 느껴지는 것일까


산울림으로 대변되는 예전 세대의 '청춘'은 그래도 생각해 보니 좋았던 시절의 상징이었다면, 우효가 대표하는 지금 세대의 '청춘'은 그저 불안과 고단함으로 기억될 것 같아 안타깝다. 예전에 비해 젊은 세대들의 삶이 더 팍팍해진 요즘, 현재의 삶이 언젠간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 청춘의 시기를 버겁게 돌파하는 것 같아서 그렇다. 한 때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책 제목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청춘이 꼭 아파야만 하는 것일까. 언젠가 청춘이란 게 다시 갈 수 없어 그립고 슬픈 시기가 되더라도, 그 시간 안에 있는 사람들만큼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https://youtu.be/cg6gfsdlzBQ?si=7T4FSn46BsHZvSGL


https://youtu.be/qv4tslDFnK8?si=MMopRTOD1xwcRM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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