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살 때 처음으로 바다를 만났지 내 맘을 보여줄 친구도 하나 없을 때 그 마음처럼 부서지는 흰 파도 속에서 힘없이 울고 있는 작은 나를 보았지 (오태호, '10년 후의 약속' 中)
중학교 1학년 때, 오태호 1집에 수록된 이 노래를 듣고 언젠가 꼭 바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그 후 내가 바다를 처음 본 게 열아홉 수능 마친 해였는지, 스무 살 겨울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바다를 처음 봤을 때의 벅찬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세상에 이렇게 광활한 공간이 오직 물로 채워져 있다니.
그 후로 바다에 갈 때마다 이 노래가 생각났다. 심지어 강원도 삼척 해안에서 군생활을 하면서 2년 2개월 내내 바다 내음을 맡으며 살 때도 내내 이 노래를 혼자 흥얼거렸지만 한 번도 질린적이 없었다. 얼마 전 제주의 해안을 거닐 때도 그랬다. 어찌 보면 이 노래는 나에겐 먼 추억의 상징과도 같은 그런 곡인 것 같다.
바다는 그냥... 언제나 신비로운 곳이었다
한 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세상에서 노래 제목처럼 10년 후를 약속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부질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10년 후엔 좀 더 좋은 모습일 거란 희망을 갖는 것은 살면서 큰 힘이 된다. 나도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10년이 지난 나는 뭔가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오늘 수능이라는 인생의 큰 산을 정말 힘들게 넘어선 어린 친구들에게 이 노래를 한 번 들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옛날 감성이 조금 오글거리고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분명 응원이 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니. 나처럼 바다에 가서 큰 힘을 얻고 오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내 인생 첫 바다 여행을 함께 하며 일출을 보겠다고 꼭두새벽부터 대포항 어느 빈 건물 안에서 덜덜 떨며 아침을 기다렸던 내 국민학교 동창 녀석들... 지금 비록 힘든 시기를 거치고 있을지라도 이 또한 지나갈 테니, 어디에 있든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