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나 없는 가을을 미워하지 말아요 우리는 흘러가고 나는 지금도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으니 (다린, '가을' 中)
봄을 이야기하는 노래에는 어떤 흥이란 게 존재한다. 당장 떠오르는 장범준의 '벚꽃엔딩'이라든지 로이킴의 '봄봄봄'만 생각해 봐도 그렇지 않나. 반면 가을을 소재로 한 노래는 대부분 서글픔과 허전함의 정서가 느껴지지 않던가. 하긴... 가을이라 신난다고 방방 뜨는 노래도 이상하긴 하겠다.
난 다린의 목소리가 너무 좋다. '너무'란 수식어는 부정의 뜻이라지만, '너무 좋다'라고 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처음부터 좋았다기보다는 들으면 들을수록 사랑스럽다는 말이 어울리는 음성이다. 언젠가 오디션에서 박진영이 얘기했던 '공기 반 소리 반'을 가장 모범적으로 들려주는 가수가 바로 다린이 아닐까. 음성이 채우지 못하는 자리를 숨으로 메운다는 것이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나 사무치게 만들 수 있는지, 다린의 노래를 들으면 바로 느낄 수가 있으니.
노래 부를 때의 표정까지도 좋은...(출처: 멜론 '미화당라이브')
이 노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우리는 흘러가고'라는 대목이다. 우리의 마음도 결코 영원히 어딘가에 머물지 않고 변한다는 것을 다 알고 있지 않나. 그 마음이 가장 크게 흔들려 마침내 떠나고야 마는 계절이 가을임을 알고 다린은 이런 노래를 만들었을까.
내일 수능이 끝나면 다시 추워질 테고, 이젠 정말 가을도 끝나겠지. 지난주 그토록 쌀쌀했다가 요 며칠 다시 포근했지만 그건 올해 가을이 우리와 나누는 마지막 밀당이 아닐까. 이 노래를 들으면서 가을을 보내줄 준비를 해야겠다. 올해 가을은 정말 유난히도 짧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