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르는 숨을 쏟아내도 떠밀려서 가진 않았지 내 어깨 위를 누른 삶의 무게 그 또한 나의 선택이었어 (조용필, '그래도 돼' 中)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어른들이 있다. 약 35년째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진행중인 배철수씨가 그렇고, 약 아흔의 나이에도 얼마전까지열정적으로연극 무대에 올랐던 이순재씨가 그렇다.그 분들이 세월이 지나도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켜주시는 것만으로도 후배 세대들에게 든든한 기댈 곳이 된다는 것을 그분들은 아실까. 이번에 20집 앨범을 낸 조용필씨도 그런 어른 중의 한 분이다.
난 조용필의 전성기를 알지 못한다. 내가 태어났을 무렵 이미 슈퍼스타의 위용을 떨치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인기의 뒤안길로 살짝 물러나 자신만의 음악 철학이 담긴 작품들을 천천히 내고 있다. 젊은 뮤지션들과 협업하여 만든 그의 곡들은 아주 감각적일 뿐더러, 그의 음악 내공까지 그 안에 녹여내면서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진정한 대중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평생을 현역으로 산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진정한 거장의 풍모다.
무려 11년만에 컴백한 그가 새로 만든 음반은 앨범에 붙은 20집이란 숫자로도, 거장의 귀환이란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의미를 지녔음에도 요란하지 않고 다소 덤덤하게 발매하였다. 이런게 진정한 멋이 아닐까. 음악인이 그저 노래를 만들어 발표했을 뿐인데 무슨 호들갑이냐고 말하는 듯한 그의 담백한 컴백은 존재만으로도 멋지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것 같아 좋았다.
얘들아, 형 돌아왔다
인생의 방향을 찾지 못한채지금 하는 이게 맞는건지 헤매는 젊은 세대에게, 믿음직한 어른이 '그래도 돼'라며 넌지시 던지는 한마디는 그들이 삶에 엄청난 힘이 된다.양희은씨의 '그러라 그래~'는 유쾌한 일침처럼. 온통 잔소리와 갑질만 해대는 '꼰대'들에게 치이고 지친 젊은이들이, 진정한 어른에게서 받는 위안이 점점 소중해지는 시대가 되고 있다.
숨차고 힘들어도 떠밀려서 가지 말고, 지치면 좀 쉬어가고... 그래도 된다는 어른의 한마디는 점점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말이 아니었을까. 아직은... 어른이 필요한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