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시간이 말하겠지 그 겨울 속을 걸어가 걷다 보면 마음이 말해주겠지 (윤딴딴, '겨울을 걷는다' 중)
작년 겨울은 내내 이 노래와 함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원 공연 합주곡으로 결정된 날부터 이 노래를 정말 하루에 10번 이상씩 약 3개월을 매일 들었으니 수백 번을 들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가 질리지 않는 건, 이 노래를 들으며 합주 연습을 하던 시간이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보컬의 목소리 하나와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스트링으로만 구성된 아주 단출한 곡임에도 준비하는 내내 완성이 잘 안 됐다. 곡에 가사가 워낙 많다 보니 보컬분이 소화해야 할 박자도 상당히 까다롭고 호흡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노래를 혼자 기타를 치면서 소화하는 윤딴딴의 목소리를 들으며 역시 프로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처음 만나 어색하던 세 명이 겨울 내내 꼬박 3개월을 함께 3곡을 준비하면서 호흡이 맞아가던 그 과정이 참 즐거웠다. 물론 보컬분은 목을 써야 하니 늘 힘들어했지만, 연습 때 항상 잘 안되고 걸리던 파트를 실제 공연에서 성공적으로 소화하는 걸 보며 나와 건반 연주자 둘이 흐뭇하게 웃는 모습이 영상으로 남아있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지난겨울은 참 좋은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해 겨울...
합주의 묘미는 서로의 빈 곳을티 나지 않게채워주는 든든함을 느낄 때 나온다. 난 특히혼자 기타 반주를 하던 도입부가 끝나고, 스트링이 살며시 들어오는 부분에서의 짜릿함이 너무 좋았다. '쓸쓸했지? 이제 같이 가자구~'라며 내 기타에 스트링이 말을 거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 노래가 들리면 1년 전 겨울의 연습실 풍경이 생각나 마음이 포근해진다.
윤딴딴의 목소리는 꽤나 고음임에도 그의 노래는 듣기가 참 편안하다. 다소 날카롭게 들릴 수 있는 음성을 어쿠스틱 기타 특유의 따뜻함으로 중화시켜서 그런 것일까. 이젠 포크 가수란 말을 잘 쓰지 않는 시대지만, 윤딴딴은 70~80년대 포크 가수들의 그 소박하지만 인간미 있는 음악의 계보를 이어주는 것 같아서 참 좋다. 당신의 노래 덕분에 작년 나의 겨울도 덩달아 좋았다는 고마움도 꼭 전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