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감정론
정신이 건강하려면 근육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마음과 집중력은 근육에서 나온다.
옛말은 대체로 맞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진리도 여전히 유효하다. 단지 건강한 몸을 만들 정신이 없는 현대인들이 많을 뿐이다. 이 글은 달리기나 자전거를 권하는 것이 아니니 염려 말고 마저 읽어도 된다. 점심시간에 필라테스를 받으라는 철없는 소리를 하고 싶진 않다. 아령, 손에 잡히는 곳에 묵직한 쇠덩이를 두라고 권한다. 책상 앞을 오가다 하루 몇 번 덤벨을 들고, 불안이 엄습할 때 완력기를 조몰락거리라는 제안이다. 그렇다. 건강의 핵심은 근육이다. 근육은 감정을 조절해 불안을 줄이고, 집중력을 높인다. 긍정적인 마음, 행복한 상태로 나아가는 방법을 근육은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운동은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는 스트레스 감소다. 숨이 찰 정도로 힘든 운동을 하면 불안과 긴장이 완화되고, 기분도 개선된다. 운동은 우울과 불안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체력을 소진하면 수면의 질도 향상되어 불면증도 완화할 수 있다. 체력 증진은 자신감을 낳는다. 기억력과 학습 능력도 향상된다. 스트레스 감소, 기분 개선, 인지 능력 향상을 종합하면 불안한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준다고 볼 수 있다. 즉, 감정을 제어하고 이성적인 판단이 수월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상태가 되려면 필요한 것은 당연히 근육이다.
근육이 아니야 호르몬이야
근육이 뇌를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근육의 주 업무는 호르몬을 분비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호르몬은 뇌세포들이 활발한 화학작용을 하도록 돕는다. 애초에 정신이 건강하다는 것은 몸 안의 생체 화학 물질이 균형을 이뤘다는 뜻이다. 생체 화학 물질 중에는 감정에 큰 영향을 주는 호르몬들이 있다. 이 호르몬들은 뇌에서 생성되어 다른 뇌세포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기에 신경 전달 물질이라고도 불린다.
즉, 고강도 운동으로 근육을 만들면 정신 건강에 유용한 호르몬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성장호르몬이나 남성 호르몬으로 불리는 테스토스테론 외에도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엔도르핀이 있다. 엔도르핀은 통증을 완화하고 기분을 향상시킨다. 감정 조절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호르몬도 있다. 대표적인 호르몬은 세로토닌이다. 뇌에서 세로토닌 수치가 낮으면 우울증과 불안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세로토닌은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호르몬이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이 생성되어 행복하고 안정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 스트레스에 대응하데 도움이 되는 코티솔,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증진시키는 옥시토신 역시 근육 운동의 부록 같은 호르몬이다.
호르몬이 뇌에 영향을 주고, 호르몬이 기분을 만든다. 그리고 호르몬을 분비시키는 것은 근육이다. 따라서 근육을 늘리면 감정을 조율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럼, 근육이 많은 보디빌더들은 다들 열반에 이르고, 마음의 평화를 얻었을까? 그렇진 않다. 뇌과학을 통해 근육이 감정과 연결되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우리의 감정을 좌우하는 것은 호르몬만이 아니다. 인생은 그 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근육이 뇌를 움직인다
책 <나의 슬기로운 감정생활>에선 실험 사례를 들어 근육과 감정은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실험은 ‘인간의 마음이 말초근육, 신경과 연결되어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실험 대상자에게 자전거 타는 상상을 시키고 말초근육 근전도 검사계로 상태를 보니, 손과 팔, 다리 근육의 수축이 일어나는 것이 확인’됐다고 한다. 이는 근육과 감정이 연결되었다는 의미로, 근육을 이완하면 마음도 이완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밝혀냈다. 책에서는 스트레스를 낮추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근육을 이완하는 방법들을 설명한다. 스트레칭과 심호흡이 몸의 긴장을 푸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반면, 근육은 쉽게 뭉치기 때문에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근육 뭉침으로 인한 피로감, 통증, 두통 등을 겪게 되고, 이는 다시 심리적 긴장 상태로 이어진다고 한다. 따라서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몸을 이완하는 것은 감정의 폭풍을 잠재우고, 이성을 깨우는 행위라 할 수 있겠다.
근육과 감정은 연결되었지만, 근육량과 이성적인 판단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알려졌다. 이성은 뇌의 전피질 기능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감정을 다루는 영역과는 다르다. 그러나 근육 운동은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분명하다. 정기적인 신체 활동은 뇌 세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해 뇌 혈류를 증가시킨다. 뇌 기능을 유지하고, 노화를 늦추는 데 근육만 한 것이 없을 것이다.
근육을 만들면 뇌에선 신경 성장인자의 분비가 촉진되는데, 성장인자는 뇌 세포의 성장과 생존 및 가소성을 도와 학습과 기억 능력을 향상시킨다. 정리하면 근육이 늘어나면 조금 더 똑똑해진다는 것이다. 스트레스와 불안을 떼어내려면 규칙적인 운동으로 근육을 늘려야 할 것이다. 분명 기분은 나아질 테고, 인지능력이 향상되니 머리도 맑아질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의지가 문제 아니겠나. 근육을 만들고 유지하려면 강인한 의지가 필요하다. 운동을 안 한다고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거나, 피로하다는 것은 아니다. 힘든 운동으로 근육을 만드는 게 어려운 만성 통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만성통증 잡는 근육
고질적인 허리 디스크 통증은 일상을 무력하게 만든다. 허리가 아프니 활동적인 것보다는 정적인 것을 선호하게 되고,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은 신경을 예민하게 만든다. 자리만 보면 눕게 되는 것도 게을러서가 아니라 통증 때문이다. 만성적인 통증은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우울증과 불안은 만성적인 통증을 겪는 사람들에게 나타날 수 있다. 통증이 지속되면 일상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워,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통증은 더 악화된다. 때로는 수면 장애를 호소하기도 한다. 통증으로 숙면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면 부족은 피로이며, 우울증과 같은 부정적 정서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병원에서는 경미한 허리 디스크는 코어 근육이나 등근육을 키우길 권한다. 비틀어진 척추를 근육으로 바로 잡으라는 것이다. 허리 통증만 줄어도 일상이 달라진다. 활력이 생기고,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신체와 정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근육이 약이다. 과장이 아니다. 운동을 하면 뇌에서 통증을 감소시키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한다.
근육은 개인의 신체, 정서, 건강 상태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생활 습관 역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어느 부위의 어떤 근육을 더 키우고, 더 이완시킬 것인지 사람마다 다르다. 개인화된 접근법이 필요하다.
한편, 책 <떼인 근력 찾아드립니다>에서 작가는 운동과 거리가 먼 생활이었지만, 꾸준한 운동으로 근육이 늘고 건강한 신체를 갖게 된다. 그리고 덧붙인다. “신체 능력 선에서 정리되는 것들이 늘자 자연스럽게 정신의 복잡함도 줄어들었다. 신체의 강화가 심적 강화로도 이어진 것이다.”
더 많은 근육이 필요해
근육을 키워야 하는 이유는 감정을 조율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거시적으로 본다면 근육량 증가는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강한 근육이 생긴다면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해 보자. 평소보다 운동 능력과 체력이 향상될 것이다.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부터 계단을 오르는 것도 덜 피로하다. 체중관리도 장점이다. 근육은 에너지 집약적인 조직이다.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기 때문에 근육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게 되어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 또한 근력 운동을 뼈를 강하게 만들어주는데, 특히 골밀도가 향상된다. 골다공증 발병 위험을 낮춘다. 심혈관 질환이나 고혈압, 2형 당뇨병 등 현대인이 흔히 겪는 만성 질환의 위험도 감소시킨다. 근육은 관절을 보호한다. 관절 지지력을 높여 몸의 균형을 유지시키니 낙상이나 부상 위험도 줄인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외모다. 몸매가 좋아지고, 얼굴 윤곽선도 뚜렷해진다. 외모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근육을 키움으로써 얻는 효과들을 나열하면, 왜 운동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느껴질 것이다. 현대인은 바쁘고, 운동에 쓸 시간과 체력이 없다는 것도 이해해줘야 한다. 그러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굳이 점심시간이나 출퇴근 시간에 운동을 하지 못하더라도 실내에서 가볍게 근육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이로울 것이다. 작게는 핸디형 완력기, 여유가 된다면 아령을 구비하는 것도 좋다. 그럴 수 없다면 일상에서 팔 굽혀 펴기와 같은 맨몸운동을 습관화하는 것도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몸을 움직이면 얻는 것이 있다. 이 또한 변하지 않는 진리다.
-에비뉴엘 매거진 2023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