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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Dec 13. 2022

층간소음으로부터의 해방

소리의 자유

동네 목공소에서 오디오장을 만들어 봤습니다. 실은 목수 님이 거의 다 하고, 저는 시키는 대로 조립만...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후 뭐가 가장 좋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망설임 없이 나는 층간소음에서 해방된 거라 말한다. 아파트에 살며 그게 너무 괴로웠으니까. 요즘엔 여기에 장점을 하나 덧붙인다. 음악을 '대빵' 크게 들어도 된다는 것. 그렇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볼륨을 '대빵' 올리고 음악을 듣는다. 단독주택에선 그래도 된다.


하루는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왔는데 정신이 너무 혼미하였다. '숙취엔 음악이지' 하며 바로 지하실로 내려가 턴테이블에 바늘을 올렸다. 최근 LP로 음악 듣는 취미를 붙여 빈 공간이던 지하실을 음악감상실로 만든 것이다. 술김에 볼륨을 점점 더 올려 보았다. 이거 소리가 너무 큰가? 현관 밖으로 나가 소리를 들어보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 이래도 되는 거구나. 다시 들어와 더 볼륨을 올렸다. 시원하고 통쾌하다.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그래, 이거로구나. 나는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이런 해방감을 느낀 이들이 동네에 많다. 한의원 원장님, 헌책방 사장님 그리고 목사님 등. 모두 음악을 좋아한다. 원장님의 제안으로 가끔 서로의 집이나 가게에 모여 음악을 함께 듣는다. 어떤 음악을 어떤 기계로 듣는지, 단독주택 살이는 어떤지 이야기를 나눈다. 그중 오디오 마니아가 계셔서 앰프와 스피커 지식에 대해 귀동냥을 한다. 들을수록 장비에 대한 물욕이 솟는다. 그럴수록 '카메라에 빠지면 일찍 망하고, 오디오에 빠지면 천천히 망한다'는 말을 되뇐다.


아내는 층간소음으로부터 해방된 것만으로도 단독주택으로 이사하길 잘했다고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층간소음으로부터의 해방만으로 충분치 않다. 소리에 대한 자유가 필요하다. 소음은 관계를 단절시키고 소리는 그것을 이어주었다. 


(인천일보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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