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식의 노래 ‘담배가게 아가씨’는 인천 동구 배다리에서 탄생했다. 젊은 시절 배다리 풀빵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할 때, 근처 담배가게 아가씨에게 눈이 팔렸던 추억이었다. 송창식 특유의 박력과 리듬으로 추억은 노래로 되살아났다. 용기를 얻은 청년들은 너도나도 통기타를 집어 들었다.
그중에 한 명은 아마 김광진(더 클래식)이었으리라. 배다리 지성소아과 막내아들 김광진은 공부에도 음악에도 재능이 남달랐다. ‘마법의 성’을 비롯해 여러 히트곡을 만든 그는 2017년 고향의 추억을 담은 노래 ‘배다리’를 발표했다. 가장 좋아했던 송창식의 노래 ‘나의 기타 이야기’에 대한 화답이었다. 옆 동네 송림동 출신, 아내 허승경이 노랫말을 썼다. ‘편지’(김광진), ‘기억해 줘’(이소라) 등의 가사를 쓴 숨은 능력자였다.
수도국산 너머 송림동에는 양현경(배따라기)도 있었다. 순진함과 쓸쓸함이 배어있는 특유의 목소리는 ‘아빠와 크레파스’ 같은 동요도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같은 연가도 어딘가 스산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하지만 송림동을 오가던 스타는 따로 있었다. 부평에서 동산고를 통학하던 백영규와 유시형. 친구 사이이던 이들은 같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모자라 듀엣도 똑같이 결성했다. 백영규는 인일여고 출신 박춘근과 물레방아를, 유시형은 동생 유의형과 유심초를 결성해 사랑받는 포크 명곡들을 발표해 나갔다.
지난 주말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에서 ‘동구 포크음악 콘서트’가 열렸다. 인천 서민들의 땀과 눈물이 산처럼 쌓인 동네 수도국산. 인천 독쟁이 출신 코미디언 장용이 음악다방에서 진행을 하고 이치현과 남궁옥분이 그 시절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동산고 출신 백영규와 이철호(사랑과 평화)가 무대에 섰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추억의 음악은 그 어느 곳보다도 더 잘 어울렸다.
지금은 비록 달동네 박물관이 되었지만, 골목마다 꼬마들의 꿈과 희망을 품어주고 키워준 동네. 배다리, 양키시장, 수도국산, 수문통 그리고 똥고개…. 담배가게 아가씨를 흠모하던 만화가게 용팔이도 앞집 꼴뚜기 녀석도 이제 건장한 장년이 되어 추억에 잠겼으리라. 이날 밤 인천 원도심과 포크 음악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있었던 이유였다.
(인천일보에 연재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