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어도 먹을 수 없는 밥 이야기를 들었다. 오순도순 헌책방에서 차려먹는 점심 밥상. 세상에 그렇게 맛있을 수 없단다. 간혹 초대를 받아 점심을 먹는데, 가는 길이 너무 설렌다는 동네 목공소 사장님 이야기다.
1999년 손님으로 왔다가 지금은 점원으로 일하는 김경숙 님과 사장님. 그리고 그날의 초대손님 세 명이 정원인 단출한 밥상. 더없이 정갈하고 건강한 맛이란다. 그 밥상에 초대받는 것은 목공소 사장님 같은 주변 ‘나 홀로 사장’들에게는 은총과 같은 일이다. 인천 배다리 아벨서점 이야기다.
최근 아벨서점 밥상이 크게 차려졌다. 24살 배다리에 책방을 연 곽현숙 사장님의 책방인생 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초등학교가 전부인 학력이지만 책방 손님들에게 책을 배우고, 책 속에서 세상을 배운 사장님의 50년.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 기리 남을 사장님의 명문장처럼 ‘살아있는 글들이 살아있는 가슴에’ 닿길 바랐다.
커다란 밥상에는 ‘아벨 키즈’들이 초대되었다. 50년의 세월 동안 책방을 함께했던 점원들과 단골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자신들의 인생 대학 같았던 책방의 50년을 축하하는 자리. 이제는 ‘키즈’라는 말이 무색한 어른들이 되었지만 한 자리를 버티고 지켜준 책방 덕분에 꿈을 키웠던 지난날을 돌아볼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나도 학창 시절 아벨서점을 들락거리며 마음을 살 찌운 ‘아벨 키즈’였다.
곽현숙 사장님의 소원은 배다리에 각종 전문 책방들이 들어서는 것이다. 50년 세월 동안 그 꿈을 위해 ‘아벨 키즈’들을 물심양면 지원해 왔다. 지금의 집현전, 삼성서림, 나비날다, 시와 예술 같은 책방들도 덕분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 누구도 그녀의 도움을 받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그녀는 배다리 헌책방이 사라지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그래서 여전히 묻는다. ‘누구 책방 할 사람 없습니까? 제가 도와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