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라디오 역사 박물관
학익동 588, 학익동 587-310 그리고 학익동 401-74. 역대 인천의 방송국들은 모두 이곳 학익동 주소지에서 개국했다. 1956년 12월 23일 인천 최초의 라디오 방송 국제복음주의방송(현 극동방송)이 학익동 588에, 1997년 10월 11일 인천 시민들의 염원을 담은 인천방송(현 경인방송)이 학익동 587에 그리고 2001년 11월30일 인천교통방송(현 경인교통방송)이 학익동 401번지에서 개국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 그야말로 학익동은 방송 일번지이다.
극동 지역 선교를 목적으로 했던 국제복음주의방송이 학익동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바다와 염분 때문이었다. 안테나를 학익동 588번지 앞 갯벌에 세운 이유다.(이전 글 참조 <학익동과 인천방송 주권>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25283) 이후 안테나가 있던 갯벌은 동양화학이 소다회공장 부지로 매립하면서 사라진다. 그 매립지인 학익동 587번지에 인천 최초의 TV 방송, 인천방송이 들어선다. 당시 동양화학(현 OCI)이 인천방송의 대주주였기 때문이었다. 최초 안테나가 섰던 갯벌이 매립되고 그 땅에 방송사가 또 생겼던 것이 인천의 방송 역사이다.
시간이 흘러 동양화학(현 OCI)은 이 부지를 용도변경하며 대규모 아파트 개발을 진행한다. 시티오시엘이다. 그러면서 인천광역시에 땅을 기부체납하는데 그 중 일부에 인천뮤지엄파크가 들어선다. 인천 최초의 시립미술관, 시립박물관 그리고 예술공원이 함께 있는 복합 플랫폼이다. 그 주소가 또 학익동 587. 인천 최초 방송사가 있던 주소다. 놀랍게도 이 부지에 국제복음주의방송 건물 8채가 건축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등록문화재로 등재되어도 족할 건축물이다.
이 건축물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인천 최초의 방송 역사가 살아 있는 곳이다. 게다가 그 인근에 라디오 방송사가 두 곳이나 운영되고 있다. 학익동은 라디오 메카다. 역사성과 장소성을 반영한 문화 기획이 필요하다. 인구 300만 도시에 TV 방송사가 없는 유일한 광역시. 하지만 인천에 방송의 역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인천 시민 스스로 역사를 찾고 세워야 한다. 스스로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다. 그래야 그토록 염원하는 인천 방송주권도 시민들의 마음에 다가설 수 있다.
(인천일보에 연재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