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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쳐 사는 삶

by 봉봉
수배다리마을 생활기술학교 공구 사진=이대원)


원도심 주택 골목에 사는데 필요한 능력이 있다면 아마도 인사성이다. 일단 인사만 잘해도 동네 생활에 숨통이 트인다. 이런 작은 일로 개념 있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할머니들의 환대를 받게 되면 모나고 뾰족한 마음도 둥글어지고 순해진다.


인사만 잘한다고 원도심 주택살이가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다. 단독주택의 가장 큰 난제 ‘집수리’가 기다리고 있다. 어딘가 고장이 나도 아파트처럼 전화할 관리사무소가 없다. 기술자를 불러야 하는데 적당한 이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고, 찾았다 한들 그 비용이 또 만만치 않다.


그래서 주택 살이에 가장 필요한 능력은 손기술이다. 뚝딱뚝딱 만들고 고치고 스스로 ‘편리 스머프’가 되어야 한다. 귀에 연필을 꽂고 한치도 틀릴 수 없이 몰두하는 믿음직스러운 사람, 내가 그런 이가 되어야 한다. 근사한 일이지만 하루아침에 ‘똥손’이 ‘금손’이 될 리 없다. 어디선가 배워야 한다.


“손재주 없다고 망설이지 마세요. 전동드라이버 처음 쥐어보는 분도, 못 하나 못 박아본 분도, 함께 배우고 함께 고치는 배다리마을 수리학교에서는 ‘똥손’도 환영합니다.”(배다리마을 생활기술학교 모집글)


원도심 재생 사업 가운데 칭찬받아 마땅한 사업이 있다면 스스로 고쳐 살 수 있도록 돕는 사업들이다. ‘저층주거지 지원 사업’처럼 직접 집을 고쳐주는 사업도 좋다. 더 나아가 마을마다 관리사무소를 만들고 ‘편리 스머프’를 배출해야 한다. 그렇게 주민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스스로 동네를 돌보게 해야 한다.


금창동 동네 목수, 인테리어, 작가들이 수리수리마을수리팀으로 모여 배다리마을 생활기술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금창동 도시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된 사업이다. 남성보다 여성 참가자들이 많다고 한다. 누구나 고치며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원도심은 재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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