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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동 골목을 밝히는 도르리

by 봉봉
2025 심술쟁이: 담다 프로그램 (사진=도르리)

인천 화수동 쌍우물로 컴컴한 골목길. 헐떡고개 모퉁이에 ‘도르리’가 있다. 모퉁이에서 숨을 한번 돌려야 고개를 오를 수 있다. 만석동 '기찻길옆작은학교에서' 자라거나 활동해 온 이모, 삼촌의 창작공동체 도르리. 어둑어둑한 화수동 골목길을 밝히며 동네 사람들이 숨을 고르는 쉼터 역할을 한 지도 벌써 7년째다.

“우리 마을에는 몇십 년 동안 한 공간에서 하나의 일을 해오신 분들이 많습니다. 세탁소 아저씨가 그렇고 구둣방 사장님도 계시고 어머니의 대를 이어 기름집을 운영하시는 제일기름집 사장님도 계시고 정의상실 사장님과 종합화장품 간판을 여전히 달고 계시지만 생선 장사를 하고 계시는 사장님이 계십니다. 책방을 운영하고 계시는 책방모도 사장님과 수제맥주집 스모크 사장님도 계십니다. 도르리는 이분들을 '장인'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누구보다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성실하고 꼼꼼하고 전문적이십니다. 장인분들과 함께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달 중순부터 10월까지 동네 책방에서 책도 만들고 동네 펍에서 와인페이링도 배운다. 의상실에서는 에코백과 실크스크린도 만들고, 참기름도 짜고 새우젓도 담근다. 이름하여 ‘2025 심술쟁이: 담다’ 프로젝트. 화수동 장인들의 공간에서 이야기를 함께 듣고, 공간에서 나온 자투리로 예술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선착순, 참가비 무료이니 서둘러야 한다. 인천문화재단의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다.


‘도르리’란 뜻은 음식을 차례로 돌려가며 내어 함께 먹거나 어떤 것을 골고루 나누는 일이라고 한다. 공간 이름을 이렇게 정한 이유가 있었다. 예술활동을 통해 가난해도 누구나 스스로 삶을 가꾸는 주체로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도르리. 인천 화수동 골목은 도르리가 있어 어둡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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