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5.0을 준비하며 다시 설계한 투자 방식
주식과 코인을 처음 접한 건 코로나 시기였습니다.
늘 그렇듯 저는 한 박자 늦었습니다.
스스로 판단해 들어갔다기보다는,
파이어족이라는 단어가 기사 제목을 점령하던 시기,
‘나만 제자리에 서 있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
그 불안의 다른 이름인 포모(FOMO)에 떠밀려
시장에 발을 들였습니다.
시장은 묘했습니다.
제가 들어가자마자, 정확히 그 시점부터
주가와 코인은 방향을 바꿨습니다.
왜 항상 나는 꼭지에서 사는 걸까.
차트를 보며 자책했고,
뉴스를 보며 합리화를 했습니다.
결국 선택지는 많지 않았습니다.
손절을 하느냐, 시간을 견디느냐.
그렇게 원치 않게 장기 투자가 되었습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게도
2025년, 시장은 제 자리를 어느 정도 되돌려 주었습니다.
큰 수익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는 분명해졌습니다.
살아남으면, 다시 기회는 온다는 사실 말입니다.
지금의 코스피는 다시 뜨겁습니다.
코로나 시기는 물론,
제가 기억하는 그 어떤 때보다도
강한 상승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로봇, 에너지, AI.
시장은 또 한 번 ‘이번엔 다르다’는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시장을 보며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일 겁니다.
다만 이번에는,
그 흔들림이 곧바로 매수 버튼으로 이어지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서 ISA 통장을 개설했습니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는,
다시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구조를 먼저 만들고 싶었습니다.
한 방을 노리는 계좌가 아니라,
실수하지 않기 위한 안전벨트 같은 통장이 필요했습니다.
개별 종목 대신 ETF를 선택했고,
타이밍 대신 리듬을 택했습니다.
장이 오르든 내리든,
정해진 날에 차곡차곡 매수합니다.
예전에는 오전 9시가 긴장됐습니다.
지금은 월급날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경제 공부도 틈만 나면 하고 있습니다.
차트를 맞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뉴스에 덜 흔들리기 위해서입니다.
금리가 자산 가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환율이 기업 실적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반도체가 왜 사이클 산업인지.
예전에는 뉴스가 매수 신호처럼 보였습니다.
지금은 뉴스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는 신호’로 보입니다.
투자는 이제
흥분의 대상이 아니라 생활에 가깝습니다.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성의 문제라는 것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예전의 저는
돈을 벌기 위해 투자를 했습니다.
지금의 저는
삶을 불안하지 않게 유지하기 위해 투자합니다.
어쩌면 투자는
수익률의 문제가 아니라
이후의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ISA 통장을 만들며 얻은 가장 큰 수익은,
아마도 이 차분함일 것입니다.
설날 전날인데 삼성전자는 18만 전자를 넘어섰습니다.
그칠줄 모르네요.
대신 사놓은 외인 지수 ETF는 줄줄이 하락입니다.
평정심을 가지려고 이렇게라도 글을 씁니다.
선택은 항상 본인의 책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