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았다

5화. 눈물 젖은 베개

by 라은

※ 매주 목요일 연재



새벽이었다.

집은 아직 어둡고,

거실 쪽에서는 작은 말소리들이 들려왔다.

할머니는 작은방에서 주무시고 계셨고,

언니와 나는 큰방에서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나는,

눈을 꼭 감은 채

귀만 열어두고 있었다.

큰방 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작은 틈 사이로

거실에서 오가는 말소리,

조심스럽게 떨리는 숨소리가

모두 들려왔다.






엄마와 아빠는

크게 소리 지르는 것도 아니었다.

서로 다그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조용한 말다툼이

내게는 더 깊고 무겁게 다가왔다.

아빠는 출근 준비를 하며 옷을 입고 있었고,

엄마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됐어, 그냥 가자.”

그리고, 아빠가 짧게 답했다.

“그만하자.”

잠시,

서늘한 정적이 흘렀다.

엄마는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뭘 그만해? 뭘 그만하냐고.”

그 말 끝에,

엄마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목소리가 꺾였고,

거실 안쪽으로

조용한 흐느낌이 번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불 안에서

몸을 움츠린 채,

모른 척했다.

“가서 화해시켜야 하나…”

“엄마가 너무 속상한가봐…”

어린 마음은

어쩔 줄 몰라서,

조용히 이불을 움켜쥐었다.






아빠가 먼저 현관문을 열고 나가고,

남겨진 엄마는

거실 한쪽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흐느끼는 소리.

숨죽이며 삼킨 울음이

어두운 거실에 가득 번졌다.

나는 그 소리를 들었다.

숨을 죽이며,

이불 속에서 가만히,

함께 울기 시작했다.






소리를 내지 않았다.

언니를 깨우고 싶지 않았고,

엄마에게 들키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그냥,

베개에 얼굴을 깊숙이 묻고 울었다.

뜨거운 눈물이

베개를 적셨다.

나는 눈을 꾹 감고 있었다.

눈만 감으면

아무도 모를 거라 믿었다.

하지만

어깨 들썩임은

숨길 수 없었다.

어린 나는 몰랐다.

사람의 마음은,

눈을 감는다고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날 아침,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하루가 시작되었다.

나는 등교를 했고,

엄마는 시장으로, 일터로 향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로가 울었던 사실도,

서로를 걱정했던 마음도

끝내 입에 올리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조용히 서로를 지나쳤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엄마,

나 그날… 울었어.

엄마 울던 것도 들었어.”

엄마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엄마도 알고있었어.

베개가 젖어 있었잖아.

근데…

엄마는 더 가슴 아팠어.

눈은 감고 자는척 하는,

너의 작은 어깨가 들썩이는 걸 보였거든.”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자는 줄 알았는데,

마음이 다 들켜 있었구나…”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마음 깊은 곳이

조용히 울컥했다.

우리는 같은 집에서,

같은 마음으로 울고 있었다는 걸.





이 말이,

오늘 누군가의 마음을

조용히 감싸주었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오늘,

이 글이 올라가면

엄마는 아시겠죠

그날의 진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