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았다

2화. 펑펑 울어버린 날

by 라은

할머니가 떠난 날,

나는 울었다.


2010년 4월 2일.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아침엔 친구들의 축하를 받았고,

교실은 환하게 웃음이 가득했다.

내 손엔 케이크와 선물,

교복 바지 주머니엔 친구들이 써준

생일 편지가 구겨져 있었다.


그날은 참 따뜻했다.

햇살도, 공기도, 사람들도.

그리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 있었다.



“지금. 바로, 장례식장으로 와.”


엄마에게서 문자 한 통이 왔다.

그 짧은 문장을 읽는 순간,

모든 공기가 사라지는 듯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제발, 아빠는 아니었으면…”


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나는 멈췄다.


그럼…

할머니면 괜찮은 거야?


그 마음이 너무 미안했고,

그 미안함이 너무 슬펐고,

그 슬픔이… 나를 부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자

엄마의 눈빛이 모든 걸 말해주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아침에 죽을 먹으며

“오늘 우리 강아지 생일이네~”

하고 웃어주셨던 그 목소리.


기름 통닭 사줄게~ 하며

손잡아주던 그 손길.


그게 마지막 인사가 될 줄,

정말 몰랐다.



야자 시간 전, 나는 교실을 뛰쳐나왔다.

친구들은 “무슨 일 있어?”라고 물었지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감정이 마구 올라왔다.

가슴속 어딘가가

조용히 무너져내렸다.


넘쳐흐르는 그 마음을

어떻게 붙잡을 수 없었다.



나는 항상 “괜찮아”를 먼저 말하던 아이였다.

넘어져도, 지적받아도, 속상해도.

늘 웃으면서 “괜찮아”를 먼저 꺼냈다.


그런 내가

그날만은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저 마음이

가만히 주저앉았다.



할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가 아니라,

그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한 내가 너무 미안해서.


그토록 사랑받았는데,

그 사랑에

제대로 다다르지도 못한 채

헤어지게 되어

서글펐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마음속 어딘가에

할머니가 남긴 온기를

조용히 간직하며 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은 조금씩 가라앉았지만,

그 따뜻한 마음은

여전히 나를 감싸고 있다.



그날은,

평소처럼 웃는 것도,

“괜찮다”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웠던 하루였다.


그리고,

그 조용한 무너짐 속에서

사랑을 배웠다.

이 말이, 오늘 누군가의 마음을 조용히 감싸주었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