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머핀 8개 위에 켜진 초
여섯 살 생일.
나는 생크림 케이크를 원했다.
그 위에 올라간 딸기 젤리까지도
어떤 맛일지 상상하며 기다렸다.
“엄마, 초코 말고 딸기 케이크야.
이번엔 꼭 생크림 케이크 사줘야 돼.”
그 말을 여러 번 반복했던 것 같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IMF 시절.
그해 봄은 유난히 공기가 무겁고 조용했다.
아빠는 일이 줄어 지방으로 자주 내려가셨고,
엄마는 파출부로 일하며 새벽마다 집을 나섰다.
할머니는 버스 교통사고로 눈을 다쳐
하루 걸러 병원 드레싱을 받으러 다니셨다.
아무도 내 생일을 잊지는 않았지만,
기억하기에도
모두가 너무 바빴던 시간이었다.
집에 돌아온 저녁,
하얀 접이식 직사각 밥상 위엔
머핀 여덟 개, 반찬 몇 가지,
그리고 양념 통닭이 올려져 있었다.
음식보다 밥상이 더 넉넉해서,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휑했다.
그때 나는
방 안 구석에 있던 작은 상을 꺼내왔다.
모서리가 까지고
조금만 힘을 주면 삐걱 소리가 나는
무광 나무 접이 밥상이었지만,
그 위에 음식을 하나씩 옮겨 담았다.
머핀도, 양념 통닭도, 반찬도
작은 상 위에 모이자
조금 더 꽉 찬 생일상처럼 보였다.
조금이라도,
‘내 생일’ 같아 보이길 바랐다.
그래서 나는
생일을 내 손으로 연출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머핀을 하나씩 접시에 꺼내
동그랗게 펼쳐주었고,
아빠는 그 위에 초를 하나씩 꽂았다.
나는 물었다.
“엄마, 그럼… 케이크는 어딨어?”
생크림도 딸기 젤리도 없이
동그랗게 놓인 머핀 여덟 개.
나는 그게 ‘케이크’로 둔갑할 줄 몰랐다.
초가 깜빡이며 흔들릴 때,
마음도 조용히 흔들렸다.
그날,
나는 머핀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조용한 방 안.
모두는 평범한 저녁을 먹고 있었고
나만, 생일이었다.
말하지 않았다.
먹고 싶었던 케이크도,
속상했던 마음도.
그저
가만히,
그 자리를 지켰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머핀 8개는
아무 말 없이 주어진
가장 따뜻한 사랑이었다.
예쁘지 않아도 괜찮았고,
풍성하지 않아도 따뜻했던
그 조용한 식탁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래서 그날,
나는 울지 않았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게 아니라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순간, 내 곁에 있어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 하루를 살고 있었는지
나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섯 살의 나는,
그 마음을 알아준 아이였다.
그리고 그날부터,
조금 더 조용히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 말이, 오늘 누군가의 마음을 조용히 감싸주었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