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씽크 2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파규동 Aug 01. 2019

김태호PD의 속마음은?

토요일 저녁 새 예능 ‘놀면 뭐하니?’, 감히 예상해봅니다

 지난 27일 토요일 저녁은 많은 분들에게 가슴 설레는 시간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좁게는 무한도전 팬들, 넓게는 예능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기다려온 김태호 PD의 새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첫 화가 방영되었기 때문인데요. 이번 1회차 방송분은 6월 12일 유튜브 ‘놀면 뭐하니?’ 채널에 프롤로그가 깜짝 공개된 이후, 도대체 이 프로그램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궁금해하던 사람들에게 시원한 해답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난 자유로워!’ 라고 말이죠.

 스탭도 촬영일정도 없이 카메라를 받아 무작정 찍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릴레이 카메라’ 포맷은 정신없고 산만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놀면 뭐하니?’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는 듯한 양상을 보였고, 시청률 역시 4.6%로 동시간대 2위를 기록하며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김태호 PD와 유재석씨에게는 ‘무한도전 멤버들’이라는 흥행보증 수표가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무한도전’ 자체가 다시 부활하기 바랐던 사람들도 많았는데요.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유재석씨는 ‘놀면 뭐하니?’ 1화 중 유희열씨와 대화를 나누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새로운 인물들이 나올 프로그램이 없어!

 수많은 채널들에서 예능 프로그램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요즘, 이 말이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 중 화제성을 갖는 것은 포털 클립영상 순위에서 상위권에 위치한 극소수일 뿐이고, 이를 위해 인지도 있는 스타 만이 섭외된다는 것이 유재석씨의 문제의식이었죠. 유재석씨에게 익숙한 ‘지상파 방송사의 전속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재능을 발굴하고, 그들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며 재능이 만개하는’ 인력 양성 시스템은 이제 가동되지 않고 있으니까요.


 김태호 PD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엠빅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연 했습니다.

새로운 형식을 통해 새로운 인물, 새로운 패밀리십을 발굴하다보면
그 안에서 예전의 무한도전이 줬던 재미를 담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얘기를 듣고 ‘놀면 뭐하니?’의 프로그램 구성을 보면 김태호 PD와 유재석씨가 그리고 있는 큰그림을 얼핏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김태호 PD가 그리고 있는 새로운 유니버스인 ‘놀면 뭐하니?’의 Phase 1에 해당합니다. 그 안에는 ‘릴레이 카메라’, ‘조의 아파트’, ‘대한민국 라이브’라는 세 개의 프로그램이 존재하죠.

'놀면 뭐하니?' Phase 1의 구성

여러분들도 느끼셨겠지만, 이는 마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연상시키는 구조입니다. 마블은 거대한 서사를 이어나가기 위해 개별 영화들을 묶어서 하나의 Phase, 즉 단계로 만들었는데요. ‘놀면 뭐하니?’ 안의 세 프로그램 역시 거대 담론을 다져나가는 첫 단계라고 감히 예상해보았습니다. 저는 이 세 가지 프로그램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예능 인력 수급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릴레이카메라’와 ‘조의 아파트’는 ‘기성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기존의 버라이어티 예능과 떠오르는 1인 크리에이팅 형식이 서로 융화될 수 있는지를 실험해보는 단계일 것입니다. 그 후, ‘대한민국 라이브’를 통해 비로소 ‘누구나 예능인이 될 수 있다’는 기조 아래 연예인과 셀럽에서부터 시작된 1인 카메라가 일반인에게로 뻗어나가며 ‘전국민 대상 예능 인력 수급 프로젝트’의 서막이 오르지 않을까요?


ㅣ 미디어 이용행태의 변화와 예능 인력 수급 시스템의 단절

 

 과거의 ‘스크린’은 타인과 공유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특히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거실에서 가족과 함께 볼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보니 이 시기의 콘텐츠, 특히 주말 예능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것이 목표였는데요. 1020 자녀 세대 외에도 TV를 함께 보는 4050 부모 세대까지 만족시킬 수 있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점을 놓고 보면, 당시 예능이 왜 ‘다양하다’ 라는 뜻을 가진 ‘버라이어티’ 라고 불렸는지 짐작이 갑니다. 전성기 시절 버라이어티 예능은 수많은 새싹 예능인들에게 기회를 주는, 예능 인력 수급 시스템의 핵심으로 작용했죠.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포터블 기기가 보편화됨에 따라 스크린 하나가 수용하는 인원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현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인의 스크린을 따로 보유하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시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예능인의 출연으로 화제몰이에 성공한 예능 프로그램들

 그 결과 예능 프로그램은 점점 특화된 타겟을 파고들어갔습니다. 이들을 만족시키는 데에는, 다양한 게스트들이 아닌 타겟층에 적절하게 소구될 수 있는 스타 한두 명이 더 효과적이었는데요. 그러다보니 예능 프로그램에 섭외되는 스타들도 배우들, 셀럽들로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자연스럽게 버라이어티 시절의 인력 수급 시스템은 무너져버렸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던 삼시세끼, 윤식당, 효리네민박, 알쓴신잡 등의 프로그램을 생각해보면, 전문 예능인의 출연이 전무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마저 모두 사라진 지금, ‘신인 예능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색해진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러나 예능인의 계보가 끊겼다고 해서,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즐거움을 주는 사람들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한 ‘스크린의 개인화’는 비단 콘텐츠를 수용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유의 스크린을 가진 사람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리는 Z세대일수록, 스마트 기기를 창작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들은 온라인 플랫폼에 업로드 되는 것 만으로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게 됩니다. 이들이 바로 흔히 말하는 ‘인플루언서’인 것이죠. 김태호 PD가 멀티플랫폼, 1인 크리에이팅을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기획한 만큼, 이들이 ‘놀면 뭐하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1인 미디어는 뭐고, 어떤 콘텐츠를 담아야 하는가: ‘릴레이카메라’와 ‘조의 아파트’

 

 ‘놀면 뭐하니?’의 ‘릴레이카메라’와 ‘조의 아파트’는 전술한 변화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유재석씨를 비롯한 출연자들이 변화를 온 몸으로 체험하는 ‘아바타’의 역할을 해주는데요. 그 중 ‘릴레이카메라’에서는 카메라 앞에서 날고 기던 연예인들이 개인 카메라 한 대를 들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통해 예능의 트렌드가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체감할 수 있게 됩니다. 그들의 콘텐츠부터, 카메라 앵글, 시청자들을 대하는 톤앤매너까지 프로페셔널한 1인 방송과 비교했을 때는 어색하기 짝이 없죠. 아마 이러한 부분에서 1화를 ‘산만하다’고 느끼셨을 텐데요. 오히려 이런 업정쩡한 느낌을 통해서 기존 방송국 스타일의 촬영과 1인 촬영의 차이를 부각하고, 이후 진행될 ‘대한민국 라이브’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릴레이카메라'는 연예인들의 1인방송 시도를 담아낸다

 ‘조의 아파트’는 아직 프로그램 형식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릴레이카메라’의 VCR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어렴풋이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조세호씨의 집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하나의 스크린을 공유하는데요. 소파에 앉아서 치킨을 먹으며 화면의 VCR을 보는 모습은 시청자와 연예인의 상황을 역전시켜 보여줍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출연자들은, 어떤 시점에 어떤 리액션을 해야할지 몰라 당황하는 등 새로운 역할에 적응해나가려 애쓰죠.

'조의 아파트'는 조세호씨의 집 안에서 출연자들이 콘텐츠를 개발해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것이 ‘조의 아파트’라고 프로그램화 될 경우, ‘초대’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실내 콘텐츠를 찾아나설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전형적인 버라이어티 예능의 요소인 ‘게스트 섭외’를 견지하면서, 조세호씨의 집이라는 장소적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어떤 게스트들이 어떤 콘텐츠를 개발하느냐가 재미 포인트가 되겠죠?


새로운 예능 인력 양성의 1차 랠리포인트: ‘대한민국 라이브’


 위의 두 프로그램은 각각 ‘1인방송 체험’과 ‘예능 인력풀 점검 및 콘텐츠 개발’을 염두에 두었는데요. 대한민국 라이브’는 이를 집대성해서 고유한 스크린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예능인’으로서의 끼를 어떻게 발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 감히 예상합니다. 얼마전 기사를 통해서 김태호 PD가 ‘유재석과 도티의 협업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혔는데요. 도티님이 국내 정상급 크리에이터이자, 크리에이터 비즈니스를 선도하는 MCN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창업자라는 점에서, ‘대한민국 라이브’에 등장하는 ‘일반인 출신’ 예능인들이 진짜 ‘크리에이터’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유의미한 조언을 건네줄 수도 있을 것이라 예상해봅니다. 이 프로그램이 실제로 유튜브 스타, 더 나아가 방송계에 진출할 수 있는 인물을 발굴해낼 수 있다면, 1화에서 유재석씨가 제기했던 안타까움을 풀어낼 수 있는 물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었던 짤. 하지만 이것이 예능 인력 수급의 길일 수도 있다.

 만일 ‘놀면 뭐하니?’의 Phase 1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이후의 Phase에서는 ‘놀면 뭐하니?’가 새로운 예능 인력 수급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Mnet의 ‘프로듀스’ 시리즈가 수 년 간 아이돌 수급을 담당했던 것처럼요.


 지금까지 ‘놀면 뭐하니?’의 유튜브 편과 본방송 1화 만을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습니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의견임을 감안해주세요! 김태호 PD가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도 많고 유튜브도 멀티 플랫폼으로 함께 이용할 것이라 밝힌 만큼, 또 어떤 새로운 시도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더위 속에서도 예능 열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