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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우 Oct 22. 2021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10-Minute Talks

10 minute talks

언제나처럼 강의가 시작되는 첫 시간은 어색함이 흐릅니다. 이 공간에는 흥미롭게도 혼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른 클래스들이 지인과 친구들과 함께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이 클래스는 흥미롭게도 혼자 신청해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이 문구를 슬라이드에 띄우면 안 그래도 경직되어 있던 얼굴들이 더 굳어집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문장을 하나 더 띄웁니다.


출처 : pixabay


"10-Minute Talks  : 2인이 짝을 이루어 10분간 다음 질문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한 후 옆에 있는 분을 소개해주세요"보통 제가 진행하는 토론 클래스는 10명 내외가 참여하는 경우가 다반수입니다.


즉, 자기소개 시간이지만 흥미롭게 옆에 있는 사람을 소개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처음 보는 옆에 있는 사람과 주어진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듣습니다. 희한하게도 내가 나를 여러 명 앞에서 소개할 때보다 10-minutes talks를 진행하면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그 사람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어떤 포럼에 가서 해보고 좋다고 생각해서 강좌에서 활용하고 있는 Ice Breaking인데 모든 클래스에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연히 옆에 앉게 된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이 클래스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지금 가장 고민은 무엇인가요?",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등입니다. 보통 우린 이런 질문에 대해 깊게 이야기할 기회가 없습니다. 친구들과 나누기에는 너무 진지하거나 쑥스러운 대화이거나 직장 동료들과는 더더욱이 나누기 힘든 이야기이죠. 아마도 스스로 혹은 아주 가까운 지인 하고만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일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 삶의 정말 중요한 문제들을 오히려 낯선 이들과 나누는 게 더 편안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내면의 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이곳은 바로 그런 공간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합니다. 아주 주관적인 평가를 담아 옆에 있는 사람을 소개합니다. 스스로 이야기하기 다소 민망할 수도 있는 답변들이 옆의 사람을 통해 전달됩니다.


"제 옆에 계신 00님께서는 매너리즘에 빠져서 이곳에 오게 되셨다고 합니다. 대학시절 누구보다 활기가 넘치고 아이디어가 많았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고 하시네요. 다시 삶에 대한 열정과 방향성을 설정하고 싶다고 하시네요. 그리고 '오늘을 살자'가 가치관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살지 못하고 계신다고 하네요(웃음)"


이 과정에서 우리는 참여자들 개개인의 고유성을 알 수 있게 됩니다. 다른 외부의 나의 타이틀이 아닌 내면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자기소개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정서적인 동료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딛었습니다.


출처 : Pexels


참여자들은 경직된 분위기를 풀고 편안하게 대화를 하는 시간이지만 저에게 이 순간은 가장 집중해야 하는 중요한 순가입니다. 마치 인류학자처럼 대화와 행동 분위기들을 면밀하게 관찰합니다. 이 클래스에서 기대하는 각자의 가치들을 포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인별로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고 피드백을 주어야 할지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표면적인 답변과 태도 이면에 숨겨진 진짜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입니다. 이번 클래스의 성공 여부가 좌우될 정도의 부담감이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그렇게 캐주얼하면서도 묵직한 Ice breaking이 종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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