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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키 Feb 15. 2021

AI 연구자 기술면접 후기 및 회고

개발자 티를 내기 위해 더 편한 복장으로 올까 고민했으나 무난함을 택했다

 개발자 티를 내기 위해 더 편한 복장으로 올까 고민했으나 무난함을 택했다. 너무 딱딱하지 않은 정중한 복장. 30분 일찍 도착해 건물과 복도, 화장실을 돌아다녔다. 다양한 머리 색과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근하는 사원들도 보이고 1층 어린이집에 방문하는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도 들렸다. 면접자에게 주어지는 커피 쿠폰으로 사내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자리에 앉았다. A 면접관이 와서 면접 장소로 안내하고 지필고사 시험지와 핸드폰 번호를 주고 떠나셨다. 30분간 CS와 AI 전반에 관한 문제를 풀었다. 혹시나 면접 때 물어볼까 하여 시험 문제에 나온 키워드를 눈에 익혔다. 시간이 지나고 세 분의 면접관이 들어왔고 10분간 자유 주제의 PPT 발표, 한 시간의 기술 면접이 시작됐다.



10분간의 자유주제 PPT 발표

 자유 발표가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고 여태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지원한 회사와 관련 있는 프로젝트를 중요도 순으로 배열했다. 졸업 연구에 가장 긴 분량을 투자했고 나머지는 한 장씩으로 구성하여  다양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어필하려 했다. 혹시 모를 질문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각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데모를 마지막 페이지 뒤에 Appendix로 추가해뒀다.

 내가 아는 모든 기술을 동원하여 프로처럼 보이기 위해 애썼다. 난생처음 검은 배경의 PPT를 만들었고 어댑터를 챙겨 맥북 프로에 연결했다. 평소와 달리 PowerPoint가 아닌 Keynote로 작업했다. 페이지 숨김이나 프레젠테이션 시작 단축키도 외워뒀다. 마치 디펜스 하는 대학원생처럼 공손하면서도 어필할 수 있는 특장점을 자신감 있게 발표했다. 내가 진행한 프로젝트들은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아는 것처럼.


한 시간의 기술 면접

 한 시간은 면접관의 집요함에 따라 지원자의 바닥을 볼 수도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간을 온전히 나의 흐름으로 끌어나가기 위해서는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의도적으로 내용을 누락하거나 강조하여 질문을 유도했다. 짧은 발표 시간 동안에 모든 기술적인 설명을 할 수는 없다. 애매하게 논리적으로 비어있는 설명을 할 바에는 효과와 결과만을 설명하고 질문이 오기를 기다렸다. 또 자신 있는 부분에선 구두로 'PPT에 다 적진 않았지만 정말 많은 시도가 있었고 발표 후에 질문해주시면 답변드리겠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둘째. 면접관의 사전 지식수준을 탐색했다. 처음 답변할 때는 내가 설명하는 기술적인 내용을 모를 수도 있지만 우선 키워드 위주로 짧게 대답했다. 이때 두 가지의 추가 질문이 생길 수 있다. 먼저 그 내용을 잘 알고 있는 경우 해당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지, 아는 대로 말해보라는 검증 질문이다. 그게 아니면 해당 기술에 대한 배경을 물어보거나 더 자세히 설명을 부탁한다. 전자, 후자의 경우 모두 좋다. 유래와 역사, 트렌드까지 포함하여 중복되는 내용이 없는 선에서 최대한 길게 설명한다.


 그러던 중 면접관의 의견과 내 대답과 충돌하는 상황이 생겼다.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내가 맞다고 생각했음에도 면접관의 의견에 따라 다시 말을 정리하거나 좀 더 알아보겠다는 신중한 대답을 할 것인지, 소신 있게 내가 맞다고 주장할 것인지 고민해야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면접관과 회사의 성향을 떠올렸다. 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고 면접관도 맥락이 같았다. 혹시 내가 틀릴지라도 자신감 있게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을 어필하겠다고 다짐하고 주장을 굳히는 말을 이어갔다. 여기서 내 논리에 부족함이 있다면 탈락이라고 생각했고, 나름의 논리가 있다면 똑똑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 잘 어필됐으리라고 생각했다. 분명한 승부수였다.


 다양한 내용을 PPT에 담았지만 한 프로젝트에만 대해서 깊게 이야기했다. 발표에 대한 질문은 한차례 지나가고 A 면접관은 구체적인 문제 상황을 제시하며 어떻게 대처하겠느냐고 물었다. 질문은 조금씩 변형되어 이어졌다. 새로운 주제, 환경, 도메인, 데이터를 만났을 때 나의 대처 방안을 물었다. 새로운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의 양과 전략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점점 느껴졌다. 나는 내가 했던 분야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하게 되겠다는 것을. 처음 보는 문제를 어떻게 풀겠냐는 질문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해당 도메인 데이터를 먼저 공부하고 살피겠다는 대답을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당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의 실제 고민이었고 나는 내가 대답한 것처럼 도메인 데이터를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나에 대한 질문이 끝나고 회사에 궁금한 것 없냐고 물었다. 서칭을 통해 회사에서 진행되는 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피력했다. 또 옆 회사는 이런 것들을 하던데 여기는 어떻게 되냐는 식의 다소 공격적인 질문도 했다. 인상적인 것은 세 분의 면접관 모두 아주 여유롭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회사의 장점을 이야기해줬다는 것이다. 늦지 않게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말과 함께 면접이 끝났다.


배운 것

 여유 있는 면접관 세 분과 함께 즐거운 대화를 했다고 느꼈다. 면접의 질문도 흐름에 맞게 자연스러웠고 억지스럽거나 비상식적인 말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이렇게 느꼈으면 그분들도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기대해본다. 면접은 인생의 선배 여럿이 나에게만 관심을 쏟는 시간이며 내가 했던 것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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