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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키 Feb 21. 2021

AI 연구자 임원면접 후기 및 회고

마지막으로 할 말 있나요?

 최종 면접에서는 임원 두 분이 들어오셨다. 지난 면접에서 만난 세 분의 면접관은 개발자의 느낌이 났고 젊었으며 테크니컬한 질문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들어오시자마자 회사의 사정을 설명하며 주어진 TO가 워낙 적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도 난감하다는 이야기를 먼저 하셨다. 잘 알고 있다며 웃어넘겼지만 의도치 않은 기선제압이 됐다는 걸 아셨으려나. 두 분의 면접관에겐 수많은 면접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여유가 있었다. 오는 데 얼마나 걸렸냐며 스몰 토크를 하다가 '자 이제 시작해 볼까요' 하시며 졸업 연구에 대한 질문으로 면접이 시작됐다.


마치 나를 간파하는 눈빛.


일의 의미와 나의 차별점

 구체적인 내용을 묻기보다 연구가 지니는 의미를 물어보셨다. 정말 이 연구가 필요한 건지, 활용될 가능성은 있는 건지를 대답해야 했는데, 이 질문이 여러 번 이어졌다. 정말 '솔직한' 마음으로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데 몇 개월 밤새며 완성한 자식 같은 졸업 연구에 대해 어찌 부정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게 함정이다. 이런 질문의 의도는 본인의 결과물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볼 때 자신의 실력과 작업물의 결과가 어떤지를 주장해야 하고, 결과물이 좋지 않더라도 그 이유와 개선 방안을 피력하면 된다. 나는 프로토 타입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실제 프로덕션 레벨에서는 사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건 타겟을 프로토 타입 레벨로 설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 몇 번의 질문을 통해 처음 보는 연구의 본질을 파고드셨고 시간이 지나도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또 계속 이어졌던 것은 AI가 꼭 필요했냐는 것이다. 아무래도 유행에 따라 명확한 이유 없이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아 분명하고 솔직한 Motivation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한다.


(면접관) "저희가 우키 님을 뽑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요?"
(나) "저보다 잘 하는 사람이 더 있을 수 있지만, 저는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은 실패를 해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원 면접은 직설적이었다. 타 지원자에 비해 지닌 강점은 무엇인지, 협업 상황에서의 강점은 무엇인지, 약점은 무엇인지, 갈등 상황에서 대처는 어떻게 할지 등 무거운 질문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쉴 만한 질문을 만나 말을 길게 늘이려고 하면 내 말을 끊고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면접관의 손바닥 위에 있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대답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청 긴장했었고 땀이 났었다는 것만 기억이 난다. 질문은 날카로웠고 내가 대답할 때마다 두 면접관은 눈을 위로 올리며 한숨을 쉬고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내 대답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지나간 면접자와 나를 실시간으로 비교하며 고민하는 것이었다. 허를 찌르는 질문과 나의 무난한 대답이 오가며 나는 생각했다. '한 방'이 필요하다고. 그러나 결코 넘볼 수 없는 실력차에 이렇다 할 방도를 찾지 못했다.


나의 질문과 최후 발언도 면접의 일부

"네 알겠습니다, 이제 질문하세요."


 마무리 질문이나 멘트가 없이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보다 타이밍이 훨씬 빨랐다. 준비해온 질문이 몇 있었지만 질문 공세에 혼이 나가서 하나도 떠올리지 못했다. 방금 답변한 것과 연관 지어 조직 적응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내가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길었다. 마치 이것도 하나의 테스트로 여겨졌다. 회사에 정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 상황에서 많은 질문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질문이 끝났다고 말을 하니 한 분께서 물어보셨다. 


"마지막으로 할 말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한 여러 팁을 얻었었다. 면접에서 충분히 이야기를 했다면 없다고 대답하는 것도 좋은 답변이라고 들었고, 면접관에게 짤막한 감사 인사를 표하는 안도 있었다. 유명한 유튜브 영상을 보면 '만약 제가 떨어진다면 어떤 이유일까요? 제게 부족한 점은 무엇일까요?' 하는 당돌한 마지막 한 마디도 있었다. 나를 기억시킬 만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 생각이 안 나고 '아쉽다'는 생각만 들었다. 긴장해서 말이 계속 빨라졌던 것이 마이너스면 어떡하지 싶기도 하고. '어... 어..' 하며 뜸을 들이다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말을 했다.


"OO회사는 제1 Pick이었습니다."


 면접관 두 분은 한번 더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셨다. 그리고 늦지 않게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말과 함께  면접이 끝났다. 그리고 바로 다음 주, 정말 늦지 않게 합격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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