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주간 보고 작성하기
입사 후 '주간 보고 회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일주일 중 유일한 일정이었다. 일주일 간 업무를 보고하는 시간이었고 나는 이 시간이 좋았다. 명확하고 분명한 언어로 진행상황을 공유했고, 한 주마다 새롭게 시작되는 일과 완료된 일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다. 대학원에서도 이렇게 업무를 점검할 수 있었다면 훨씬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매번 했다. 체계가 잘 잡힌 연구실이랄까? 평가 척도가 있고 기준이 있는 연구실 같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일주일간의 시간이 몇 줄의 문장으로 요약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사수님은 매주 우리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을 아주 깔끔하게 정리해내셨다. 내가 한 일에 대한 나의 설명보다도 더 명쾌하고 의미가 잘 전달됐다.
주간 보고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가장 작은 단위인 '팀'부터 회의를 시작한 뒤, 점점 단위와 조직이 커지면서 동일한 회의가 진행되고 결국 대표님에게까지 보고된다. 각 회의를 거친 뒤에는 회의의 주체자(팀 회의에선 팀장님)가 내용을 재구성하고 편집하는 과정을 거친다. 아주 단순하게 보면 주간 보고서는 팀원은 팀장에게, 팀장은 실장에게 이런 업무를 했다고 알리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이렇게나 잘 일했다는 것을 어필하는 회사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보고서를 잘 쓰는 것이 입사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머릿속으로 주간보고를 작성해보고 사수님이 작성한 것과 비교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부분에 대해서 이해가 되지 않을 때 물어봤다. 여러 가지 답변을 해주셨지만 핵심은 '의미'있는 내용을 담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의미 있는 내용은 무엇일까?
다음으로는 회의 때 공유한 모든 프로젝트의 내용 원본과 팀장님의 편집본을 비교해봤다. 매번 수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제목과 내용, 일정에 편집이 이루어졌다. 어색한 표현을 고치는 것은 금방 이해가 됐지만 내용을 축소하거나 삭제하는 큰 변화는 그 의도를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점심을 먹으러 내려가는 어느 날 팀장님께 물어봤다. '주간 보고 편집하신 것을 읽어봤는데요, 실장님이 보시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삭제하고 추상적으로 쓰신 건가요?' 일정 부분 맞다고 했다. 그렇다면 결국 내 보고서도 실장님을 향해야 하는 것인지 헷갈렸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러면 팀장 님의 수정본을 정답이라고 봐도 될까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도 좋다고 하셨다. 이 날로부터 팀장님 버전을 정답으로 두고, 나의 답변과 사수님의 답변을 비교하며 익혔다. 아쉽게도 더 윗단의 보고서는 접근 권한이 없었다.
회사에서 처음으로 책을 빌렸다. "팀장을 위한 보고서 검토 기술"이다. 새롭게 팀장이 되는 사람이 타겟 독자여서 괜히 민망한 기분이 들어 몰래 읽었다. 처음 읽는 유형의 책이어서 좋은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큰 도움이 되었고 마치 수행평가의 채점 기준표를 읽는 느낌이었다. 어떤 부분에서 검토받는지를 알게 된다면 그 영역에서 잘하면 되니까, 이것이야 말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 아닐까. 지금도 여러 사람의 보고서를 비교해가는 습관은 유지하고 있고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