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에 목표 세우기와 다짐에 대한 글이 많다. 나도 1월이면 새 해 목표를 세우는데, 사람들이 많이 결심하는 목표와는 좀 다른 부분이 있다.
2021년 자료를 가져왔지만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일찍 일어나기’, ‘책 읽기’, ‘1주에 몇 번 운동하기’, ‘강의 듣기’ 등이 있을거다.
위 목표들은 행위(doing)에 집중한다. 행동 지침으로 만들어서 시작하기 쉽고, 측정 가능하며 성취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행동을 통해서 무얼 이루고자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따라서 행동하기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그 행동을 통해 이루려는 결과(result)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스쿼트’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아마 폐활량이나, 일상 생활의 체력 증진이나 체중 감량이 목표일 거다. 하루에 스쿼트를 매일 30개씩 하더라도 원하는 결과(이를테면 체중 감량)를 얻지 못할 수 있다. 결과는 없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과'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OKR(Objective and Key Results) 라는 목표 관리 방법론이 있다. 새해 목표로 삼은 것이 있다면, 관점을 조금만 바꿔서 목표를 점검해보길 바란다. (OKR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OKR: 전설적인 벤처투자자가 구글에 전해준 성공 방식>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설명한 OKR 문서를 참고.)
OKR 목표 관리 방법론에서는, 목표(Ojbective)를 적고 원하는 목표를 이뤘을 때 나타날 핵심 결과들(Key Results)을 설정한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해서 날씬한 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면, 행동이 아닌 결과에 초점을 맞추어 ‘체지방률 15%’, ‘복부지방률 0.75 달성’, ‘모 브랜드의 100 사이즈 옷 입기’ 등이 될 수 있다. 처음엔 행동이 아닌 결과를 미리 쓰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어떤 결과를 보면 내가 이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통해 KR을 작성해보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내가 적은 모든 KR을 달성하고도 목표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을까?’ 라는 질문을 통해 KR을 보강할 수 있다.
목표는 처음에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관리의 관점에서 목표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지를 고민하고 표현하는 것도 좋다.
새해 목표는 아마도 작년에 개인이 경험한 여러 사건과 감정, 중요한 가치관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목표를 들여다보면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많다. 예를 들어 ‘스쿼트’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진짜 목표는 다이어트를 통해 농구 경기에서 더 오랜 시간 출전하는 것이라고 하자. OKR의 방법론에서 목표(Objective) 를 정할 때 ‘날렵한 가드의 몸을 만든다’ 라고 정할 수 있다. 단순히 ‘스쿼트하기’가 아니다. 개인에게 중요한 의미를 담아서, 목표를 볼 때마다 이루고 싶은 마음을 북돋게 해서 지속적으로 목표를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2022년, 2023년 2년간 아내와 OKR로 새해 목표를 세웠고, 이렇게 만든 목표의 일부를 공개한다.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면서 설레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했음을 보이는 핵심 결과를 써보길 추천한다.
목표(Objective): 폭발적인 힘을 내는 기능적인 몸을 갖는다
핵심 결과(Key Results)
- 6월까지 체지방 15퍼센트
- 서전트 점프 10cm 증가
- 농구 시합을 할 때 동료 A의 전담 수비수가 된다.(직장 동료 A의 순간 스피드를 따라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목표(Objective): 샤워 후 거울에 비치는 탄탄하고 늘씬한 바디를 갖는다.
핵심 결과(Key Results)
- 체지방 22%
- 몸이 예쁘다는 칭찬을 상반기에 3회 이상 듣는다. (등근육이 보여요. 힙이 굴곡있어요.)
- 작아서 지금은 입지 못하는 BOL 브랜드의 체크 원피스를 입는다.
목표(Objective): 인간적이면서 연구 성과를 내는 팀장이 된다.
핵심 결과(Key Results)
- 팀 성과 상위권(1, 2위)
- 1on1 미팅을 5회 이상 진행한다.
- "일할 맛이 난다, 일에 집중하게 되었다, 고맙다"라는 피드백을 듣는다.
- 논문 출판 혹은 특허 제출한다.
간혹 1년의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져 연간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시시때때로 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십분 공감한다. 2022년, 2023년을 돌아보면 아예 바뀐 목표도 있고, 몸이 다치거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 세부적인 KR 조정이 필요할 때도 있었다.
따라서 목표를 세우는 것처럼 목표를 점검하고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번 세운 목표를 연말에 가서 확인하는 것보다 수시로 점검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나는 최소 분기 별로 1번씩은 점검하고 조정한다. 그 과정에서 내 실제 행동과 내가 바라는 것의 차이를 인지하고 고민하면서 새로운 깨달음과 동력을 얻는다. 과거에 적었던 목표가 나에게 정말 필요한 목표가 아니었을 수도 있고, 목표 자체를 까먹었을 수도 있다.
아내와 함께 OKR을 작성하고 돌아볼 때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성취하고 목표를 달성했다는 걸 발견하곤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목표와 달성 여부가 궁금하다. 새해 목표를 달성했을까, 그렇지 안하면 왜 달성하지 못했을까? 혹시 1월에만 보고 완전히 잊혀지진 않았을까? 그래서 어떤 목표가 있었고 달성했는지 아닌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던 건 아닐까? 목표를 좀 더 짧은 텀으로 잡거나, KR에 구체적인 일정을 명시하거나, 목표를 보다 자주 점검하도록 자주 볼 수 있는 곳에 목표를 적어두는 등 해볼 수 있는 건 많다.
*이루지 못한 새해 목표나 올해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댓글로 적어주세요. 제가 OKR 관점에서 피드백을 드리거나, 응원의 댓글을 달겠습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