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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Sep 14. 2022

문어(4/4)

4부작 단편 SF소설

 본 소설은 SF입니다만, 각종 Data 및 수치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으니 그냥 재미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3편에서 계속 -

https://brunch.co.kr/@ragony/148


"휴... 첫 번째 난관은 통과했군... 일단 착륙선까지 가는 건 문제없겠어.

 민크루. 핵전지 드릴 봉인하고, 식별 안테나 설치해주세요. 저건 여기 남겨두고 간다."


"알겠습니다. 선장님. 이 다음 후발 탐사대가 올 때 또 유용하겠지요."


"사령선, 여기는 비둘기. 우리 이제 돌아갑니다. 우리가 뭘 발견했나 본다면 놀랄겁니다~"




비둘기 착륙선에 탐사차량이 다시 수납되었다. 이제 도킹 우주선이 이륙할 차례.


"민크루. 사령선에 Data 전송 다 했죠? 이제 집에 가자고. 도킹 모듈로 갑시다."


 착륙선은 그대로 이륙할 수 없다. 가져온 것을 도로 가져가기엔 착륙선이 너무 무겁다. 아폴로 11호 달 착륙선처럼, 사령선으로 돌아갈 때는 딱 세 사람만 탑승 가능한 도킹 모듈을 써야 한다. 착륙선 본체도, 탐사차량도 모두 남겨놓고 가야 한다. 탐사차량은 동력만 보충된다면 후발 탐사대에 유용한 장비가 되어줄 것이다.


 원래 탑승 예정이었던 한크루가 사령선에 남았으니, 딱 한 사람의 귀환 연료량만큼 절감이 가능하다. 그러면, 유로파 천이궤도 보정에 썼던 연료량만큼 절감이 가능하니까 지구 귀환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잘만 된다면.


"자, 이륙 점검합시다. 사령선 공전궤도 확인 OK. 도킹 모듈 밀폐 점검 OK. 이륙 엔진 점화 시험 OK. 연료량 OK. 통신상태 OK. 지반 기울기 OK. All Clear."


"사령선 나오세요. 곧 이륙합니다."


"예. 스탠바이. 잠시 후 뵙겠습니다 선장님."


"5,4,3,2,1. 출발!"


요란한 엔진 점화음과 동시에 튀어나가듯 도킹 모듈이 발사되었다. 지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벼운 중력 탓에 가뿐히, 빠르게 솟아올랐다. 도킹 모듈이 사령선을 만나는 것은 딱 3분 17초면 충분했다.



"김크루, 한크루. 거의 다 왔어요. 어레스팅 와이어 준비해주세요."


마지막 도킹은 항공모함에 항공기가 착함하듯, 어레스팅 와이어로 유도하고 락킹핀으로 락온 후 유압실린더로 최종 밀폐시킨다. 그 시작단계가 어레스팅 와이어 결착.


김크루는 어레스팅 와이어 전개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바로 울리는 알람.


"아... 선장님, 3시방향 어레스팅 와이어 레버가 100% 전개되지 않습니다. 수동 전개 시도하겠습니다."


"빨리빨리. 시간이 얼마 없어. 도킹 모듈은 관성력탓에 2분만 있으면 우주미아가 된다고."


김크루는 해모수 우주선 외곽에 붙은 정비용 로봇팔로 와이어 레버 수동 전개를 시도했다. 그런데,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한크루님, 우주유영복을 입고 밖에서 도와줘요. 급해요."


"알겠습니다. 바로 나갈게요."


 비상상황을 대비해서 우주유영복을 입고있던 한크루는 헬멧을 장착하고 에어콕 구역으로 나갔다. 밀폐와 감압을 거쳐 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여 초. 이미, 2분 중 약 1분을 허비했다. 질소 중독을 피하려면 감압절차가 최소 3분 21초가 걸리지만 지금은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다.


 우주 유영의 기본인 안전줄을 허리에 장착하고 나머지 한쪽은 자동윈치에 걸고나서 3시 레버로 향했다. 레버는 외관상 손상된 곳이 없었으며 손으로 당겨도 꼼짝도 안 했다. 


"이상하다, 이럴리가 없는데. 뭐가 문제지.... 아... 아.... 선장님..... 민크루님......"


 한크루가 바둥거리고 있는 새, 불과 5m 거리에서 도킹 모듈이 스쳐 지나간다. 어레스팅 와이어가 100% 전개되어 있었다면 무난히 잡을 수 있는 거리다.


 태선장은 알고 있다. 이제 작별할 시간이란 걸. 스스로 귀환할 수 있는 방법은 더 이상 없다. 해모수 사령선이 공전궤도를 이탈해서 도킹 모듈 쪽으로 항행하면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그럴 경우 지구로의 귀환 연료가 부족해져서 어차피 생존이 불가하다.


"그래... 의미있는 인생이었어. 그리고, 의미있는 발견이었어. 인류는 우리 노력을 영원히 기억할거야."


"선장님..... 선장님......... 아...민크루님....."


 사령선의 총괄 항해사인 김크루도 말을 잇지 못한다.


"저도 처음부터 죽음을 각오하고 떠났던 탐사길이었습니다. 살아갈 수는 없지만 의미있는 발견을 했으니 보람된 삶이었어요. 아무도 탓하지 않겠습니다."


 의외로 민크루도 담담하다. 마치 오래전부터 죽음을 준비해 온 것 같은 목소리다.


 모두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 번 멀어진 우주선은 작용 반작용이 없이는 다시는 가까워질 수 없다. 네 우주인은 서로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주는 것 말고는 아무 말도 잇지를 못했다.


 10여분 후, 도킹 모듈은 이미 점으로 바뀌어 해모수 우주선의 시야에서 멀어져 버렸다. 그들의 탈출속도와 공전궤도를 고려하면 영원히 목성의 인공위성이 되어 공전하게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 freepick


"김크루님... 에어락 개방해주세요. 귀환하겠습니다."


한크루는 김크루에게 에어락 개방을 요청했다.


"......"


"김크루님??"


한크루는 순간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바로 그때, 생명줄 윈치가 떨어져나간다. 비상상황에서 생명줄이 우주유영 비행사의 유영을 방해할 때, 다른 방법으로 안전을 확보한 후 사령실에서 강제로 생명줄을 제거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것이 작동된 것이다.


"설마? 김크루님? 김크루님???  김크루, 김크루!!!"


"...............미안합니다."


한크루는 점점 우주선과 자신의 몸이 멀어져 감을 느꼈다. 뭐지? 왜? 훈련기간 임무기간 포함하면 무려 4년 가까이 한솥밥 먹는 동료였는데, 대체 왜??? 왜 갑자기 살인을? 한크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김크루, 대체 왜! 이유나 알고 죽자! 왜 그러는거야? 설마 어레스팅 와이어, 도킹 모듈도 일부러?????"


한크루는 이미 통제력을 잃고 우주 허공에서 바동거린다.


"미안합니다. 모든 건 이 문어 때문입니다. 저는 지구 보호를 위해 비밀을 지켜야 해요."


"무슨 비밀? 왜?"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삐~"


 한크루 역시 30여 분 후 허공의 점으로 변했다. 한크루는 도킹모듈처럼 속도가 없었던 까닭에 목성까지 천이궤도에 올라타지 못하고 영원히 유로파의 공전궤도를 떠돌게 될 것이다.





수신 : 아라칸 본부

발신 : 태평양 지국 78번 요원(해모수 우주선 항해사)

제목 : 임무 완수 보고


 아라칸 태평양 지국 78번 요원입니다. 임무 완수 보고 드립니다.

 확인된 바와 같이 유로파는 이프라코 행성인이 설계한 문어 생체로봇을 이용하여 테라포밍 중이었습니다. 지구인이 타 행성인이 이미 테라포밍 중인 행성이나 위성에 무단잠입하여 그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일은 지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바, 지구 전체의 안보확보를 위해 부득불 탐사팀이 획득한 모든 정보를 파기하고 정보 관계자를 제거하였음을 보고드립니다. 다음 지령을 기다리겠습니다.





 아라칸 본부는 우주연방으로부터 지구를 대표하는 조직이다. 아라칸 본부는 2,500년 전부터 외계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약 15만 5천년 전, 이프라코 행성인은 지구의 테라포밍을 위해 문어 생체로봇을 지구에 심어두었고, 오늘날의 지구 자연환경을 조성하였다. 그런데, 이프라코 행성인이 처음 테라포밍하던 때 아무 관심도 없던 희귀한 생물종인 인간이라는 생물이 이프라코 행성인이 만드는 테라포밍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지능이 무섭게 발전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2,500여년 전부터 간간이 지구를 찾아오는 이프라코 행성인은 상대로 협상을 시도했다.


 "우리는 이 행성의 원주민입니다. 당신들이 테라포밍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고향별을 떠날 수 없습니다."


 주인이 없는 행성인 줄 알았던 이프라코 행성인은 난감했다. 그들은 불과 몇 백만 명에 불과한 미개한 포유류가 단기간에 이렇게 수십억 개체수를 형성한 발전된 문명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이프라코 행성인은 원주민의 지구행성 소유권 주장을 인정했다. 대신, 단서를 달았다.


1. 태양계 내에서 테라포밍 중인 다른 행성, 위성에 대해서는 소유권을 주장하지 말 것. 테라포밍 과정을 엿보지도 말 것. 위반 시 지구와 전쟁을 불사하겠음.

2. 지구에서 테라포밍 중인 문어 생체로봇은 회수하지 않겠음. 그것들은 이프라코 행성과 똑같은 자연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 것이나, 지구인들은 알아서 적응하시기 바람.


 지구 밖으로 나갈 생각도 기술도 없던 지구인들은 그들의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미, 이프라코 행성과 같은 수준으로 테라포밍이 거의 완성된 마당에 더 적응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불과 몇 천년만에 지구인의 지능이 갑자기 높아진 것도 어쩌면 이프라코 행성으로의 테라포밍 덕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구인의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드디어 태양계의 다른 행성과 위성으로 진출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 음지에서 지구를 대표하던 아라칸 본부는 지구가 걱정이 되었다.


"안 돼... 우리는 함부러 밖에 나가면 안 되는데. 그들이 공격할 거야."


 호기심이 기술발전의 원동력인 인류를 막을수는 없었다. 다만, 아라칸 본부는 2,500년 전 이프라코 행성인과 맺은 협약을 지켜야만 했다. 우주 탐사는 막지 않되, 이프라코 행성인이 개척중인 행성, 위성은 피해갈 수 있도록. 그래서, 아라칸 본부는 각 국의 우주개발기관마다 비밀리에 요원들을 배치하였다.




"78번 요원에게서 보고서가 도착했습니다."


"이런. 우려했던 일이. 그래도 우리 요원이 잘 막았군요."


"해모수 우주선은 어떻게 할까요? 이대로 귀환하면 또 여러 의혹에 휩싸일텐데."


"우리 요원이 타고 있습니다. 조용히 구출할 길이 없나요?"


"구출만 고려하면 지구 궤도라면 가능할텐데, 지구 궤도로 들어온다면 이미 전 세계의 우주개발기관의 눈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심우주 구출은 불가능하다 그 말이죠?"


"예. 현재 기술로는 어렵습니다."


"최고위원 회의를 소집하세요. 비밀리에."


이미지 출처 : 나무위키


 78번 요원과 해모수 우주선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한 최고위원 회의가 아라칸 본부에서 열렸다. 78번 요원을 구출하게 된다면 정보가 샐 확률이 크다. 정보가 밖으로 새어나간다면 과격분자들 선동에 의해 이프라코 행성인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직 지구의 기술은 이프라코 행성인과 전쟁할 수준이 안 된다. 그들과 대등한 기술과 힘을 갖추려면 적어도 2~3천년은 더 참고 기다려야 한다.


 매정하지만...... 최고위원들은 결단을 내렸다.




"불의의 사고로 대원들을 모두 잃고 항해사 혼자 귀환하던 해모수 우주선이 오늘 새벽 02시를 기하여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지구에서 심우주 망원경을 사용하여 우주선 궤도를 추적하고, 중력파 비상 통신망을 개방하여 실종된 우주선을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행방을 모르고 있습니다."



 소식을 접한 모든 지구인들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리고 한 동안은 유로파 유인탐사에 관한 이야기는 아무도 꺼낼 수 없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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