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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Nov 05. 2022

가나안 프로젝트-1

제975차 유엔총회

이 글은 출간경험 전무한 초보작가가 취미로 쓰는 SF 소설입니다. 소설에서 담고 있는 과학적 가정과 수치들은 근거가 전혀 없으며, 특정 단체나 종교의 언급은 현실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일 뿐 다른 목적이 전혀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여러분, 이것은 두 번째 지구를 만드는 일입니다. 지구와 가장 비슷한 행성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화성이지만, 지금은 지구와는 너무도 다릅니다. 이 계획이 성공리에 진행된다면, 인류는 물이 가득하고 대기가 있고 중력이 현격히 보강된 아늑한 화성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화성 테라포밍 연합회 회장 김만수는 제975차 유엔 총회 연설대에 올랐다. "사이언스" 학술지에 "유로파 위성과 화성 융합을 통한 단기간 화성 테라포밍 방법"이란 논문이 발표된 지 2년 7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화성에 시범적 정착 기지가 만들어진지 15년이 흘렀지만 지구의 보급이 없이는 자체 식민지의 운영이 불가능한 현실을 마주하며 행성 식민지 무용론이 커지고 있던 시점이었다. 화성의 빙하를 녹여 수자원으로 활용하는 법 등 화성 테라포밍에 관한 수많은 방법들이 시도되었지만, 얼음을 물로 만드는 족족 부족한 대기와 낮은 중력 탓에 기화된 물을 우주로 뺏길 뿐이었다. 수억 년 전 물이 흘렀을 것이 확실했던 화성이 지금처럼 메마른 땅이 되어버린 건, 낮은 중력 탓이었으며 이는 현대 과학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화성을 조기에 테라포밍 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 발표된 것이다. 그것은, 물이 풍부한 것으로 확인된 목성의 유로파 행성을 화성과 융합하는 일! 만일, 목성의 위성 유로파를 화성으로 가져와서 화성과 합칠 수만 있다면 현재 지구의 38%에 불과한 화성의 중력을 지구 57% 수준만큼 끌어올릴 수 있고, 지구보다 더 많은 물을 가져올 수 있다. 증가한 중력은 대기를 좀 더 붙잡아 둘 수 있어 약한 중력에 기인한 대기 손실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행성과 위성 간의 융합은 낮은 중력 문제와 물 부족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이다.


 세부적 방법은 이렇다.


 유로파 표면에 핵융합 엔진을 설치한다. 유로파 자체에 물이 매우 풍부하므로, 핵융합 엔진의 원료인 수소 자원을 확보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일단, 핵융합 엔진이 가동되기만 한다면 여기서 생성된 전력 에너지로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얻고 그 수소를 다시 핵융합 에너지의 원료로 쓴다. 수소 자원을 얻기 위한 전력 에너지는 전체 핵융합 에너지의 0.1%면 충분하므로, 나머지 99.9%의 에너지는 유로파의 공전궤도를 바꾸기 위한 핵융합 엔진의 추진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은 작용-반작용의 원리이므로 핵융합 엔진에서 단방향으로 지속적인 힘을 가하기만 하면, 유로파는 점점 목성 궤도에서 멀어질 수 있다. 핵융합 엔진의 추진체로는 증기를 사용하면 된다. 물은 유로파에서 매우 흔한 자원이며, 핵융합 에너지로 초고온을 얻을 수 있으므로 유로파의 물을 초고온고압 압축 증기로 만든 다음, 지표에 설치된 노즐에 통과시켜 하늘로 솟구치게 만들면 된다. 유로파는 달처럼 목성과 조석 고정이 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언제나 목성을 향해 한 면만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지상에 설치된 초대형 엔진만 가동하면 목성과 멀어지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힘을 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250TJ급의 엔진 4기를 쉬지 않고 가동하면 3년 7개월 후에 목성의 중력을 이길 만큼의 가속도가 만들어지고 추가적으로 1년 3개월 더 엔진을 가동하면 화성 방향으로의 충분한 궤도 천이가 가능하다고 한다. 연속 엔진 가동에 필요한 5년 10개월의 기간 동안 총 970 Tera ton의 물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었며, 이는 유로파가 보유한 물의 총량 중 1.7%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유로파는 화성에 점점 가까워질 것이며 유로파가 목성의 공전궤도를 이탈한 날로부터 약 7년 3개월이 지나는 시점에 화성의 공전궤도에 일치하는 지점을 지나며 두 행성과 위성은 대충돌을 일으키며 하나의 행성이 될 것이다. 충돌 시점에 엄청난 마찰열로 유로파가 지닌 대부분의 물이 수증기로 바뀌어 대기를 형성할 것이며 형성된 대기의 7%는 우주로 흩어지겠지만, 나머지는 수백 년 안에 다시 액화되어 지표로 떨어진 후 지구와 같은 바다를 형성할 것으로 계산되었다.


 김만수 회장의 이 대담한 유엔 총회 기조연설은 각 국 대표단으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고, 각 국은 "유로파와 화성의 통합안"을 제979차 유엔 총회 공식 의안으로 채택하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하였다.



                       

 "안 됩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자연 질서를 대 놓고 깨뜨리는 일이라니요. 이 일은 지구 멸망뿐만 아니라 우주적 재앙이 될 것입니다. 행성의 창조가 아니라 멀쩡한 행성과 위성의 파괴입니다! 하나님은 이 일을 허락할 리 없습니다."


 하나교회 한 목사가 한국기독교회를 대표하여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신이 창조한 자연 세계를 인간이 개입하여 파괴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종교가 과학 발전을 막는 행위는 갈릴레오 시절로 끝내야 합니다. 또 400년 뒤에야 사과문을 발표하실 겁니까? 이건 미래세대를 위한 씨뿌리기와 다를 바 없어요. 인류가 절멸하기 직전까지 가다가 겨우 살아난 기억을 벌써 잊으신 겁니까? “


 과학계 대표로 나선 한국대 신 교수가 반격에 나섰다.     

 제975차 유엔총회가 끝난 지 2주일 후 한국 국회회관 대강당에서는 "유로파와 화성의 통합안"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여야 국회의원은 물론, 과학계, 종교계, 재계, 환경단체 및 인문사회 저명학자 및 교수단체도 참석한 대규모 토론회였다.


 토론회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언젠가 해야 된다면 단 하루라도 먼저 해야 한다는 부류, 자연 섭리를 거스르는 파괴행위이니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부류. 단 하루라도 먼저 해야 한다는 부류는 과학계와 재계 쪽이었고 반대하는 쪽은 종교계, 환경단체 쪽이었다. 인문사회계는 일단 중립적 입장이었다. 표면적으로 직접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정치계는 이미 찬성하는 쪽이었는데 이는 다 이유가 있었다. 사실, 토론회라고 이름 붙이긴 했지만 이면에서 정책을 다 결정해놓고 동의만 구하는 "주민설명회“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 2편으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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