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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Sep 20. 2022

한국형 경항공모함, 반대합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다녀오는 군대. 나는 비행기가 좋아서 공군에 입대했고 병장으로 만기전역했다. 물론 당연히 파일럿 일리가 없었고 항공기라곤 전역 말미에 휴가차 타본 수송기가 전부였지만, 그때도 지금도 잘 빠진 전투기가 무척 멋있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분단 특수상황에다, 성인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군대를 다녀오는 우리나라는 밀리터리 매니아가 많은 편이다. 나도 첨단 군사무기에 무척 관심이 많다.


 한국 무기체계를 둘러싼 이슈는 꼼꼼하게 챙겨 읽어보는 편인데, 문정부 말기부터 한국형 경항모 사업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한쪽에서는 한국 안보를 생각하면 당장 해야 한다 / 반대쪽은 돈 먹는 하마일 뿐이고 쓸모없다 - 이런 논리.


 나는 과학을 사랑하는 공학도답게, 일반적으로 일단 뭐라도 시도라도 해 보면 시간 지나서 다 좋아져 있을게다 하는 입장인 편인데, 이번 경항모 이슈만큼은 많이 부정적 입장이다.


 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수차 왔다 갔다 갈팡질팡 하던 사업인데, 몇 기사들을 먼저 보자.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40814&ref=A


https://n.news.naver.com/article/052/0001791214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2/08/27/HG7DRCKYNVETFCVRVWQETKHSNY/?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http://www.mhj21.com/151606


 https://www.ddanzi.com/ddanziNews/693836348

https://weekly.donga.com/3/all/11/2403346/1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109/111158078/1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528/113670149/1

https://blog.naver.com/thfvpzmfvp098/222789017495


 모름지기 정책에 훈수를 두려면 양쪽에서 주장하는 바를 잘 읽고 이해한 다음에 판단해야 한다. 내가 군사전문가는 아니지만 찬성, 반대 양쪽 말 다 듣고 충분히 공부해봤는데, 내 생각은 이건 섣불리 하면 안 된다.


(반대이유1) 경항모는 수직이착륙기만 쓸 수 있는데, 제대로 된 수직이착륙기는 세상에 없다.

 좀 옛날에는 영국에서 만든 씨 해리어라는 기종도 수직 이착륙이 되긴 했는데 여러 이유로 단종된 지 오래고, 요즘에는 미국에서 개발한 F-35B 기체 한 종류밖에 없다. 그런데, 이거 아직 개발 완료도 안 되었을뿐더러, 이걸로 제대로 된 작전을 할 수도 없다. 작전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훈련을 하기도 힘들다.

 사출기가 없는 경항모에서 F-35B는 단거리활주이륙을 하고 수직착함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항모 운용법인데, 연료와 미사일을 잔뜩 싣고 떠난 F-35B가 수직착륙하려면 연료건 미사일이건 다 소진하고 오지 않으면 중량 제한 때문에 수직착륙 자체를 시도할 수 없다고 한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이 F-35B 항공기의 공허중량(연료, 무장을 제외한 자체 중량)이 14.7톤에 달하는 대형 기체인데, 수직착륙 허용중량은 16.8톤이 초과하면 안 되는 설계로, 최대 이륙하중 27.2톤으로 설계된 능력의 10톤 만큼을 덜어내야 착륙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기름이고 미사일이고 잔뜩 싣고 이륙해서 이걸 소진하지 못한다면, 바다에 다 버리지 않으면 착륙하지 못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수직착함 시 추력중심부에서 약 1,000도에 달하는 열이 방산되는데, 이는 내열코팅된 항공모함 갑판과 주변 장치에 손상을 줄 정도로 매우 극한조건이라고 한다. 여기에, 추력방향을 강제로 바꾸며 극한의 열을 노즐로 받아내는 엔진의 내구성도 믿을 게 못 되어 잦은 주기로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F-35 시리즈의 정비는 오로지 인증받는 미국 정비사에 의해서만 정비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향후 운영 시 엄청난 정비비는 차치하더라도 모든 정비역량을 미국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 정비사는 허락없이 나사못 하나 마음대로 못 푼다고.

 F-35B는 이미 미국 및 영국 항모에 실전배치되어 있는 기체이기는 하지만 운영상 문제점이 너무 많고 정비가 복잡한 기종이라 드러난 문제점이 언제쯤 해결될런지 기약도 없는 기체라는 말이 무성하다.

 돈은 돈대로 비싸고, 모든 정비는 미국에 맡길 수밖에 없는데도 운영전략은 극히 제한적인 이런 기체를 쓰는 게 타당한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전 세계에 수직이착륙을 할 수 있는 기체는 2022년 현재, 이 기체가 유일하다.


(반대이유2) 항모는 미사일 또는 어뢰의 가장 좋은 먹잇감이다.

 과거 전쟁과는 다르게 현대전은 미사일 전쟁이다. 탱크도 비행기도 필요없고, 지하벙커에서 스위치만 누르면 조종사 없는 미사일 혼자 날아가서 표적을 명중시키는 세상이다. 대함미사일 기술은 최근에 급격히 더 발전했는데, 이미 요격 대응체계가 없다는 초음속 대함미사일 개발이 끝나 실전배치가 되었다.


https://kkmd.tistory.com/89


 항모는 대부분 스스로의 방호능력이 없다. 그래서 항모는 반드시 항모방위전단을 대동해서 움직여야 한다. 과거에는 적이 미사일을 전개하기 전에 우리쪽 전투기를 먼저 띄워 선제적 미사일 공격을 차단하거나, 이미 발사된 미사일을 이지스함이 격추하는 방법으로 방어를 했는데, 요즘 개발되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현실적인 방어수단이 없다고 한다. 저고도 초음속 미사일도 이미 막기 힘들고 극초음속 미사일의 실전 배치도 임박한 상황인데, 뒤늦게 항공모함을 진수해서 내놓는다면 극초음속 미사일 먹잇감으로 전락하기 딱 좋겠다.


https://namu.wiki/w/%EA%B7%B9%EC%B4%88%EC%9D%8C%EC%86%8D%20%EB%AF%B8%EC%82%AC%EC%9D%BC


 그리고, 한 때 우리나라 잠수함이 림팩 훈련 시 미 항모를 격침시켰다고 자랑한 적이 있는데, 실전에서 우리 항모의 적 잠수함 탐지 능력이 얼마나 높을지, 우리 항모는 적 어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미사일이건 잠수함이건 항공모함은 적국에 있어 매우 먹음직스러운 표적일 수밖에 없다.


https://weekly.donga.com/3/all/11/74499/1


 그럼 여기서 질문.


 이미 항공모함을 보유하거나 도입을 추진중인 나라는 모두 바보란 말인가. 그렇게 쉽게 미사일에 망가질 항모에 왜 목을 매나. 옛날 초음속 저공 대함 미사일이 나오기 전에는 항모전단이 출동해서 공격받기 전에 쓸어버리면 가능했다. 물론 이 전략은 지금도 유효하다. 상대방 레이더 기지며 미사일 기지를 사전에 깨끗하게 밀어버리면 안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미사일이 이동식 발사대에서 몰래 발사되며 스텔스기에서 유도를 받게 되는 상황이 아예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 초음속 저공 대함 미사일이 개발된 이후 미사일 전력을 갖춘 나라와 항모 전력을 갖춘 나라(둘 다 한 국력 해야만 가능한 스토리)간 전쟁 자체가 없었다. 2차 세계대전 미드웨이 해전을 생각하면 안 된다는 소리. 객관적 자료로 볼 때, 이지스함이 운좋게 초음속 저공 미사일을 잡는 경우가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초음속 저공 미사일이나 기동없이 매복중인 잠수함이 쏘는 어뢰를 매번 완벽히 피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고 보인다. 최신 군사저널을 보면 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레이저포가 거론되고 실제 개발단계라고 하는데, 이게 언제 실전배치될런지도 알 수 없고, 이 신형무기가 매번 우방국에 공유될거라고 기대해도 안 될 것이다.


 거함거포주의의 마지막인 유산 일본의 야마토함은 전투다운 전투 한 번 못 해보고 야마토 호텔이라는 비아냥만 듣다가 침몰했다. 거함거포 만능주의가 통하던 전쟁의 양상이 완전히 항모로 바뀐 시절에 전략적 판단을 잘못한 탓이다. 거포는 기본적으로 함대전이지만, 거포로 어떻게 함재기를 잡냐고.


 나는 마찬가지로, 항모를 호위할 기술이 공격할 기술과 같은 수준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면 지금 항모기술은 그냥 사냥하기 좋은 먹이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조기경보기에 이지스함에 풀 세트 갖춘 항모전단이 출전하자마자 탐지와 회피가 어려운 극초음속 미사일을 맞고 침몰한다면, 그 충격이 얼마나 심할까.


(기타 반대이유) 연간 운영예산 문제, 가뜩이나 이미 부족한 해군 승조원 인력운영 문제, 대양전개 시 항모전단을 고려할 경우 국내 방어전력 공백문제-대양으로 못 나가는 대양해군이 왜 필요한가 하는 근원적 질문. 등등을 다 종합해서 나만의 필체로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일단 오늘의 반대 논리는 이 정도만.




 나 역시 밀리터리 매니아로서 우리나라가 멋진 항공모함을 갖추고 대양 전개도 하고 폼 잡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무기 도입 및 운용은 그에 걸맞은 국력과 우선순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항모를 완벽하게 보위할 정도의 항모전단을 운용할 수준이 못 된다면 그냥 비싼 표적이 될 뿐이다. 그리고, 항모 건조비용을 좀 줄여보겠다고 반쪽짜리도 못 되는 비싼 수직이착륙기를 주력 함재기로 선정하는 것도 정말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당장 풀 사이즈 항공모함을 가질 국력은 안 되는 것 같고, 경항모와 수직이착륙 함재기를 도입할 돈으로 더 우선순위가 급한 비대칭전력(미사일, 잠수함 등)에 힘을 더 보태는게 나은 선택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세계 질서에 개입할 수 있을 정도의 진정한 강대국이 언젠가 된다면 경항모 말고, 풀사이즈 항공모함을 그때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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