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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Sep 23. 2022

한국어 듣기평가 열풍

이쯤되면 K-듣기평가

 대통령의 한 말씀에 온 나라가 귀를 쫑긋하고 한국어 듣기평가 시험을 치고 있다.


 갑자기 불어닥친 한국어 듣기평가의 열풍의 배경에는 뭐가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TOEIC 영어듣기 공부에만 식상했던 한국민들의 K-듣기평가 집단체험일 수도 있고, 대한민국 1번 인플루언서 대통령의 한 말씀이니 단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충절을 담은 염원의 표현일 수도 있겠다.


 대통령실은 친절하게도 온 국민들이 충분히 시험문제를 풀 시간을 제공한 후 17시간 후에 정답지를 공개했는데, 문제는 여전히 다수의 수험생들은 정답지를 믿지 못하겠다며 믿을 수 없다는 눈치다.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79088


 시험문제 출제위원회가 "날리면"이 맞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자, 민간영역에서 문제 검증에 나섰는데, 역시 예상했던 대로 "판독이 불가능하다"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꼭 두어 달 전 특정 유명인의 논문 검증이 불가능하다던 모 대학 교수위원회 발표의 기억이 살짝 겹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717812


 언어와 방송 분야라면 전문가 소리를 듣는 전직 아나운서 출신 국회의원께서는 새로운 답안을 제공하기도 하신다. 이쯤 되면 듣고 싶은 대로 들리는 참 아름다운 마법의 소리가 되는 것 같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88/0000776412?cds=news_media_pc&type=editn


 정답 여부와 상관없이 정부와 여당, 야당은 전 국민의 청력 검사 및 한국어 이해능력 평가를 큰 힘 들이지 않고 한 번에 잘 시행한 것 같다. 아마 한두 달 후에는 "한국어가 One어민인 사람들의 한국어 청취 이해 수준 조사", "연령별 정상-비정상 청력 인구 Bunpo 분석" 또는 "한국어 청해력을 높게 Yuji하는 혁신적 방안" 같은 수준 높은 전문 논문들이 다량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보청기 지원사업"을 벌이자는 제안을 벌써 내놓고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37/0000314927


 혹시 바빠서 시험 문제를 아직 접하지 않은 수험생분들은 아래 문제집을 참고하시면 되겠다. 통상 듣기평가 시험은 무척 지루하고 갑갑한데, 모국어 듣기평가라니 무척 생소한 경험이라 그런지 재밌기까지 하다. 대통령실 홍보수석께서 몸소 "지금 다시 한번 들어봐 주십시오"하고 전 국민께 호소하고 있는데, 국민이라면 한 번 쯤 다시 들어주는 것도 국가정책에 동참하는 단결된 국민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1344029


 몸은 미국에 가 계신데, 외교성과는 중국에서 나고 있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대통령의 속 깊은 말씀은 사이가 좋지 않던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에 큰 일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1344121?cds=news_media_pc


 기타 부수적 효과로, 복잡한 상황을 간결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국어를 도저히 번역하기 힘들다며 여러 외신들이 한국어를 극찬하기도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통령의 센스있는 한 마디가 한국어의 품격도 많이 올린 것이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1553


 모든 게 다 좋았던 대통령실이 하나 실수한 것이 보이는데, 이런 고귀한 대통령 말씀을 왜 공식적으로 "사적 발언"으로 하찮게 치부해버렸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922124400001?input=1195m


 불과 며칠 전에도 대통령님 그때 어디 계셨어요 하던 물음에 "대통령이 계신 곳이 곧 상황실"이라고 고압적으로 말했던 적이 있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3548


 같은 당 출신의 대통령이었던 과거 대통령 비서실도 "대통령 있는 곳이 집무실"이라며, 대통령이 있는 곳은 "언제나" "항상" "공적인 자리"라며 국민들을 가르쳐 온 곳이었는데, 그런 논리라면 "언제나 공적 자리"에 계시는 대통령이 어떻게 "사적 발언"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말이 앞뒤가 안 맞잖아요.


https://www.segye.com/newsView/20141028003594?OutUrl=naver


 나 역시 이번 한국어 듣기평가 열풍에 진중히 참여해봤지만, 수십 번을 반복해서 들어도 내 귀에는 "날리면"이라는 발음은 안 들리고 오답이라고 주장하는 "바이든은"이라고 4음절로 들린다. ㅠㅠ TOEIC 듣기평가도 안 들려서 매번 좌절하는데, 원어민이 얘기하는 한국어도 안 들리다니 좌절이다. 나 비록 외국에 살지만,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국인 맞는데.


 이 다음에는 어느 유명 인플루언서께서 한국어 듣기평가 시험문제를 던져주실지 모르니, 비록 외국에 나와있지만 가끔 한국어 원어민 뉴스도 보고 하면서 한국어 감각을 잃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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