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불어닥친 한국어 듣기평가의 열풍의 배경에는 뭐가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TOEIC 영어듣기 공부에만 식상했던 한국민들의 K-듣기평가 집단체험일 수도 있고, 대한민국 1번 인플루언서 대통령의 한 말씀이니 단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충절을 담은 염원의 표현일 수도 있겠다.
대통령실은 친절하게도 온 국민들이 충분히 시험문제를 풀 시간을 제공한 후 17시간 후에 정답지를 공개했는데, 문제는 여전히 다수의 수험생들은 정답지를 믿지 못하겠다며 믿을 수 없다는 눈치다.
정답 여부와 상관없이 정부와 여당, 야당은 전 국민의 청력 검사 및 한국어 이해능력 평가를 큰 힘 들이지 않고 한 번에 잘 시행한 것 같다. 아마 한두 달 후에는 "한국어가 One어민인 사람들의 한국어 청취 이해 수준 조사","연령별 정상-비정상 청력 인구 Bunpo 분석" 또는 "한국어 청해력을 높게 Yuji하는 혁신적 방안" 같은 수준 높은 전문 논문들이 다량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보청기 지원사업"을 벌이자는 제안을 벌써 내놓고 있다.
혹시 바빠서 시험 문제를 아직 접하지 않은 수험생분들은 아래 문제집을 참고하시면 되겠다. 통상 듣기평가 시험은 무척 지루하고 갑갑한데, 모국어 듣기평가라니 무척 생소한 경험이라 그런지 재밌기까지 하다. 대통령실 홍보수석께서 몸소 "지금 다시 한번 들어봐 주십시오"하고 전 국민께 호소하고 있는데, 국민이라면 한 번 쯤 다시 들어주는 것도 국가정책에 동참하는 단결된 국민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같은 당 출신의 대통령이었던 과거 대통령 비서실도 "대통령 있는 곳이 집무실"이라며, 대통령이 있는 곳은 "언제나" "항상" "공적인 자리"라며 국민들을 가르쳐 온 곳이었는데, 그런 논리라면 "언제나 공적 자리"에 계시는 대통령이 어떻게 "사적 발언"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말이 앞뒤가 안 맞잖아요.
나 역시 이번 한국어 듣기평가 열풍에 진중히 참여해봤지만, 수십 번을 반복해서 들어도 내 귀에는 "날리면"이라는 발음은 안 들리고 오답이라고 주장하는 "바이든은"이라고 4음절로 들린다. ㅠㅠ TOEIC 듣기평가도 안 들려서 매번 좌절하는데, 원어민이 얘기하는 한국어도 안 들리다니 좌절이다. 나 비록 외국에 살지만,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국인 맞는데.
이 다음에는 어느 유명 인플루언서께서 한국어 듣기평가 시험문제를 던져주실지 모르니, 비록 외국에 나와있지만 가끔 한국어 원어민 뉴스도 보고 하면서 한국어 감각을 잃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