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Nov 09. 2022

가나안 프로젝트-3

신의 지령

 이 글은 출간경험 전무한 초보작가가 취미로 쓰는 SF 소설입니다. 소설에서 담고 있는 과학적 가정과 수치들은 근거가 전혀 없으며, 특정 단체나 종교의 언급은 현실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일 뿐 다른 목적이 전혀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 2편에서 계속 -

https://brunch.co.kr/@ragony/167




 제981차 유엔총회의 주 의제는 "유로파와 화성의 통합(안)의 실행방안"이 채택되었다. 제979차 의안으로 각 국가 내 동의를 거치고 민심을 모은 후 이를 위임받은 각 국가의 지도자가 한 자리에 모였다. 자연의 질서와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라며 종교계의 반대가 극심했고 일부 철학가가 이에 동조하긴 했지만, 인류 전체의 절멸을 경험할 뻔한 현 세대에게는 "제2의 지구"를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가 훨씬 강하게 먹혀들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강대국이 "유로파와 화성의 통합안"을 지지하고 있는 마당에 약소국은 반대 입장을 취할 수 있는 배짱도 없었다. 결국, 유로파와 화성을 통합하는 일은 인류공통과제로서 정당성을 부여받았으며, 전 세계 지도자와 천문행성학자, 엔진공학자 등이 모여 이를 추진할 세부적인 방안을 찾는 국제회의가 열렸다.



 기술적인 방안은 기 발표된 논문에 살을 보태는 방안으로 신속히 구체화되었다. 대략적 방안은 이렇다.

 엔진의 모든 재료는 각국에서 분담하여 일단 달 기지로 보낸다. 엔진 반제품 제작은 달 기지에서 이루어진다. 지구에서 제작하지 않는 이유는 위성 이송 엔진의 너무나 거대한 크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제작하는 것이 가장 편리한 방법이지만, 무거운 지구 중력 탓에 이것을 궤도로 올려 이송하는 일이 엄청나게 어려워지며 이 과정에서 자체 중량 탓에 파손을 피하기 어렵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1/6밖에 안 되므로 상대적으로 크게 만들어 띄우는 과정이 지구에 비하면 어렵지 않다. 무중력 공간에서 제작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나, 아직까지 인류는 이 구조물을 만들만한 우주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달 기지 상상도 : 출처 ESA


 위성이송엔진을 제작하고 이송하여 설치하는 데 약 15년, 총 사업비는 약 9,700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각 국의 경제사정을 고려하여 제출한 자발적 기여 방안에 유엔이 배분한 추가 의무가 더 부여되었다. 그래도 살아갈 여유가 있는 선진국은 15년간 국가예산의 10%, 중후진국은 국가예산의 5% 비용을 이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얼추 많아보이지만 전 세계가 하나의 프로젝트로 힘을 합치는 마당에 군사적 위협이 현저히 떨어진 시대이므로 줄어든 세계 군사비 예산에 거의 비례하여 프로젝트가 기획되었다.


영화 "유랑지구" 중 한 장면


  "유로파와 화성의 통합(안)의 실행방안"은 추후 985차 유엔총회에서 "가나안 프로젝트"로 재명명되었다. 미래 인류에게 약속의 땅을 제공하자는 의미이다. 종교계가 반대하던 프로젝트의 이름이 종교계 이야기를 차용하여 명명된 것은 지금 봐도 참 아이러니하다.




"미쳤어. 다들 미쳤다구."


 카르멜 슈안 대사제가 나즈막히 읊조렸다. 한낱 신의 피창조물에 불과한 인간이 하늘의 별을 합쳐서 거기 가서 살 생각을 한다?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신이 노여워하기 전에 막아야 해. 막아야만 해.


 초반에 정책을 반대하던 다수의 종교계는 개신교를 필두로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온실가스 배출로 파멸될 것을 알면서도 파국을 막지 못했던 탓에 종교지도자의 힘이 빠져버린 이유도 있었고, 지동설을 부정하고 천동설만 주장하던 우매한 과거도 있었기에 탄탄한 논리로 무장한 과학계를 이겨내기 버거웠기도 했다. 더불어, 다수의 신자들 또한 파멸에 준하는 전 지구적 재난을 거친 후 맹목적인 신념보다는 행동하는 과학기술의 힘을 더 신뢰하는 이유도 있었다. 종교지도자만 반대 목소리를 내면 내부 반란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티칸 검은사제단은 유로파와 화성 통합안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황의 공식 교지를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천주교 지도부 역시 행성-위성의 인위적 통합이 신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하지만, 흘러가는 거대한 물결 앞에서 아무도 공식적으로 반대할 수 없었다.


 가나안 프로젝트가 착수된 지 벌써 5년이 지나고 있다. 앞으로 2년만 더 있으면 위성이송엔진 1호가 제작되어 유로파로 배송될 것이다. 자원을 지구에서 조달하여 달로 보내는 과정에서 산발적인 문제들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단일 프로젝트에 이렇게 전 인류적인 협업이 있었던 적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아직까진 전반적으로 순조로운 일정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었다. 어떻게 10억 인류의 생각이 모두 동일할 수 있단 말인가.


 가나안 프로젝트 착수 5년이 지나는 해의 어느 겨울, 바티칸 공국에서 검은사제단의 비밀 모임이 열렸다. 카르멜 슈안은 사실 검은사제단의 일원이다. 검은사제단은 밝음의 영역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신의 이름으로 어둠에서 해결하는 집단으로, 오늘은 신의 지령에 대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세우는 모임일이다. 신의 지령은 검은사제단 중 3인의 대사제에 의해 전달되는데 대사제가 어떻게 지령을 입수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사제 형제님들. 이제 움직일 때입니다."


 카르멜 슈안 대사제가 입을 열며 세부행동계획이 적힌 비밀문서를 펼쳤다.


"프리메이슨도 같이 움직일 겁니다. 이것은 성전입니다."


"아니, 검은사제단의 일에 왜 이교도를 끌어들입니까?"


안드왈리드 사제가 격하게 반응한다. 여태껏 검은사제단은 다른 조직과 공조해서 일한 적이 없었다.


"전 지구적 일에 검은사제단의 힘만으로 역부족입니다. 공동의 적에 대응해야 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형제들이 필요합니다.


"자칫하다 우리 검은사제단이 세상에 드러날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럴 경우, 그들만 희생양을 삼으면 됩니다. 저희는 신의 지령을 이행하는데 초점을 먼저 맞춰야 합니다."


영화 "검은사제들" 중 이미지만 차용했습니다.


- 4편으로 계속 -


https://brunch.co.kr/@ragony/179


매거진의 이전글 가나안 프로젝트-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