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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Nov 10. 2022

가나안 프로젝트-4

가나안 세계종교대전

 이 글은 출간경험 전무한 초보작가가 취미로 쓰는 SF 소설입니다. 소설에서 담고 있는 과학적 가정과 수치들은 근거가 전혀 없으며, 특정 단체나 종교의 언급은 현실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일 뿐 다른 목적이 전혀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 3편에서 계속 -

https://brunch.co.kr/@ragony/178




"우리의 목표는 달공장 파괴입니다. 달공장에 사제님들이 직접 가서, 공장을 폭파시키고 세계 여론을 반전시키는 것이 이번 임무의 핵심입니다.


 안드왈리드 사제님은 제어공학자로, 유너레이 사제님은 용접노동자로 잠입합니다. 핀차오네 사제님은 우주연합기구에 합류하여 두 사제님의 가상 신분을 만들어 주셔야하고요. 우주연합기구는 미국에 있으니, 입국 및 조직 출입에 대한 제반 도움은 프리메이슨 도움을 받을 겁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우주질서 유지입니다. 공장을 파괴해서 위성이송엔진 제작을 중지하고 여론을 우리 쪽으로 반전시키는 것이 목표이지, 우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살인이 면책됩니다. 사제가 되기까지 수없이 교육받았을 테니 더 강조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조직이 절대로 드러나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어둠의 영역에서 신의 지령을 이행하는 선택된 사제들입니다. 모든 사건은 자연적인 일로 보여야 하며 인위적 개입이 의심되는 일을 꾸미는 것은 절대 조심하셔야 합니다."




"달기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입월심사대 키오스크가 영혼 없는 녹음 목소리로 그들을 반긴다.


'정말 환영하려나. 왜 왔나 알면 환영하지 못할 텐데...'


안드왈리드는 속으로 생각했다.


달 기지 상상도 : 출처 ESA


 달기지는 거대했다. 축구장 규모의 거대 둠 5개가 조합되어 있는 형태이고, 각 돔은 지하 2층, 지상 1층으로 구성된다. 돔과 돔 사이 연결은 지하 매설 통로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각 돔에는 예기치 못한 소규모 운석 낙하를 방지하기 위해 이온 입자 반동포가 대공포 마냥 설치되어 있다. 달은 대기가 없어 작은 규모의 운석이 떨어지더라도 돔 구조물에 매우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직경 50cm 이하 운석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추적하여 발사되며, 운석은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릴 것이다. 직경이 50cm 이상 큰 운석은 달 궤도에 설치된 감시위성을 통해 사전에 인지되며, 별도의 격추 미사일로 제거한다. 해당 운석충돌방지 시스템은 AMERES(Active MEteorite REmoval System) 시스템으로 명명되어 운용 중이며, 건설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운석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 Adrian Mann, spaceanswers


 제1돔은 주거 및 연구를 위한 건물이며, 제2~제5돔이 달공장 건물이다. 원래는 제10돔까지 확장하는 것이 달 개발계획의 기본계획이었으나, 인류의 역량이 위성이송엔진 제작에 올인된 상황에 여력이 부족하여 딱 달 공장까지만 짓고 이후의 확장 계획은 순연되었다.




 달기지 제1돔 QS8 구역 T-25 주거시설. 달 도착 이틀 차 저녁시간.


"제임스 과장, 계획은 잘 되어가나?"

제임스 과장은 유너레이 사제의 가명이다. 마찬가지로, 안드왈리드 사제는 아놀드 차장으로 새 신분을 만들었다.


"예, 사제님. 상황 파악 끝냈습니다. 신호만 주시면 당장 실행할 수 있습니다. 용접실에 잔뜩 있는 산소 보틀과 아세틸렌 보틀을 이용하면 돔 하나쯤 날릴 파괴력은 충분합니다."


"(쉿, 사제님이라니.) 그냥 하던 대로 아놀드 차장이라 부르게. 남들 들으면 어쩌려구.

 나도 제반 준비를 다 마쳤으니, 내일 바로 실행하자고."


"폭파는 문제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인력을 빼서 폭발 현장과 분리해야 할지가 아직 고민입니다. 여긴 3교대로 24시간 움직이잖습니까?"


"내게 생각이 있어. 나는 제어공학자 신분으로 잠입해서 여기 제어시스템에 접근할 수가 있어. 나는 내일 교묘하게 AMERES 작동이 고장 난 것처럼 꾸밀 거야. 그리고 그때, 마침 작은 운석이 제3돔 천장에 구멍을 내는 거지. 그러면 제3돔의 비상대피 경보가 울리고 모든 직원이 다른 장소로 빠지게 될 거야. 그리고 동시에 돔 보수가 이루어질 텐데, AMERES가 감당하는 50cm 이하의 운석 피해 정도는 늦어도 3시간이면 복구가 끝날 거니까, 우리는 그전에 과업을 완수해야 해."


"다 이해하겠는데, 운석은 어떻게....? 그건 우리가 어떻게 못 하잖아요."


"꼭 운석일 필요 있나. 내가 내부에서 휴대형 입자반동포를 돔에 쏴서 구멍 내면 되지."


"입자반동포는 어떻게 반입해오셨어요? 보안검색대 통과가 불가능한데?"


"에너지발생기는 제3돔의 제어사무실 비상전원에서 분리했고, 나머지 발사장치는 여기 3D 프린터로 출력해서 조립했지. 부품 내구도가 낮아 여러 번 쏠 수는 없겠지만 돔에 구멍 정도는 충분히 낼 거야."


"운석이 충돌한 증거가 없으면 우리가 한 일이 발각되지 않을까요?"


"운석 찾기도 전에 제3돔은 우리가 먼저 폭파해버릴 거야. 흔적도 없이 날아가버리면 운석이 있었는지 어땠는지 아무도 모를 거야. 게다가 여긴 대기가 없는 달 아닌가. 정밀한 사고현장 조사는 어차피 불가능해."




"위잉~ 위잉~ 비상! 비상! 전 직원은 제3돔에서 탈출하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비상! 비상! 전 직원은 제3돔에서 탈출하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경보기가 요란하게 울린다. 모든 직원이 혼비백산하여 연결 돔으로 전력 질주하며 필사의 탈출을 시도한다.


"대체 무슨 일이지?"


제3돔 TY작업반의 황 반장이 비상구를 향해 달리면서 외친다.


"AMERES가 오류로 잠깐 멈춘 사이, 운석이 돔을 뚫어버렸다고 합니다. 대기농도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어요. 주요 연결로는 이미 막혔고, 비상탈출 통로만 열려있습니다. 빨리 가셔야 해요."


김대리가 안내모니터에 뜬 비상 안내문을 가리키며 탈출을 독려한다.


"일단 탈출하세. 별 일 아니길 빌어보자고~"


탈출 사이렌이 울린 지 7분 23초 이후 모든 직원이 대피를 완료했으며 비상탈출구도 봉쇄되었다.




 탈출 사이렌이 울리던 같은 시각.


 유너레이는 작업실의 모든 산소통과 아세틸렌통의 밸브를 개방했다. 그리고 10분으로 세팅된 손목시계 버튼을 누르고 작업장을 빠져나왔다. 사실 그 손목시계는 정교하게 제작된 기폭장치였다. 작은 용량의 리튬을 순간적으로 폭주시켜 불꽃이 튀게 만드는 장치였으므로, 폭발물 감지장치는 손목시계형 기폭장치를 사전에 탐지하여 걸러내지 못했다.




"퍼엉~~~~~~~~"


 달기지공장 제3돔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당시 한국 상공에서 그믐달 모양이었던 달 표면의 그림자 영역에서 3초간 작은 불꽃이 발생하는 것이 지구에서 목격될 정도로 폭발은 거셌다.


 큰 폭발임에도 불구하고 사망자는 없었다. 부상자만 3명 있었는데, 이는 최초 탈출 과정에서 넘어져 발을 삔 사람들이었을 뿐 폭발의 직접 피해자도 아니었다. 돔 하나를 통째 날려먹을 만큼 거센 폭발이었지만 각 돔은 모듈 형식으로 조립되어 있었고 이러한 비상상황을 염두에 두고 미리 다수의 격벽을 설치하여 완전 밀폐가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어 이웃 돔에는 피해가 거의 없었다.


 우주연합기구에서 약 3주간의 감식작업을 벌인 후 사고원인을 발표하였다. 우주복을 입고 우주방사선이 내리쬐는 사고 현장에서 제한된 시간 내에 누가 정밀한 조사를 벌일 수 있겠는가. 그저 현장감식은 형식적으로 CCTV를 돌려보는 수준으로 끝내고 사고 당시 인터뷰를 토대로 조사를 벌일 수밖에 없었는데 모든 사람들의 증언이 일치했다. 운석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고 천장에 구멍이 뚫렸으며, 파손사고의 여파로 용접용 가스가 누설되고 그것이 연쇄 폭발을 일으킨 것이라고. 조사위원회도 해당 인터뷰 내용을 결국 공식 사고 원인으로 수용하였다.




 해당 사고로 위성이송엔진 제작과정이 무기한 지연되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위성이송엔진의 성공적 제작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종교계를 중심으로 위성이송엔진 제작을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단체와 국가가 늘어났다. 그리고 반대세력이 늘어갈수록 엔진제작 찬성의 중심에 있던 우주연합기구는 반대세력을 인류의 미래를 말살하는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과학기술 맹신을 신념화하며 점점 극우화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엔진 반대세력은 바티칸 공국을 중심으로 반대논리를 공고히 하며 세를 확장하기 시작했고 이슬람 국가의 맏형 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전격적으로 엔진 반대정책을 채택하며 바티칸 공국을 지지하기 시작한 시점을 기점으로 다수의 종교국가가 연합이 된 우주질서수호연합을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설전만 오가던 양 세력 간의 앙금은 결국 과학계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건드리면서 전쟁으로 촉발되고 말았다. 우주연합기구 국가들이 세상의 모든 종교를 우매하고 원시적인 비이성행위로 규정하며 연합국가 내 종교의 자유를 없애버린 것이다. 이제, 종교계 국가들은 엔진 제작 중단이 문제가 아니었다. 종교의 자유가 금지된 과학계 국가를 해방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가 되어버렸다. 전쟁의 방아쇠는 중국 내부에서 당겨졌다. 지구온난화 재난 이후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 지진으로 아프가니스탄 인구는 거의 소멸 직전까지 갔으며 중국이 기회를 틈타 이곳을 자국 영토로 합병해버린 상태였다. 우주연합기구 쪽 국가였던 중국이 자국 내 종교금지령을 발표하자, 아직까지 (구)아프가니스탄 영토에 있던, 얼마 남지 않은 이슬람 근본주의 탈레반이 극렬히 반대했는데 이를 중국이 무력으로 쓸어버리려 했고, 이를 그냥 지켜볼 수 없었던 이들과 실질적으로 한민족으로 엮여 있었던 파키스탄 파슈툰족이 이슬람을 탄압하는 중국을 향해 국경지대에서 발포해 버린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 사건은 중국과 파키스탄의 전면전으로 번졌고, 오래 지나지 않아 우주연합기구우주질서수호연합 간 세계대전으로 확대되었다.


 먼 훗날 지구의 역사학자들은 달기지의 폭발사고를 가나안 세계종교대전이 발발한 시발점으로 분석하였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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