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Nov 11. 2022

브런치 첫 수익금 공개

이십사만 일천칠백오십 원

 11월이군요. 브런치에 처음 입문한 지 반년이 조금 더 지났습니다.


 여전히 인기 작가와는 거리가 많이 많이 멀지만, 적지 않은 시간을 브런치와 함께하며 브런치 가꾸기에 공을 들여왔네요. 저 스스로도 이렇게나 브런치를 좋아하게 될 거라곤 생각 못했어요.


 브런치를 그냥 글 쓰는 공간이구나~ 정도만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입문했는데 이거 생각보다 단단한 SNS 서비스잖아요. 브런치가 구독자와 관심작가로 연결되고 글의 반응이 라이킷과 댓글, 통계로 측정되는 시스템인 걸 미리 알았다면 아마도 브런치에 입문하는 걸 주저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개인 컴퓨터에 아래아한글로 사진과 글 뭉치를 파일로 쌓아가는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글상자를 찾아온 건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순진했단 말이죠. 참고로 저는 브런치를 제외한 다른 SNS는 전혀 활동하지 않아요.


 이런 마인드로 브런치를 처음 접했으니, 브런치 초기에 올린 글은 정말 그냥 일기 같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조금조금 쌓아갈 때마다 대문과 나우에 올라오는 다른 작가님들 작품을 같이 보면서 제 문체도 조금씩 변해갔나 봅니다.


 작가의 아이덴티티를 파키스탄에서 생활하는 파견 직장인으로 정하고 파키스탄의 생활, 문화, 장소 등을 소개하는 파키스탄 전문작가로 활동해야지 생각했는데 사실 저는 지사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는 등대지기 같은 삶을 살고 있어서 매번 부지런히 파키스탄 소재를 물어오는 게 벅차기 시작했어요. 어, 소재 고갈. 이제 어쩐다? 파키스탄 생활 작가로 신청하고 브런치 작가 칭호를 받긴 했지만, 그것만 쓰라고 누가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 글이나 쓰면 그만이죠. 뭐. 남들 그림 그려 올리는 게 멋있어 보여 따라 할까 하다가 그건 재능 밖임을 깨닫고 디지털 아트를 해보기도 하고, 부지런히 소설만 쓰시는 작가님들도 대단해 보여서 SF소설 창작에 도전해보기도 하고 정부 정책 비판글을 써보기도 하고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스펙트럼이 엄청 넓어졌습니다. 모든 게 인풋 아웃풋. 이웃 작가님들께 자극을 받고 인풋이 들어왔기 때문인 거죠.


 어느 파도를 타고 제 브런치까지 오게 되었을지 궁금하지만 알게 모르게 소중한 구독자분들도 많이 생겼어요. 수천, 수만 독자를 거느린 대작가님들에 비하면 정말 미니미니한 숫자지만 애당초 구독 계정을 크게 키우는 것이 브런치 입문 목표가 아니었기에 지금의 구독자 숫자만 해도 충분히 감사할 일입니다. 대표 아이덴티티로 밀던 파키스탄 생활정보는 사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궁금해 할 이유가 없는 콘텐츠이며 SF소설이건, 디지털 아트 건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수준이란 걸 저 스스로 모르고 있지는 않답니다.


 나와의 대화를 위한 셀프 소통 공간, 글쓰기 습작 공간으로 만족 만족하며 하루를 감사히 살고 있던 어느 날, 브런치 종에 녹색불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어? 평상시와 멘트가 좀 다르네요.......? 제안이 도착했습니다??? 뭐지? 또 작가 되기 수업받으라는 광고인가? 나 작가 맞는데?


언제 봐도 반가운 녹색 점


 황급히 이메일을 열어보니 우와 세상에~ 무려 해외전문가 칼럼 기고 의뢰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님께서는 000 지사장으로 활동하고 계신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혹시 저희 홈페이지에 전문가 칼럼 기고가 가능하실까요? 아래 주소로 접속하셔서 다른 전문가분들의 기고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교수님이나 싱크탱크 연구진들을 중심으로 의뢰를 드리고 있었는데, 올해 5월 사이트가 분리 확장되면서 필드의 현업 전문가분들 쪽으로 섭외를 확대하고 있어 연락드립니다.


 위험한 세상입니다. 다 그대로 믿으면 안 되지요. 혹시 고생은 고생대로 시키고 교정비다 검독비다 갖은 명목으로 돈만 뜯어내는 신종 사기 아닐까 제안 사이트를 샅샅이 훑어보고 나서야 믿음이 갑니다. 하던 대로 글 쓰면서, 업계 전문가 이력도 쌓으면서, 원고료도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나요~ 냉큼 승낙!


 기획 담당자와 세부적인 주제와 전개 내용에 대해 의견을 맞추고,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번역하고 종합해서 저만의 문체와 내용으로 만드는데 총 사흘 정도, 누적 시간으론 대여섯 시간을 쓴 것 같습니다. 아래아한글로 초안을 써서 제출했더니, 디자인 편집을 거쳐 멋진 PDF 파일로 변환하고 최종 검수해달라고 합니다. 오~ 내 글도 디자인을 입히니 뭔가 좀 멋있어 보이네? 또 자뻑 모드 들어갑니다. 나는 이래서 문제야.......


 최종 교정 후 11월호 칼럼에 업로드가 되었습니다. 아~ 뿌듯합니다. 뭔가 조금 사회적 신분이 올라가는 느낌도 들고요. 으음.. 근데 있어봐라... 이 좀 찜찜한 기분은? 뭘 빠뜨렸지....? 아. 그렇지. 기고문 원고료 원고료. 깜빡 놓칠 뻔했는데 저는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는 직장에 있는 사람이라 대외 기고를 하고 원고료 1원을 받아도 회사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요. 부랴부랴 회사 서식으로 신고를 하고 나니 마음이 놓입니다. 얼마를 받았냐고요?  세금 떼고 이십사만일천칠백오십 원. 이왕 자랑하는 것 링크 걸고 제 글이 올라갔어요~ 외치고 싶지만 가끔은 또 자객으로 정책 비판도 하는지라 브런치 월드에서 만큼은 익명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크지 않은 수익금이지만, 이렇게 또 굳이 꺼내놓고 자랑하는 이유는 브런치를 통해서 기고 의뢰를 받은 것이 무척 신기한 경험이기도 하고요, 글쓰기 콘텐츠로 수익창출을 꿈꾸는 많은 작가님들과 희망을 나누고 싶어서랍니다. 진짜 제안서가 온대니깐요. 제가 브런치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발행하지 않았을 일이죠.


 작가님들의 브런치 계정에 좋은 글들이 많이 쌓이고, 좋은 제안 많이 받으시길 기원드립니다.

 다 잘 될 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압사사고 회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