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사냥은 멈추지 않아요
날씨가 부쩍 추워졌습니다.
경험상 가을 겨울은 상반기보다 공모전이 좀 더 몰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공모전 예산을 받아놓고 담당 기획자가 미루고 미루다 예산 날아가기 전에 연내 급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럴 거라고 짐짓 미루어 짐작해봅니다.(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주로 제가 그래서 그래요... 언제나 마감 직전에만 샘솟는 마감파워!)
저는 사내에서 소문난 공모전 사냥꾼이었지만, 직급도 올라가고 나이도 먹고 하니 당선을 잘 안 시켜줍니다. 투입노동력 대비 수입이 매우 쏠쏠한 아르바이트였는데 이제 점점 참신한 아이디어도 딸리고 젊은 친구들하고 경쟁이 쉽지 않네요. 자연스레 사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후배 사냥꾼을 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요, 제 딸입니다. 아빠딸 답게 자질이 훌륭합니다.
https://brunch.co.kr/@ragony/121
한번 돈 맛을 본 딸내미는 열정과 투지가 넘칩니다. 매번 당선되진 않지만 정성을 다해 도전합니다.
https://brunch.co.kr/@ragony/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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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장려라도 걸리겠지 기대를 철석같이 했는데 "유령어업" 공모전은 똑 떨어져 버렸습니다. ㅠㅠ 가슴이 아프지만, 세상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것도 교육이 되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해외자원개발 바로알기 공모전"이 개최되었습니다.
어... 그런데, 작년보다 올해는 공모시장이 한층 어려워졌습니다. "청소년"에 한정되었던 "웹툰" 분야가 "일반인"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이러면, 날고기는 전문 웹툰작가와 같은 테이블에서 경쟁해야 되는 건데 블루오션 하나를 잃어버린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그건 그거고, 한번 공모상금 맛을 봐 본 딸내미는 올해도 도전을 하겠답니다. 그래요. 공모전이란 게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거든요. 목표가 있는 삶은 항상 에너지를 얻습니다.
공모전 도전은 항상 딸내미의 출마 도전 선언과 더불어 아빠의 콘티 구상으로 시작하지요.
딸과의 대화는 대부분 카톡 문자로 합니다. 덕분에 창작 과정이 100% 기록으로 남아서 복기 과정을 다시 글로 쓸 필요가 없네요. 훗날 기억의 희미해졌을 때 저와 딸내미와의 소중한 추억을 위해서라도 공모전 도전 과정을 남겨봅니다. 카톡 캡처본 그대로라 스크롤 압박은 좀 있지만, 대화 분량 자체는 그리 많지 않아요~ ^^;;;
콘티가 좀 길어서 짤렸네요~ 풀 시나리오 첨부해봅니다.
아기돼지 삼형제
1. 아기돼지 삼형제가 살았어요.
2. 첫째 둘째는 먹고 놀기만 좋아했어요
3. 셋째는 언제나 근면성실하고 준비를 잘 했어요.
4. 어느날 엄마돼지가 삼형제를 불렀어요
"이제 각자 집을 짓고 독립해서 살려무나. 대신 늑대가 잡아가지 않도록 집은 튼튼하게 지어야 해요"
5. 첫째는 집짓기 귀찮았어요. 짚으로 대충 지붕만 이어 짓고 살았어요.
6. 둘째도 집짓기 귀찮았어요. 나무판자로 대충 지어 살았어요.
7. 셋째는 튼튼하고 안전하게 집을 짓고자 했어요.
"일단 좋은 재료를 구해야겠다. 근처에 없으면 해외에 가서 개발해서 올 거야"
8. 이탈리아 : 튼튼한 대리석 구하러 왔어요
9. 러시아 : 문짝이 튼튼해야죠. 티타늄 구하러 왔어요
10. 인도네시아 : 실내는 질 좋은 나무로 꾸밀 거예요
11. 늑대가 나타났어요. 첫째 집 둘째 집 모두 늑대 입바람에 날아갔어요.
12. 첫째 둘째가 셋째에게 도움을 구했어요. "셋째야 우리 좀 살려줘" "형들 걱정 마. 이 집은 튼튼해"
13. 늑대가 셋째 집에 왔어요. 아무리 입바람 불어도 집이 끄떡하지 않았어요.
힘이 빠진 늑대는 돌아가버렸어요.
14. 세 돼지형제는 해외 자원을 개발해서 더 좋은 집을 짓고 행복하게 잘 살았어요
전년도하고 플롯도 시나리오도 전래동화 차용 프레임도 매우 비슷하긴 하지만 사실 시나리오 작가가 같은 사람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창작은 원래 힘든거예요.
그렇게 마감 하루를 남기고 무사히 작품을 완성해서 공모했답니다.
결과는? 두구두구두구~~~~
- 2편으로 계속 -
https://brunch.co.kr/@ragony/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