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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Dec 04. 2022

바티칸 박물관 관람기

장엄하고 방대하다.(2022.11.21.월.)

(전 편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189




 2022년 11월 21일 월요일.

 이탈리아 여행 사흘 차. 역시 눈 뜨자마자 도시락부터 먹는다. 어제 저녁을 정말 빵빵하게 먹어 그다지 배가 안 고프긴 하지만, 오늘 점심은 제대로 먹을 시간이 없을 것이 분명하니까 아침이라도 잘 먹어야 할 테다. 내용물도 알차고 맛있다. 이 집 알고 보니 숙박업소가 아니라 맛집일세. 안 남기고 싹싹 잘 먹었다. 


 오늘은 바티칸 투어를 가는 날. 바티칸 박물관 개장시간은 9시 정각이지만 단체 투어 입장을 위해 선착순으로 줄을 서야 하니까 새벽같이 나가야 한다. 바티칸 박물관과 가장 가까운 전철역인 오타비아노(Ottaviano S.Pietro)역 입구에서 7시 20분이 단체 투어 집결시간이다. 서둘러 부랴부랴 갔는데, 사람이 다 안 왔다며 40분에 출발한단다. 


투어 집결지. 미키마우스 깃봉을 드신 분이 오늘의 가이드 선생님.


오타비아노 역에서 바티칸 박물관 입구까지는 대충 500m쯤 되며 10여분 걸으면 도착한다.



 7시 50분에 도착했음에도 벌써 기다리고 있는 대기줄. 줄 선지 10여 분 만에 뒤로도 긴 줄이 쫘악~ 형성된다. 가이드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요즘은 비수기일뿐더러 중국인들 코로나 해금이 안 된 상태라 아직 단체 중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다며 이 정도면 매우 한산한 거라고.


미켈란젤로 천지창조 천장화
출구 입구의 조각상


 줄이 아무리 길어도 얄짤없이 9시 입장이니 한 시간 동안 미리 바티칸 역사 및 기초 미술사 교육을 해 주신다. 지루하지 않게 알차게 강의해주셔서 신나게 들었는데(아니 왜 학교 역사 시간엔 그다지도 재미가 없었을까나) 사실 2주나 지나서 적으려니 뭔 말씀 하셨나 기억이 안 난다. ㅠㅠ 출구 입구의 조각상과 문양에 대해서도 설명을 듣긴 했는데... 아 그건 그런 의미가 있구나 그런 거구나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51Rx3ClVsQ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한 시간을 밖에서 오들오들 떨다가 드디어 입장 개시. 장엄한 돌문 방향은 출구이고 입구가 이쪽.


리셉션을 지나 드디어 입장권 득템!

회화관(PINACOTECA)부터 입장!

 온통 금빛이 강렬했던 제단화 시대. 위 오른쪽 그림은 1320년 작 "조토의 삼단 제단화"인데, 인물을 최초로 평면 묘사에서 벗어나 입체적으로 묘사하여 신기원을 이룬 작품이라고 한다. 다른 작가도 이 작품의 영향을 받아 이 그럼 전 후의 화풍이 많이 차이가 난다고.



느낌이 매우 포근포근한 프레스코화. 멜로초 다 포를리의 "음악 천사"라는 작품으로 1480년 경 작품이라고 한다. 나중에 보게 될 미켈란젤로 천지창조 천장 화도 프레스코화 기법으로 그린 그림.

소석회(消石灰)에 모래를 섞은 모르타르를 벽면에 바르고 수분이 있는 동안 채색하여 완성하는 회화이다. 벽화화법 중 대표적인 것으로 기원전부터 로마인에 의해 그려져 왔다. 작품으로는 아시시의 치마부에, 파도바의 아레나예배당의 조토, 로마의 산타체칠리아성당의 카발리니의 작품 등이 오래된 것이며(13∼14세기), 피렌체의 산마르코대성당의 프라 안젤리코의 명작이나, 그 제자 고졸리에 의한 피사의 칸포산트의 작품 등이 유명하다(15세기). 또 아레초의 성프란체스코성당 본전(本殿)의 《성십자가 전설》은 15세기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걸작으로서 알려졌으며 피렌체의 카르멜회 교회의 브랑카치예배당에 그린 마사초도 르네상스양식을 확립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바티칸궁전에 있는 시스티나예배당의 벽화와 천장화는 미켈란젤로의 노년기의 대작이다.

 이렇게 프레스코화는 14∼15세기 이탈리아에서 최성기를 보였다. 17세기 이후 유화에 밀려났지만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국 ·멕시코 등지에서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멕시코의 D.리베라는 현대의 주목할 만한 프레스코화가이며, 부르델화(畵), 파리의 샹젤리제극장의 그리스신화의 연작이 특히 유명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프레스코화 [fresco]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음악 천사"의 정식 명칭은 "그리스도의 강림"으로, 1480년 로마의 베네치아 광장의 근처, 12사도 성당(Basilica dei 12 santi Apostoli)에 그렸던 프레스코화를 벽에서 떼어내어 왔다고 한다. 아래 둥근 아치는 모조품으로 실제 작품이 성당에 붙어있는 모습을 묘사한 모형.



 좀 더 걷다 보면 일반인이 그냥 봐도 눈에 확 들어오는 그림이 있는데,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라파엘로의 "그리스도의 변용(1520)"이라는 작품. 거장 라파엘로의 유작이라고 한다. 완성을 못하고 사망해서, 그의 제자인 줄리오 로마노가 하단 작품을 완성했는데, 왼쪽 하단에 고개를 돌리고 얼굴이 안 보이는 사람들이 그가 그린 거라고. 스승의 의도를 알 수 없었기에 표정을 그릴 수 없어 그랬다고 한다. 예수님은 승천하고, 오른쪽 아래는 예수님으로부터 치료를 받기를 바라는 마귀 들린 아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실제로 보면 색채가 매우 강렬하고 이목을 끄는 힘이 느껴진다.


카라바조의 "예수 입관(1604)" 작품. 그림에서 시신 두 발을 모아 들고 있는 사람은 니고데모이고 상체를 받쳐 들고 있는 사람은 요셉. 성모 마리아가 슬픈 표정으로 시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작품을 깊이 감상하고 있으면 니고데모가 마치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미술관 규모만 해도 매우 방대하다. 모든 작품을 하나하나 주의 깊게 보는 것은 짧은 시간에 불가능하고 유명하고 특징 있는 작품들만 빠르게 훑고 지나가며 감상해도 한 시간 반 후에야 사각정원{Giardino Quadrato (o giardino segreto)} 쪽으로 나온다. 정원 나오기 직전에 카페테리아가 있으니 뭐라도 먹으려면 이곳이 마지막. 아직은 배가 안 고파서 그냥 물 한 병만 샀다.


 조금 쉬었다가 재출발. "피냐의 안뜰"이란 정원 공간을 지나 "피오 클레멘티노 박물관"으로 이동한다. 지나는 중에 보이는 검은 공은 "천체 속의 천체"라는 작품으로 지구 환경오염을 경고하는 작품이라고. 반대쪽 같은 공간에 솔방울 조각도 있는데 아차. 사진을 안 찍었네. 솔방울은 고대 로마를 상징하는 소나무의 원천이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구글링해서 가져온 "천체 속의 천체" 클로즈 샷과 솔방울 상징. 솔방울은 원래 분수였던 것을 옮겼다고 한다.


 일명 솔방울 정원이라고도 불리는 "피냐의 안뜰"을 지나 "피오 클레멘티노 박물관(Museo Pio Clementino)"으로 들어가면 매우 익숙한 조각상 하나에 사람들이 왕창 모여있는 걸 볼 수 있다. 말로만 듣던 "라오콘 군상" 원본이 여기에 있다.



https://namu.wiki/w/%EB%9D%BC%EC%98%A4%EC%BD%98


이 라오콘의 이야기는 기원전 100년 정도에 로도스 섬의 조각가들인 아게산드로스, 폴리도로스, 아테노도로스의 합작으로 "라오콘 군상"으로 만들어졌는데 헬레니즘 조각의 최대 걸작으로 불린다. 이 조각은 네로 황제가 자신의 황금궁전에 진열하려고 로도스 섬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후 로마의 멸망 후 땅속에 묻혀있다가 1506년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인근 포도밭에서 한 로마의 농부에 의해 발견되었고 이는 건축가 상갈로의 손을 거쳐 교황 율리오 2세의 컬렉션에 들어가게 된다. 상갈로는 미켈란젤로에게 이 조각을 감정하게 했는데 조각 덕후나 다름없었던 미켈란젤로는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조각품이라고 격찬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교황은 농부로부터 라오콘을 즉시 구입해 대중이 감상할 수 있게 공개했는데, 오늘날에는 이를 바티칸 미술관의 기원으로 보며 2006년, 미술관의 500주년을 기념했다.
- 나무위키 "라오콘" 부분 발췌 -



 실제로 보면 이 작품이 왜 유명한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기원전 2세기의 조각이라니. 교황이 농부로부터 이 조각상을 구입해서 대중이 감상할 수 있게 공개한 것이 바티칸 박물관 미술관의 기원이라고 하니 그 의미도 크다고 하겠다. 피렌체에 있는 우피치 미술관에도 "라오콘 군상"이 있는데 이걸 복제한 작품이라고 한다. 복제 당시 오른팔이 복원 안 된 채 복제를 하였는데 이후에 오른팔이 추가로 발견되어 오른팔 모양이 다르다고. 



 위의 마지막 사진이 "벨베데레의 토르소"라는 작품으로 기원전 1세기 즈음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는 작품이다. 몸통만 있는 것이 역으로 다수의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어 다른 작품에 영향을 끼친 효과가 크다고 한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도 이 토르소하고 기본자세가 똑같단다.


 가운데 놓인 커다란 접시 같은 것은 "네로의 욕조". 나무처럼 보이지만 와인색 대리석이며 약 4m 크기라고 한다.





 회랑 양 옆으로 거대한 양탄자 지도가 잔뜩 진열된 "지도의 방". 정작 지도보다는 장엄한 천장화가 더 눈길이 갔다.


창밖으로 빼꼼 내다보이는 교황청 정원/주차장. 바티칸 공국에는 방송국도 우체국도 다 따로 있다고.



너무 많은 작품을 너무 짧은 시간에 봤더니 이제 정신이 혼미롭다....



 "라파엘로의 방" 중에서 "서명의 방"으로 알려진 공간. 박물관 시그니처 중 하나인 "아테네 학당" 벽화가 있는 곳이다. 라파엘로는 서명의 방(1508~1511)을 시작으로 엘리오도르의 방(512~1514), 보르고 화재의 방(1514~1517), 마지막으로 콘스탄티누스의 방(1517~1524)을 그리다가 1520년 37살의 젊은 나이에 사망하여 나머지는 그의 제자들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 중 제일 유명한 공간은 역시 "서명의 방". 박물관 입장권에도 찍혀있는 "아테네 학당"벽화가 여기 있기 때문이다. 남들 다 찍는다는 입장권 손에 들고 같이 찍는 인증샷도 해보자.

 명화 답지 않게 제일 앞에 허공에 뜬 듯한 탁자에 기대 뭔가를 적고 있는 남자가 영 구도가 어색해 보이는데, 이건 초기 구상에 없다가 마지막에 수정해서 그려 넣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라는 학설이 있다고 한다. 주인공은 천문학자였던 데모크리토스. 마침 이 인물은 미켈란젤로를 모델로 삼아 그렸다고 알려져 있다.


 작품 사진의 마지막 공간. "보르고 화재의 방"

 역시 거장이 직접 그린 그림은 눈에 확 띈다. 이 그림도 라파엘로가 직접 그린 그림이라고.


 이탈리아 보르고에 화재가 났을 때 교황 레오 4세가 신앙의 힘으로 불을 진압했던 사건을 그림으로 담고 있다. 이 그림은 당시의 성당 모습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라파엘로의 <보르고 화재>다. 레오 4세가 재위하던 시절 847년 성 베드로 성당과 산탄젤로성 사이의 보르고 지역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왼쪽은 벌거벗은 남자는 막 담을 넘어 화마로부터 도망치고 있고 한 여인은 아이를 넘기고 있다. 오른쪽 기둥은 균열이 생겨 무너질 듯하고 물항아리로 불을 끄고 있다. 그림 하단에는 아이들을 걱정하는 어머니들이 다양한 자세로 고통을 드러내 보인다. 멀리 레오 4세의 모습이 보인다. 왼쪽 하단 노인을 업고 나오는 청년은 트로이에서 아버지인 안키세스를 구하는 아이네아스다.  이 그림에는 사연이 있는데 어느날 사이가 별로 좋지 않던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천정화를 본 라파엘로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존경할 수밖에 없는 그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테네 학당에도 미켈란젤로를 그려 넣고 이 그림에서 라파엘로 답지 않게 모든 사람들을 근육질로(심지어 아이까지도) 표현하고 있다. 어쩌면 지나칠 정도로. 너무도 바빴던 라파엘로가 이 방에서 유일하게 혼자 그린 그림이다.
- 출처 : https://jysin111.tistory.com/1084


 바티칸 박물관에서 마지막 관람한 공간은 "시스티나 소성당". 미켈란젤로 "천지창조" 천정화와 "최후의 심판" 벽화가 동시에 있는 건물이다. 바티칸 박물관 중 유일하게 이곳만 사진을 찍을 수 없는데, 워낙 유명해서 작은 플래시에 의한 손상이라도 예민하게 반응해서 그런 건가 했었는데 다른 이유가 있었다. 노후화된 벽화를 복구하느라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었는데, 일본 NHK가 복구비용을 후원하면서 내부 촬영권을 독점하게 된 게 원인이라고 한다. 어쨌든 모든 관람객은 이 안에서 사진을 한 장도 찍을 수 없다.


 천정화는 엄청나게 높은 곳에 있다. 저 넓은 면적을 누워서 그렸다고?


천지창조 / 최후의 심판. 구글링해서 가져옴.


 수많은 광고에서 차용되었던 하느님이 아담을 손 끝으로 촤라락 충전시켜주던 그 그림이 이거였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E.T.에서도 차용되었다는 거 아니니.



 바티칸 박물관을 제대로 보려면 카톨릭 역사를 이해하고, 헬레니즘부터 근대 및 르네상스 예술을 공부하고 교황청에 대한 역사 및 철학과 로마 이탈리아 고대 근대사까지 좀 알고 들어가야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할 것 같다. 작품 하나당 10분의 관람시간만 잡아도 한 달로도 부족한 시간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작품이 넘치고 넘친다. 왜 전 세계 사람들이 바티칸 박물관을 보려고 날이면 날마다 입구에 진을 치고 줄 서는지 다녀와서 이해했다.


 원래 투어는 박물관과 연결된 전 세계 카톨릭의 심장부 "산 피에트로 대성당"까지 가는 것이 일정이었지만, 나는 13시 30분에 콜로세움 패스트트랙 입장이 예약되어 있었으므로 대성당 투어는 포기하고 박물관 투어까지만 종료하고 서둘러 콜로세움으로 떠났다. 아, 30분만 더 여유가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대성당에 못 들어가 보고 온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이틀 차 오전 일정 끝.




( 다음 편 예고 : 콜로세움+팔라티노 언덕+포로로마노, 로마 시내 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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