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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Dec 05. 2022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탐방기 + 로마 야경 투어

2022.11.21.월. 오후 일정.

(전 편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190




 박물관이 워낙에 거대해서 박물관 밖으로 길 찾아 나오는데만 20여분이 더 걸렸다. 바티칸에서 콜로세움까지 직선거리는 대략 4km쯤 되는 멀지 않은 거리지만 교통편이 애매해서 이동에 넉넉히 4~50분은 잡아야 한다. 교통이 막히는 낮 시간이니 조금 걸어도 도로 전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역까지 10분, 전철 이동에 30분 잡으면 오후 1시 반 입장이 딱 맞다.


 종종걸음으로 오타비아노(Ottaviano S.Pietro) 역으로 걸어간 후 테르미니 역에서 블루라인으로 갈아타려는데 뭐가 좀 이상하다. 딱 내가 가려는 곳만 죄다 바리케이드로 막혀있다. 어... 어..... 안 되는 영어로 콜로세움 가려면 어디로 가냐고 역무원을 붙잡고 물어보니 지하철 공사해서 오늘 그쪽 방향 운행 안 한단다. 왓더....???? 수도의 전철이 한낮에 운행을 안 한다고라고????? 아, 적응 안 된다. 주변을 보니 황당해하는 다수의 관광객들이 입구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아니, 나는 패스트트랙 입장객이라 시간 놓치면 표가 날아간단 말이다. 딱 계산해서 움직이는 건데 이러는 게 어딨어. ㅠㅠ 버스를 타? 택시를 타야 하나? 승강장이 어디지? 일단 밖으로 나간다.


 테르미니역에서 콜로세움까지는 약 2km. 달리면 15분 정도면 갈 것 같기는 한데, 오전에 벌써 너무 많이 걸어서 에너지가 없다. 버스를 타면 또 30여분은 걸릴 것 같고... 어, 눈에 킥보드가 들어온다. 그래. 라스트 1마일이면 킥보드지. 저거 타고 이동하기로 결정. 마침 시험 삼아 어제 킥보드를 타 봐서 어떻게 쓰는지도 알고 어플도 미리 깔려있었다.


 GPS 잡아서 구글맵 연동하고 방향을 잡으니 길 찾아가기는 큰 무리가 없었는데, 망할, 길바닥이 대부분 벨지안 도로라서 진동이 극심하다. 인도 주행은 못 하고 차도 주행만 할 수 있는데 가뜩이나 좁아터진 길 익숙지 않은 킥보드 조작이 쉽지 않았지만 시간 내 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부다다다 주행.


 손바닥이 얼얼한 상태로 콜로세움 입구에 도착해서 주행 종료하고 계산을 마치려는데 "이곳에는 주차를 할 수 없습니다"가 뜬다. 유적지 관광지 부근에는 통행에 방해되니 다른 데 가서 세우라는 안내. 시간도 없는데 부글부글하면서 도로 한 블럭 떨어뜨려 주차하니 겨우 종료 승인이 된다. 결과적으로 시간을 확 줄인것도 아니고 요금도 택시비와 별반 다르지 않게 나왔다. 19분 이용했는데 무려 6유로! (추가 5분은 주차장소 찾느라 그런건데!) 앞으로 다신 이용하지 않는걸로. 차라리 택시를 타겠다.



 중간에 이래저래 시간을 날려먹고 1시 50분이 다 되어간다. 원칙상 15분 경과하면 표가 날아간다고 안내되어 있어 아 몇 분 차이로 이 비싼 걸 날려먹나 싶었는데 비수기라 그런 건지 개찰구에서 암말 않고 통과시켜준다. 괜히 쫄았네. 이럴 줄 알았으면 느긋하게 바티칸 투어 마무리하고 올 걸 그랬나.(시간상 중간에 갖다 버린 거 생각하면 바티칸 투어 마치고 성당 쪽 입구에서 버스 타고 오는 편이 훨씬 나았다.)


 어쨌든, 개찰구 통과. 콜로세움 관광 시작.


 일단 사전 배경지식 투척.

https://namu.wiki/w/%EC%BD%9C%EB%A1%9C%EC%84%B8%EC%9B%80


유튜브 랜선 투어는 이 분 껄 추천. 매우 자세히 설명해주신다.

https://youtu.be/xgzSg1Ilm9Y?t=12


역시 돈 들여 만든 게 퀄리티도 좋다. EBS 다큐도 있음.

https://youtu.be/Duj0oiOiw4Y?t=6


 일반 관광객 줄 상태. 성수기에 오면 땡볕에 한두 시간 줄 서는 건 예사라 반드시 시간 예약을 하고 오라고 안내받고 왔는데 역시 비수기라 일반 줄도 10~20여분이면 입장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어쨌거나 나는 패스트트랙 미리 예약했으니 무사 입장.

 


 보이는 모든 문은 아치이다. 아치문은 포탄을 맞은 듯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데, 이건 돌을 이어주는 금속 클램프가 체결되던 자리였다고 한다. 그리고 외벽은 원래 대리석으로 마감된 건물이었는데 로마가 망한 이후 콜로세움 자체를 도심 채석장으로 활용해서 값나가는 대리석은 다 뜯어가 버리고 그걸 지탱하던 금속 클램프까지 싹 뽑아가서 이렇게 뼈다귀만 남은 거라고 한다. 그나마 이것도 1749년 베네딕토 14세 교황에 의해 성지 지정이 되면서 더 이상의 훼손이 진행되지 않은 거라고. 나중에 가 볼 포로 로마노 보면 알겠지만 거기에 비하면 콜로세움은 보존상태가 아주아주 양호한 편.



 원래는 내부의 관중석도 경사면마다 대리석으로 마감이 되어 있었다던데 돈 되는 대리석은 다 뜯어가고 오른쪽 아래 보이는 것처럼 일부 구간만 복원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경기장 바닥의 지하가 무척 정교하고 복잡하다. 영화 "글레디에이터"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경기장 바닥엔 복잡한 기계장치로 이뤄진 지하 시설물이 있으며 각종 동물이나 공연에 필요한 소품들을 오르내리게 하는 장치로 활용했다고 한다. 지금은 뻥 뚫려있는 지하 공간은 원래 나무판으로 다 막혀 보이지 않는 공간이었다고. 지하 투어는 현지 가이드가 안내하는 단체 투어에 한해서만 개방되는 공간이라 가보지는 못했다.


콜로세움에서 바라본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위)과 비너스와 로마 신전(아래)


낮에 봐도 웅장하다.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콜로세움 대충 봤으니, 다시 이동. 팔라티노 언덕으로 먼저 가서 포로로마노를 조망하고 오는 게 좋단다. 전문가가 시키는 대로 하자.



 언덕엘 올라가면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 게 이 Palatine Stadium. 



 구글링을 해보니 "아마 저랬을 거다" 하는 추측도만 있고 정확한 용도는 모른단다. 어쩐지 여긴 국내 사이트에도 별다른 정보가 없더라니.



 팔라티노 언덕에도 무언가가 잔뜩 있는데 가이드 없이 돌아다니기엔 한계가 있다. 대충 스타디움,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궁터 등 여기도 유적지이나 주 목적은 포로 로마노 조망하고 내려가기니까 대충 스윽 둘러보고 포로 로마노 전망대 갔다가 내려왔다.


비너스와 로마 신전 앞에서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명당. 안 찍을 수 없지.


비너스와 로마 신전. 아마도 저 건물은 절반만 남은 것처럼 보인다.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개선문 (Arco di Settimio Severo)
포로로마노에서 바라본 팔라티노 언덕 테라스 (Terrazza Belvedere del Palatino)


카스토르와 플룩스 신전 (Il Tempio dei Dioscuri)
안토니누스와 파우스티나 신전 (Tempio di Antonino e Faustina)


 안토니누스 황제가 그의 아내 파우스티나 황비를 위해 지은 신전으로 141년에 지은 신전이라고 한다. 11세기부터는 산 로렌초 미란다 성당으로 이용되며 관리된 덕에 보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 특이하게 청동문이 허공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지표면이 퇴적되어 있을 때 저렇게 문을 새로 내지 않았나 싶다.


바실리카 막센티우스(Basilica di Massenzio). 포로 로마노 건물 중 가장 큰 아치문. 무언가 보수공사 중인 듯?
티투스 개선문


 티투스 개선문은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개선문으로, 티투스 황제가 예루살렘을 정복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서기 81년에 세운 것이라고 한다. 외부는 이후 복원된 것이라고 하는데 기독교인이 가장 치욕스럽게 생각하는 유적 중 하나라고. 예루살렘이 정복당했다는데 그럴 만두 하지...


 포로 로마노 역시 매우 방대한 유적이며 유적지 한 곳 한 곳마다 특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곳이나 가이드 없이 찾아간 곳이라 체계적으로 탐방할 수 없었다. 공부 없이 가면 그냥 돌 무더기. 그나마 구글 맵 하고 현장에서 급조한 오디오 가이드하고 대조해가면서 이게 이거구나~ 감이라도 잡고 올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많이 놓치고 올 수밖에 없었다. 로마 일정에 여유가 되는 분이라면 바티칸 하루, 콜로세움+포로로마노 하루 잡고 가이드 대동해서 즐기시길 추천드린다. 준비 안 된 상태서 그냥 가면 이것도 저것도 그냥 돌무더기......


 슬슬 땅거미가 밀려오고 해가 저물며 기온이 떨어져 간다.

 점심도 굶었는데 저녁 먹으러 가야지. 운 좋게 콜로세움에서 어제 남부 투어를 같이 갔던 한국인 일행을 우연히 다시 만나서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혼밥 힘든데 참 다행이지.


 식사 장소는 콜로세움과 그다지 멀지 않은 현지 식당.

https://goo.gl/maps/goqW6TPXnyeVyV2f6



 까르보나라(Carbonara), 피자(Piz Porcini Salsic), 닭고기 수육(Tagliata di pollo)을 시켜서 셋이서 잘 먹었다. 상차림비는 인당 2유로 추가. 푸짐하게 먹고 인당 20유로 안 나왔으니 나름 선방했다.


 음식이 나오는데 까지 시간이 좀 걸리긴 했는데 피자 도우를 막 치대어 오븐에 갓 구운 정말 신선한 맛이 나서 무척 맛있게 잘 먹었다. 상대적으로 까르보나라는 면발이 조금 딱딱했고, 닭고기 요리는 그냥 딱 상상하던 일반적인 닭고기 맛이었다.


 저녁까지 푸짐하게 먹고 나니 이제 6시 반. 해는 완전히 져서 깜깜한 밤인데 들어가긴 조금 이르네. 로마의 마지막 밤인데 안 가본 곳이 너무 많으니 이대로 들어가긴 아깝지. 저녁 기차가 예약된 동행들과는 식사 이후 헤어지고 나 혼자 야경을 돌아보기로 했다. 보자, 어딜 안 가봤더라.


 마침 식당 바로 코앞에 있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 및 오벨리스크. 어쩐지 익숙하다 했었는데 첫날 남부투어 버스를 여기 앞에서 탔었구나. 저녁이라 못 들어가 보는 것이 좀 아쉽지만 그래도 외관은 봤다. 다음 장소 이동.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 및 오벨리스크


 버스를 타려는데 마그네트를 1유로에 판다. 관광지 앞 기념품점에선 심하겐 5유로씩 받는데 1유로라고 하니 갑자기 싸 보인다. 몇 개 골랐다.


 


 다음 행선지는 트레비 분수대. 아기자기한 그런 분수대 아니다. 웅장한 건물이다.  건물의 한쪽 벽면이 완전히 분수대만을 위해 장식되어 있다. 바로크 양식의 걸작이라 불리며 1762년 완공되었다고 한다. 분수를 찾은 관광객 대부분이 분수대를 향해 뒤돌아서서 어깨 뒤로 동전을 던져 넣는데, 남들 하는 건 나도 해봐야지. 오십견이라 팔이 잘 안 올라가지만 힘들게 하나 던져 넣고 왔다. 이렇게 쌓이는 동전이 대충 1년에 18억 원에 이른다고. 이탈리아 돈 벌기 쉽다... 나도 분수사업이나 해 볼까...


 트레비 분수까지 갔는데 젤라또를 안 먹고 오면 어쩐지 후회할 것 같아서 근처 젤라또점에서 제일 작은 콘을 하나 샀다. 으... 추운데 더 춥다. 역시 젤라또는 하늘 화창하고 더운 날 먹는 거다.


 다음 코스. 로마의 휴일 무대인 스페인 광장을 가 보자. 분수에서 그다지 안 멀다. 대충 600여 미터, 8분 거리... 라고 하지만 슬슬 다리에 힘이 풀린다. 오늘도 이미 2만보 넘게 걸었단 말이다. ㅠㅠ



 영화에서 본 것처럼 방사형 계단 아래에 있는 분수와 첨탑, 광장이 무척 잘 어울리며 예쁘다. 몸은 힘들지만 안 와봤다면 후회할 뻔했다. 조명도 참 잘 어울린다. 계단 자체가 유적지처럼 느껴지긴 한데, 올라가는 걸 제제하진 않는다. 다만, 요즘에는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젤라또를 먹으며 계단을 거닐 수는 없다고.



 이제 슬슬 밤이 깊어지네. 집에 가자. 다리가 아파서 더 걸을 힘도 없다구. 마침 여기에 "SPAGNA" 전철역이 통과하길래 스페인 광장의 137개 계단을 끙끙대고 올라가서 전철을 타려는데... 왓더... 뭐냐. 입구가 막혀있다. 아니 대체 이 나라는 전철도 문화재임? 장식임??? 다리도 아픈데 계단 정상까지 올라왔구만. 씩씩대며 도로 내려가서 버스 타고 집에 가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 찾아가는 길에 발견한 삼성 갤럭시 전면광고. 뉴욕에서의 광고판은 전면 LED에 매우 화려한데, 로마의 광고판은 주변 경관 고려해서 비슷한 건물 톤으로 맞춰가며 조금은 심심하게 광고를 하는구나. 광고도 지역 색깔을 따르네. 허긴 그래야지. 그래야 경박해 보이지 않지.


 지친 몸을 이끌고 민박 방에 들어가니, 저 끝 침대의 젊은 룸메 친구가 고생했다며 맥주 한 캔을 권한다. 아이고, 고마울 데가 총각. 복받을껴. 목마르던 찰나 꿀떡 마시고 코 잤다. 정말 머리 닿자마자 잔 것 같다.



 이탈리아 로마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종료. 못 가본 곳이 여전히 너무 많은데 아쉬웠다.




(다음날 예고 : 바티칸 산 피에트로 대성당, 피렌체 이동 및 우피치 미술관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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