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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Dec 07. 2022

피렌체 입성 첫날

우피치 미술관 및 도심 야경 투어(2022.11.22.화)

(이전 이야기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191




 오늘은 로마에서 피렌체 이동하는 날.

 사실 어제까지 모든 로마 일정을 마무리하고 오전에 기차로 피렌체로 이동하는 걸로 계획을 짜 놔서 오전에 느긋하게 좀 쉬었다 출발할 생각이었는데, 새벽에 눈이 또 자동으로 떠진다.


 기차 출발 때까지 시간이 살짝 남네. 그렇다고 어디 들어갔다 오기도 애매한데. 가만 생각해보니 어제 못 다녀온 바티칸 대성당(=성 베드로 대성당)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들어가진 못해도 껍데기라도 보고 와야지. 미션 임파서블에도 나왔잖아. 가는데 30분 보는데 10분 오는데 30분. 한 시간 10분만 투자하면 충분하고 시간도 된다. 아흑. 여행 계획 시 패스트트랙을 사흘만 먼저 샀어도 어제 다 보고 오는 건데. 바티칸 투어와 콜로세움 시간이 애매하게 살짝 겹치는 바람에 동선이 이렇게 된 거다. ㅠㅠ


 후회하면 늦고 일단 출발. 어제와 똑같이 전철 타고 오 역에서 내려서 바티칸까지 걸어갔다. 성당 입구 열쇠 모양 광장을 보고 열쇠 모양 대로를 따라 그냥 걷는 게 로마에서의 마지막 여정. 이른 아침시간이라 성당에 들어갈 수 없어 다시 아쉽다. 그래도 "찍고 왔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고. 이다음 로마에 오면 대성당 관람에도 반나절의 시간을 할애하고 큐폴라(=돔 모양 지붕) 꼭대기도 올라갔다 올 테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도로 숙소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저 뒤쪽으로 "성 천사의 성"이 보인다. 저기도 뷰 맛집이라던데 안 가봤네. 첫날밤 제외하고 남부투어 제외하고 로마를 제대로 볼 시간은 하루밖에 없었으니 좀 짧긴 짧다.

버스 창 너머 보이는 것이 성 천사의 성. 결국 못 가봄. ㅠㅠ


 후다닥 짐을 챙겨 기차역으로 향했다.

 역시 숙소는 역 가까운 데가 최고다. 좀 허름하긴 했지만 이동하는 데는 아주 만족.



 기차 번호와 열차칸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탑승한다. 승차 플랫폼은 임박해서야 역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까 모니터 정보를 잘 봐야 한다.



 이탈로트레노는 우리나라 KTX처럼 고속철도. 1978년 개통된 거라고 하니 역사가 상당하다. 최고 속도는 시속 250km 쯤 되나 보다. 내가 탑승한 기차는 깔끔하니 비교적 최신 모델처럼 보였다.



 로마에서 두어 시간 달려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에 도착했다. 역사가 상당히 크고 탑승 플랫폼이 많은데, 모두 지상철이다. 역사 안에서도 꽤나 걸어야 한다.


 숙소를 찾아가려는데 비가 추적추적 온다. 택시를 탈까 봤더니 택시 대기줄만 100미터. 안타 안타. 멀지 않다는데 그냥 걷자.


비가 와서 택시 대기줄이 길다. 역 나오자마자 맞은편에 보이는 성당.


 구글링 해서 찾아갔더니 이번에는 크게 헤매지 않고 역사 가까운 곳의 민박집을 딱 찾았다. 6인실 룸을 배정받았는데 비수기에 찾아가서 그 큰 6인실을 나 혼자 쓰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로마 민박보다는 훨씬 깨끗하고 정갈한 분위기였지만 공통 화장실, 샤워실이 딱 하나밖에 없어 성수기에 손님들 만석일 때는 좀 불편할 듯했으며 대신 조식은 안 준단다.


 짐을 맡겨놓고 처음 간 곳은 피렌체 중앙시장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곱창버거. 시장 먹자골목 안에 있는 집이라 값도 저렴하고 자릿세도 안 받고 무엇보다 한국인 입맛에 잘 맞고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집이다. 혼자 가기에 부담스럽지도 않다. 


 정확한 장소는 피렌체 중앙시장 먹자골목 정문으로 들어가서 왼쪽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찾을 수 있다. 중앙시장 먹자골목까지만 찾았다면 그리 찾기 어렵지 않을 터. 가게 이름은 Da Nerbone.


https://goo.gl/maps/aB1xrrGvTtZoWYwr5



 1872년에 오픈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집.

 어떻게 주문한담. 일단 메뉴판을 보자. 아, 제일 위에 있는 이거군!


  Panino con Lampredotto(빠니노 콘 람프레도또, 곱창버거). 만일 곱창을 싫어하신다면 고기버거의 대안도 있다. Panino con Bolito(빠니노 콘 볼리또, 고기버거). 가격은 동일. 각 4.5유로.

 소스도 두 가지인데, 살사 베르데(Salsa verde, 바질+올리브) 또는 살사 피칸테(Salsa piccante, 매운맛)이 있다. 한국인에게는 매운맛 추천한다고. 기름기가 많아 조금 느끼할 수 있으니 와인도 추천. 1.5유로.


 주문받는 아주머니는 영어를 못 하시지만 "스터먹 버거, 스파이시"만 해도 대충 통한다.


 큼지막한 곱창버거 4.5유로, 와인 한 잔 1.5유로. 합이 6유로.

 나 역시 인터넷 추천대로 곱창+매운소스 택했는데, 이게 최고의 조합이라 생각한다. 기름기는 많지만 그렇다고 역겹지 않으며 야들야들 부드럽게 씹히는 곱창 맛이 매우 일품이다. 세트로 같이 주문한 와인이 신의 한 수 였다고 생각하는데 느끼함을 매우 잘 잡아주는 환상의 조합이다. 접시에 담아 내어주는 곱창수육도 유명하다던데 시간 맞으면 다시 와서 먹어봐야겠다.(그래놓고 못 갔다.)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 큼지막한 버거와 와인 한 잔을 들이키고 나니 좀 살 것 같다. 배도 빵빵하다. 시장통을 좀 더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오후 우피치 미술관 투어 예약시간이 가까워져 약속장소로 이동했다. 약속장소는 피렌체 중앙시장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시뇨리아 광장 청동 기마상 앞. 구글신께 어디냐고 물어보니 친절하게 길을 열어주신다. 구글신 없었을 땐 어떻게 살았을까나. 혼자 여행하기 참 좋은 시대다.


찾아가는 길에 두오모도 세례당도 보이고


조금만 걸어가니 널따란 광장에 청동기마상이 나온다. 보수공사 중인가? 말에서 내리셨네?


시뇨리아 광장에 자리한 사자상. 이것봐바... 이거 진짜 돌 맞아... 어쩜 돌에다 이렇게 생생하게 조각을 했을까. 감탄스럽다.

 

가이드 선생님 기다리는 동안 광장 전시작품 자유관람


 약속시간이 되니 가이드 선생님이 오셨다. 우피치 미술관 투어 시작! 우피치 미술관은 피렌체 관광의 하이라이트! 나 출신 자체가 공돌이이고 예술적 지식은 그닥 없지만 미술관, 박물관 가는 걸 매우 즐기는 사람이다.



 미술관 입장 전에 피렌체 역사와 관련된 주요 인물들에 대해 설명해주셨는데 사실 누가 누군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들을 때는 재밌었다.)


ㄷ자 모양을 가진 우피치 미술관 회랑을 배경으로 찍은 인생 샷. 역시 얼굴이 잘 안 보여야 멋있네...


 본격 관람 시작. 우피치 미술관도 바티칸 박물관 못지않게 전시 작품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많다.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본고장이며 예술의 중심지니까 당연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작품 규모와 수준이 엄청나게 방대하며 그 수준 또한 한점 한 점이 걸작이라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피치 미술관 시그니처 중 하나인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1485년작, 180 x 280 cm)
또 다른 시그니처, 산드로 보티첼리의 봄(1480년). 작품 크기가 생각보다 크며(314 x 203 cm) 작화가 매우 정교하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봄을 가까이서 본 모습. 얼마나 그림을 디테일하게 그렸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 점 한 점 설명할 실력도 안 되거니와 그냥 바라만 봐도 좋은 작품들이라 세부 설명은 생략.




 회랑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그냥 예술이다. 어쩜 이다지도 예쁠까. 다리 위로 미술관과 직통하는 회랑이 있고 그 아래는 모두 보석상들. 제일 앞 보석상과 2층 회랑이 있는 저 다리가 유명한 "베키오 다리"이다.





 이미 바티칸 박물관에서 보고 온 라오콘 군상. 바티칸에 있는 것이 진품이고 이건 복제품. 오른팔을 찾기 전에 복제된 거라 물뱀을 떨쳐내려 애쓰는 오른팔의 자세가 진품인 바티칸에 전시된 것과 다르다. 역시 진품이 더 예쁘고 자연스럽다.


대리석을 일일이 깎아 만든 발가락. 살아있는 것 같다.



관람하는 중에 어느덧 해가 졌다


 쉬지 않고 열심히 관람을 해도 반의반의 반도 못 보는 것 같다. 어차피 모든 걸 다 보는 건 정해진 시간 내 불가능하고 딱 포인트가 되는 작품만 설명해주신다. 그렇게 미술관 투어를 마치고 이어지는 도심 야경투어. 이 날은 하루 종일 비가 추적추적 와서 야경을 보기에 썩 좋은 날은 아니긴 했지만 어쩔 수 있나.



 베키오 다리 위를 직접 가보자. 멀리서 봐도 예쁜데, 가까이서 봐도 예쁘다. 다리 위 상점들은 모두 보석상. 보석상 위를 보면 무수히 많은 갈고리를 볼 수 있는데 이게 원래는 푸줏간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그런데 피렌체가 토스카나 대공국 시절이었던 1593년, 공국의 메디치 가문 3대 군주 페르디난도 1세가 다리 위 푸줏간이 지저분하고 보기 싫다는 이유로 싹 쫓아내고 보석상을 들여앉혔다고. 참고로 베키오 다리는 이탈리아 어로 "오래된(낡은) 다리"라는 뜻이며 1345년 건설된 로마시대의 마지막 다리라고 한다.


 베키오 다리 상가 2층 은 "바사리의 통로(Corridoio Vasariano)"라고 하며, 대가들의 자화상을 볼 수 있는 통로로 꾸며져 있다고 한다. 토스카나 공국 초대 군주였던 코시모 1세의 명령으로 조르지오 바사리가 1565년 건설한 것으로 코시모의 직무실인 베키오 궁전과 거주지인 피티 궁전을 연결한 출퇴근로였던 셈.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있는 미켈란젤로 다비드상의 복제품이 시뇨리아 광장에 있다. 약 4m 높이의 거상.
다비드 상 바로 옆에 있는 바다의 신 넵튠 분수. 이것도 복제품이며 원본은 국립박물관에 있다고.
단테의 집에도 가 보고...
누군가 보도블록에 단테의 얼굴을 새겨놨다고.
밤에 가 본 피렌체 대성당과 세례당의 천국의 문(동쪽문). 천국의 문 역시 복제품이며 진품은 박물관에 있다.


이게 세례당의 북문. 세례당의 문짝 세 개 모두 진귀한 예술품이며 진품은 모두 박물관에 있다.


피렌체 입성 첫날, 우피치 미술관 및 도심 야경투어 끝.




[다음편 예고 : 피렌체 맛집 부카마리오(Buca Mario) 만찬 - 티 본 스테이크 썰어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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