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경관만으로도 먹고사는 나라, 스위스
오늘의 목적지는 뮈렌(Mürren).
뮈렌은 스위스 베른주(州) 베르너 고지(高地)에 있는 산악마을.
인구는 450명이다. 높이는 1,650m이며 묀히봉(Mönch Mt.:4,099m), 아이거봉(3,970m), 융프라우산(4,158m)의 고봉(高峰)에 둘러싸여 있다. 지대가 매우 높아서 공공도로로 갈 수 없고 인구는 적지만 관광업이 발달해서 호텔 침상이 2,000개에 이른다. 또한 학교와 가톨릭과 개신교의 2개 교회가 있다. 청정지역으로, 휘발유 자동차는 운행할 수 없다.
원래는 농촌이었는데 여름과 겨울에 관광객이 많이 찾으면서 규모가 커지고 부유해졌다. 뮈렌 케이블카역에서 아래쪽 마을인 짐멜발트(Gimmelwald)와 슈테헬베르크(Stechelberg), 위쪽의 실트호른(Schilthorn) 정상 등으로 4개의 케이블카가 운행된다.
총길이 52km의 슬로프, 14개의 스키 리프트 등 스키 시설과 썰매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또한 슬로프 외부에서도 스키를 즐길 수 있고 하이킹을 즐길 만한 코스가 여러 곳 있다. 시내의 대형 스포츠센터에는 스케이트장, 수영장, 스쿼시 코트가 갖춰져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뮈렌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좀 더 자세한 정보는 위키백과를 참고하자.
https://ko.wikipedia.org/wiki/%EB%AE%88%EB%A0%8C
호스텔에서 인터라켄 웨스트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하늘에 뭐가 보인다. 아, 그렇지. 인터라켄은 연중 기압골이 안정된 곳이라 패러글라이딩의 성지라 불리는 곳이다. 여기 가면 패러글라이딩 한 번 해 보라고 추천을 받긴 했지만 나는 발이 땅에 붙어있을 때가 제일 좋은 사람이라 비행체험은 안 하는 걸로. 해외지사 체류자니까 비행기는 연중 자주 많이 타니까 굳이 또 돈을 내고 비행하고 싶지는 않다(고 합리화해본다. 사실 비싸서 안 탔다.).
역사 안에 놓여있는 음료 자판기. 물 한 병에 3.6프랑(=5천 원). 아 정말 사악한 물가다. 안 사 안 사 나중에 수돗물 받아먹지 뭐. 그런데 간간이 "Not Drinking" 적혀있는 탭워터도 많아서 호스텔 직원이 음용해도 된다며 안내한 숙소의 수돗물이 아니라면 밖에서 수돗물을 마시기엔 여전히 께름칙하다.
인터라켄에서 뮈렌 가는 길 정리
: 인터라켄 웨스트(Interlaken West) 역 → 인터라켄 이스트(Interlaken Ost) 역(기차 환승) →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 역 하차 → 케이블카 탑승 → 그뤼치알프(Grütschalp) 역에서 케이블카 하차, 이어지는 산악열차 탑승 → 뮈렌(Mürren) 역 하차
거리는 멀지 않지만(20여 km) 탈 것을 세 번 갈아타야 하는 길이다. 산악열차가 있지만 이 구간은 스위스 패스 소지자에게는 추가 비용이 한 푼도 없다.
인터라켄 웨스트 역에서 출발해서 이스트 역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부지런히 잘 달리면 딱 안내한 시간에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 역에 도착한다. 여기서 하차해서 케이블카 표식을 따라가면,
요렇게 웰컴 하면서 케이블카가 기다리고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아이마냥 창가에 예쁜 경치를 보며 즐기다 보면 채 10분도 안 돼서 그뤼치알프(Grütschalp) 역에 도착하고 케이블카를 내리자마자 산악기차를 탑승하면 된다.
산악기차를 탑승해서 창 밖 설산 풍경을 감상하며 가다 보면 15분이면 뮈렌 역에 도착해서 하차한다. 드디어 도착.
뮈렌은 딱 스윗스윗한 스위스 작은 마을이다. 해발 1,650m나 되는 고지대에 처음 마을을 만들 때는 고생을 했겠다. 지금이야 케이블카도 산악철도도 있지만 그런 인프라 없었을 때는 오가기가 무척 어려웠겠지.
높은 설산들 사이에 둘러싸인 눈 맞은 뾰족 지붕 마을 풍경은 어딜 봐도 그냥 그림같이 예쁘다. 눈이 많이 온 모양인데, 주요 도로는 제설작업이 잘 되어있다.
인생사진 명소로 유명한 "뮈렌 통나무" 장소인데, 통나무는 거의 절벽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눈비가 반쯤 섞인 진눈깨비가 내리는 날이라 관광객이 별로 없던 날이었음을 감안해도 명소에 사람 자체가 없다. 좀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해야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이라도 할 텐데, 위험해 보였는지 통나무 가까이 오려는 사람이 없어서 주 도로에 길 가던 사람에게 부탁해서 찍고 온 건데 부탁까지 하는 마당에 "가까이 좀 와서 이렇게 찍어주세요" 할 수가 없어서 그냥 "찍고 왔다"에 의미를 둘 수밖에 없겠다. 그러니까 이러한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찍으려면 인물은 가까이, 배경은 저 멀리 두고 공간감을 충분히 느끼도록 찍어야 하는데 아무도 가까이 와 주지 않았다. 빨간 모자가 아니었다면 저기 사람이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ㅠㅠ
작은 마을이지만 호텔도 리조트도 스키장도 있다. 스키장은 아직 본격 겨울이 아니라 그런 건지 비수기인지 개장하고 있진 않았다.
두어 시간 충분히 둘러봤으니 집에 가야지.
올라올 땐 못 살펴본 짐 보관함이 보인다. 1회 이용료 7프랑(=1만 원). 모든 게 다 비싸다.
유럽 최고봉 융프라우요흐로 놀러 오세요~ 광고판도 보인다. 스위스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지만 이 시기에는 모든 액티비티가 휴업기이며, 오늘처럼 기상이 안 좋은 날은 올라가본들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해서 이번엔 가지 않는 걸로 마음을 접었다.
뮈렌을 이어주는 1량짜리 산악열차. 30분에 한 번씩 아래쪽과 오간다.
그 사이 날씨가 안 좋아져서 눈이 또 많이 온다. 후딱 내려오길 잘했다.
흐린 날씨였지만 경관은 예쁨 예쁨 나 스위스야 말하는 것 같다. 어딜 봐도 깨끗하고 아기자기 그림같다.
경사 심한 곳엔 이렇게 톱니레일이 있어 기차가 미끄러지지 않나 보다. 정확한 메커니즘은 나도 잘 모르겠다.
다시 왔던 길로 똑같이 산악열차 - 케이블카 - 국영열차를 타고 돌아왔더니 해가 졌다. 오늘은 밥친구도 못 사귀었고... 뭘 먹는다? 워낙에 비싸서 어디 들어가기도 겁이 난다. 다른 사람들 어떻게 하나 살짝 투숙객 자율이용 주방 및 식당엘 가봤는데, 누군가 신라면을 맛있게 먹고 있다. 아, 저분은 한국인이구나~
"실례합니다. 혹시 이 컵라면은 어디서 사셨나요?"
"아, 근처에 COOP 마트가 있어요. 거기서 사 오시면 돼요."
구글맵에 COOP 어딨냐고 물어보니 인근에 있네. 가서, 컵라면 두 개와 사과 하나, 물 한 병을 사 왔다. 신라면 용기면은 하나에 4천 4백원 정도 한다. 비싸지만 그나마 이거라도 파는 게 어디야.
로마에서 다음날 귀국한다며 햇반을 나에게 흔쾌히 기증하고 가신 여행객 덕분에 오늘 저녁은 "컵라면에 밥말아 먹기". 호스텔 공용주방엔 물 끓이는 티포트도 전자레인지도 다 갖춰져 있다. 젓가락은 못 구했지만, COOP에서 커피스틱을 무료로 주니까 아쉬운 대로 쓸만하다.
호스텔 숙소 전경. 2층 침대 세 개가 놓인 6인실로, 딱 누으면 정말 컨테이너에 짐 보관되는 느낌이 좀 들긴 하지만 뭐 그래도 깔끔한 편이고 룸메 여행객들도 매너가 좋은 편이라 있을 만 했다.
어제는 심야버스에서 채 두세 시간도 못 잤던 관계로 오늘은 저녁 9시도 되기도 전에 곯아떨어짐.
무사히 마친 스위스 관광 첫날 끝.
(다음 이야기 : 스위스 마터호른엘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