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in Lodge 호스텔은 Brasserie 17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겸하여 운영하는 곳인데, 전날 예약하면 Brasserie 17에서 8프랑에 조식을 먹을 수 있다. 아침 뽀지게 먹고 점심은 굶거나 아주 간단히 먹고, 저녁 든든히 먹으며 식비를 줄여야겠다고 마음먹어서 조금 비싸게 느껴지긴 했지만 전날에 조식을 미리 예약했었다. 이미 스타벅스에서 차 한잔, 머핀 하나만 골라도 10프랑이 훨씬 넘는 금액의 나라란 거 알기에 8프랑 정도는 준수한 거라고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고 있었다.
상차림은 그냥 심플하고 소박한 아메리칸 스타일. 바게트에 쨈, 치즈, 꿀 + 시리얼 + 우유 + 녹차 또는 커피
의외로 바게트 하고 꿀 조합이 무척 좋았다. 소포장 꿀을 몇 개 키핑해 둘 걸 소심해서 못 가져왔다. 가성비 넘치는 아침이라고는 못 느꼈지만 스타벅스보단 훨씬 좋았으니 이만하면 배 든든하게 만족. 어쨌든 스위스에서는 숨만 쉬고 있어도 돈이 솔솔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단 말이지. 일정을 오래 안 잡았기 다행이다.
오늘 갈 곳은 마터호른. 다행히 오늘 기상예보는 "맑음"이다.
명성이 융프라우요흐에는 살짝 밀리지만 마터호른 역시 그에 못지않은 준봉이며 피라미드 형의 특이한 외형덕에 스위스 심볼로 자주 팔린다. 이름은 몰라도 사진을 보면 매우 익숙한 느낌이 드는 이유다.
마터호른 가는 길 복기. 정확히 말하면 높이 4,478m의 마터호른은 아무나 올라갈 수 있는 평범한 산이 아니므로 마터호른을 감상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인 높이 3,089m의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로 가는 길.
늘 하듯이 SSB Mobile 어플을 가동해서 출발역 인터라켄 웨스트, 도착역 고르너그라트(Gornergrat) 역을 입력하면 최단 거리로 이렇게 안내해 준다. Spiez 역에서 한번, Visp 역에서 두 번 갈아타면 Zermatt역에 도착해서 내리고, 여기서 고르너그라트 행 산악열차 티켓을 따로 구매해서 종착역까지 올라가면 전망대에 도착한다. 인터라켄 웨스트(Interlaken West) - 체르마트(Zermatt) 이동 소요시간은 약 2시간 10분.
체르마트(Zermatt) 역사를 나오면 이렇게 생긴 건물이 보이는데, 여기가 산악열차 갈아타는 곳. 산악열차는 민간철도라서 스위스패스를 가지고 있어도 별도로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티켓 가격은 계절마다 좀 상이한데 내가 갔었던 11월 요금은 편도 44프랑, 왕복 88 프랑. 단, 스위스 패스 소유자에겐 50% 할인해주니까, 왕복 44프랑에 구매했다. 아참, 중요한 팁 하나. 왕복 산악열차 티켓 구매할 때 컵라면 교환 쿠폰을 미리 인쇄해서 가서 보여주면 전망대에서 먹을 수 있는 컵라면 무료교환권을 준다.
아쉽지만 2023년도 쿠폰은 아직 안 뿌린 것 같다. 저 쿠폰은 2022년도로 만료되었으니 2023년 이후에 가실 분들은 쿠폰 잘 찾아보시길... (친절하게 링크 안내드리려 했으나 나도 못 찾겠다....)
아침에 출발할 때 급하게 나오느라 인쇄한 쿠폰을 못 들고 나와서 노심초사했었는데, 다행히 스마트폰 캡처 이미지만 보여줘도 무사히 Noodle-Soup 쿠폰을 득템 할 수 있었다.(쿠폰 안내장엔 "인쇄"해서 오라고 되어 있으니 가이드에 따르도록 하자.) 이거 발급 못 받았으면 무진장 슬플 뻔했다.
줄이 길어 막 출발하려는 기차를 놓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아슬아슬 무사히 탑승. 고르너그라트로 가는 기차는 거의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오간다. 저렇게 산악기차로 고도 3,089m를 30여 분 올라가면, 10km 전방에 있는 마터호른 전망을 잘 볼 수 있다.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마터호른이 유명한 이유가 다 있다. 그냥 이 산밖에 안 보인다. 일부러 깎아 만든 것처럼 각이 져 있는 매우 높은 뾰족산. 산 모양이 이렇게 된 건, 빙식첨봉, 커다란 빙하가 떠밀려가면서 한 쪽 면을 깎아 그렇게 되었다는 소리같다. 저렇게 생겼는데 어찌 안 유명할 쏘냐. 어쩐지 평소에도 많이 본 듯? 안 봤을 리가 없다.
스위스 초콜릿 토블론(토블레로네 라고도 한다). 이거 로고가 바로 마터호른 꼭대기.
모처럼 잘 나온 셀카 & 독사진 왕창왕창 투척해 주시고...
풍경 사진도 건지고~
아, 아침부터 세 시간 기차 타고 온 보람이 있구나 보람이 있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고르너그라트 전망대 전경들
이 산꼭대기에 작지만 예쁜 교회도 하나 보인다.
토블론 초콜릿 광고 모델도 되어보고
어디를 어떻게 찍어도 다 예쁘다. 아하하하하.
마터호른이 너무 강렬하게 생긴 나머지, 주변 풍광도 충분히 예쁜데 크게 눈이 안 간다.
역시 너무나 잘 생긴 마터호른. 괜히 스위스 국가 이미지가 되는 게 아니지.
이거, 망원경인가 해서 들여다봤는데 그런 거 아니다. 주변의 고봉들의 높이와 이름을 알려주는 인디케이터. 역시 그래도 마터호른밖에 안 보인다.
어디서 봐도 존재감 뿜뿜 너밖에 안 보여.
으어~마어머하게 비싼 전망대 까페 겸 식당. 커피 한잔 6천 원, 물 한병 7천 원. 들었다 놨다를 수십 번 하다가 하루종일 물 한잔 못 마시면 말라죽을 것 같아서 과감하게 샀다. 젠장, 물 한 모금에 천 원 더 하는 거네. 그 와중에 창 밖 마터호른은 여전히 예쁘다.
해가 넘어가기 전에 집에 가야 하니, 시간 계산해가며 살살 내려갑니다. 잘 있어 고르너그라트.
내려가는 기차를 타고 한 구간만 내려 도착한 로텐보덴(Rotenboden) 역.
왜 다 안 내려가고 여기서 섰냐면, 로텐보덴(Rotenboden) 역에서 리펠베르그(Riffelberg) 역 사이에는 리펠시(Riffelsee) 호수가 있는데, 여기 비친 마터호른이 또 그렇게 예뻐서 천상의 트래킹 코스로 소문이 자자한 곳. 우르르 같이 내린 사람들의 목적도 대충 다 비슷한 듯?
역사 풍경, 파노라마로 한 번 긁어주시고~
사람들이 우르르 가길래, 나도 뒤따라 출발..... 했는데........어...어어...........
길이 만만치가 않다.
눈길에 발목이 푹푹 빠지고... 출발한 지 20여 분 만에 스키화에 전문 노르딕 장비를 갖춘 사람들이 올라오며 하는 말.
"여긴 전문장비 없으면 조난당해서 죽을 수 있어요. 더구나 여긴 정규 트래킹 코스도 아니고 길은 반대편이에요~"
뜨아... 어쩐지 길이 하나도 안 보이고 길 같지가 않더라.... 선두와 리더의 역할이 이래서 중요한 것. 폭설 내린 산길은 위험하다. 괜히 무리하지 말자. 누가 설득한 것도 아닌데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다같이 철수. 포기.
리펠시(Riffelsee) 호수 사진은 구글 불펌 사진으로 달래고 넘어가자..... 쪼꼼 아쉽다.
다시 한 구간 더 기차로 이동해서 내린 리펠베르그(Riffelberg) 역.
갈 길도 먼데, 왜 내려가는 역마다 다 찍고 내리냐면... 목적은 딱 하나다.
"신라면 쿠폰 사용"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정상에서도 로텐보덴(Rotenboden) 역에서도 쿠폰을 쓸 수 없고 오직 이 역에서만 쿠폰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어쨌든 라면 하나 먹자고 1시간을 바쳐야 되는 상황인데 나는 충분히 그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내렸으나, 이번 정차역의 하차 승객은 딸랑 나 혼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