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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an 19. 2023

스위스 취리히 크리스마스 마켓 탐방기

아기자기 예쁜 겨울 축제

"네덜란드 총각~ 일어나요 일어나~ 아침 먹어야지."


 스위스 떠나는 마지막날 밤, 배낭에 여전히 햇반 두 개와 신라면 사발면 하나가 남아서, 아침은 한국식으로 라면에 밥말아 먹어볼텨? 물어봤더니 땡큐 와이 낫 하길래 전날 아침약속까지 잡아놨었다.


 여기 호스텔은 숙박자들이 무료로 쓸 수 있는 공용 주방과 간단한 조리기구를 제공한다. 인근 마트에서 요리재료를 사 와서 요리하는 투숙객들도 간간이 있었지만 나는 그 정도 열정이 있진 않고 그래도 식비는 아껴야 하겠기에 해장하기 좋은 조합 컵라면+햇반으로 마지막 날 아침을 준비했다.



 오~ 매울 텐데 잘 드시네. 이 총각도 나도 밥톨 한 알 안 남기고 싹싹 잘 비웠다. 맵지만 맛있어요. 다만, 스위스에서 라면을 너무 자주 먹어서 한동안은 라면 생각이 전혀 안 날 것 같긴 하다.


 자, 총각. 기회가 되면 언젠가 또다시 만나자고. 밥친구 해줘서 고맙고, 즐거웠어요.


 짐 챙겨서 인터라켄에서 취리히 중앙역으로 출발!



"나 스위스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기차 밖 풍경들. 어딜 봐도 예쁘고 깨끗한 자연경관 하나만큼은 정말 끝내주는 나라 맞다.



 앞서도 말했지만 어지간한 공용 화장실은 다 유료인 스위스. 기차에 딸린 화장실은 무료니까 내리기 전에 생리현상 해결하고 내려야 부가지출을 줄일 수 있다. 기차 화장실은 항공기 화장실 느낌과 별반 다르지 않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취리히 중앙역사. 선진국답게 쓰레기 하나 없고 깔끔하다.

 귀국짐 다 짊어지고 있던 터라 좀 가볍게 하고 구경할까 싶어 짐보관소를 찾아보았다. 바로 위 사진처럼 네모박스 안에 서류가방 그려져 있고 열쇠가 있는 아이콘이 짐 보관소를 의미하는데 이거 따라가면 크게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역시 국제언어는 그림이 최고지.



 역사 한 켠에서 발견한 짐 보관소. 내 짐이 들어갈만한 미들사이즈가... 7프랑... 한 번 보관에 1만 원이나 하네. 쌀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역시 가격을 보니 마음이 싹 바뀐다. 대충 한 시간 안에 보고 갈 텐데 그냥 메고 다닐래. 안 써 안 써. 뭘 해도 비싼 나라 스위스.



 지하상가를 빠져나와서 지상의 중앙역사로 접근하면, 저 멀리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뚱뚱천사 조형물이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구나. 찾았당. 일부러 날짜를 맞춰 온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또 구경할 수 있으니 어쩐지 덤으로 즐기는 느낌!



마켓의 상징처럼 중앙에 있는 초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는 전통적으로 스와로브스키에서 만들어 기증하는 거라고 한다.



 아무것도 안 사고 구경만 해야지 다짐을 하고 왔는데 예쁜 인형들 보니까 집에 있는 어린 딸내미 생각에 마음이 흔들린다. 인형 안에 또 인형이 줄줄이 들어있는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료시카. 관심을 보이니 상점 주인 아주머니가 제일 예쁘고 비싼 10단 짜리 도자기 마트료시카를 보여주는데....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ㅠㅠ

 좀 싼 거 없나요? 하니까 목각으로 색칠한 5단짜리를 보여주길래 그걸로 타협. 하나 샀다. 돈 걱정않고 계산할 필요없고 그냥 예쁘고 맘에 드는 거 살 수 있는 사람은 참 좋겠다는 마음이 또 든다. 쪼꼬만 거지만 그래도 귀국할 때 가져가면 딸이 예뻐하겠지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낫다.



각종 먹거리, 보석, 장신구, 인형, 미용오일, 귀금속, 무드등, 햄, 치즈, 스커프 등등 모두 아기자기 예쁜 것들 가득이다. 아무것도 안 사도 보는 눈이 충분히 즐겁다.



 유독 고소~하고 묵직~한 냄새가 나를 자꾸 유혹한다. 아. 츄러스 가게구나. 그러고 보니 츄러스 모양 과자 말고 진짜 츄러스를 먹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저렇게 반죽해서, 저렇게 기름에 튀긴 게 츄러스구나. 얼마? 5스틱에 8스위스프랑. 흐억... 저 조그만 스틱 하나에 2천원이네. 배가 그리 고프진 않고 그래도 맛은 한 번 보고 싶은데... 저기 사장님, 제가 딱 1.5프랑 동전밖에 없는데 스틱 하나만 파시면 안 될까요? 했는데, 암 말도 않으시고 덥석 스틱을 4개나 담아주신다. 내가 너무 불쌍해 보였나??? 인심 후하시네~ 제가 대신 무료 광고해 드릴게요. 2023년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 가실 분들은 이 츄러스 가게 많이 애용해 주세요~


ㅇ 맛 리뷰 : 갓 기름에 튀겨 뜨거운 츄러스. 기름에 튀기면 신발도 맛있다던데 맛이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완전 바사삭 식감 좋고, 화악 기름향 퍼지는 풍미 좋고,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고 딱 좋은 밀가루 반죽 튀김맛이다.


 사실 한국 기준해선 2천원에 4개 정도면 합리적 가격처럼 보이긴 하는데 개당 2천원은 솔직히 좀 비싸긴 하지만 여긴 스위스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다른 집 메뉴도 같은 비율로 다 비싸다....



 취리히 중앙역사 크리스마스 마켓은 역사 실내안에 위치한 마켓으로 규모가 크진 않다. 아무것도 안 사고 눈요기만 한다면 30분이면 충분히 모든 가게를 다 돌아볼 정도. 다만, 역사 안에 모든 가게가 다 있으니까 하나도 안 춥고, 바람도 안 불고 비도 안 맞고 쾌적하니 돌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크리스마크 마켓. 12월을 대표하는 야시장 축제같은 아기자기한 마켓이구나~ 탐방소감을 정리하며 공항길로 향했다.


 마지막 목적지는 취리히 공항역(Zurich Flughafen). 취리히 중앙역(Zurich HB)에서 딱 한 정거장만 가면 된다. 로마에서 숙소 급히 나오다가 옷장에서 낡은 면티셔츠 깜빡하고 안 가져온 거 빼고는 잃어버린 것도 소매치기 당한것도 없고 아프지도 않았으니 이만하면 성공한 배낭여행인 셈. 


 오늘도 무사히. 감사합니다.




(다음 이야기 : 취리히 공항 출국수속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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