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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an 23. 2023

백 투 파키스탄

긴 여정의 끝

자, 이제 관광은 다 했으니 집에 가야지. 돌아갈 시간.


취리히 중앙역에서 공항 가는 기차 타고 10분이면 도착한다. 가는 길에 마트에서 사 두었던 사과 한 알과 생수 한 병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체크인 어디서 하나. 모니터 정보를 잘 보고 찾아가야 한다. 14:30 이스탄불 행 TK1914 비행기는 Row 4로 가셔요. OK. 공항 규모가 크고 복잡하니 이정표 잘 보며 따라가자.



공항 화장실은 다행히 유료가 아니다.

화장실에서 발견한 신기한 수도꼭지. 물은 중앙에서 나오고 양쪽 레버에선 손 건조 바람이 나온다. 센서가 위치해서 손만 대면 잘 나온다. 아이디어 좋으네 바닥에 물 적실 일도 없고.



천정에 붙은 양면시계가 오메가다. 오~ 공공시계마저 명품일세.



배낭 무게가 얼마나 되나? 6.8kg. 기내 수하물 기준인 7kg에 아슬아슬 들어간다.



터키 공항 체크인 데스크. 조금 일찍 왔나? 줄도 없고 간단히 수속 완료.



출국장 바로 앞에 있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마스 트리. 비싼 나라답게 뭘 해도 다 명품이네~~~



그러고 보니 스위스를 추억할만한 기념품을 하나도 안 샀네. 면세점에 들러보자.


아기자기 예쁨예쁨 물건들 많고 많지만 말 그대로 기념이니 딱 하나만 사자고.

마침 마터호른 갔다 왔으니 이거 좋으다~ 마터호른 그려진 SwissDream 초콜릿 세트. 초콜릿은 관심없고 순전히 통 디자인이 예뻐서 샀음. 스위스는 강렬한 빨강과 순백색의 국가 컬러를 아주 고급지고 일관되게 잘 활용하는 국가이다. 이러한 통일성이 고급진 국가 이미지를 만들고 강렬한 아이덴티티로 작용한다.



느긋하게 면세점 구경하고 있는데 방송이 나온다. 을래? 게이트가 바뀌었네?

여행자는 마지막 탑승 전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이미 체크인까지 했는데 넋 놓고 놀다가 임박해서 게이트 이동하면 게이트 바뀌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는 일.


"14:30 출발 예정인 TK1914 이스탄불 행 승객은 바뀐 게이트인 E62로 가세요~"


E게이트로 가려면 공항 내 트레인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 어느 게이트 걸리냐에 따라 복불복이지만 취리히 공항은 체크인부터 게이트까지 이동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리는 큰 공항이니 최소 출국 세 시간 전에는 도착하시길 추천드린다.



 E62번 게이트 앞 무사도착.

 스벅도 있고 간단한 먹거리도 파는데 역시 가격이 사악하다.

 귤 하나에 2천원(1.5 CHF). 샌드위치 하나에 1만 6천원(11.3 CHF). 이 가격에서 1/4 정도면 합리적이겠고 공항인 거 생각해서 최대 1/2 정도면 봐주겠는데 이건 아니야 아니야.... 안 먹어.

 여행기 내내 강조했지만, 스위스 여행 오시려면 물가는 각오하고 오셔야 한다. 마음먹고 와도 생각보다 더 비싸다.



담배는 안 피지만 공항뷰가 좋아서 스모킹 라운지에도 가 보고...



비행기 뜨고 내리는 거 보며 와아 신기하다 신기해 멍 때리고 있으니 이제 탑승할 시간. 터키쉬 항공이 내가 갈 비행기.



복도 한 줄에 좌 3열 우 3열 배치된 소형기종. 이 기종은 또 처음 타보네~

AIRBUS 321 NEO 기종 되겠습니다.



가면서 먹은 기내식. 벌써 두 달 전에 먹었던 음식이라 맛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다만 여전히 병째로 주는 와인은 무척 좋았다. 미니미니 사이즈라 한 컵 분량밖에 안 되는 와인이었지만 "병 째 준다"는 행위 자체가 주는 만족감이 확실히 컸다. (따르면서 에게~ 했던 건 안 비밀...)



취리히에서 이스탄불까지 경로. 이웃들하고 사이가 좋은가 봐? 빙빙 안 둘러가고 자로 잰 듯 똑바로 간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을 하니까 해가 팍팍 짧아진다.



이스탄불 공항은 환승객에게 좋은 공항이 아니다. 입국게이트와 출국게이트가 너무너무 멀다.

도착시간 19시 25분. 환승편 탑승시간 19시 40분. 이륙 예정시간 20시 40분.

지체하지 말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사람도 미어터지고 입국게이트에서 출국게이트까지 물리적 거리만 2km가 넘는다.



휴우~

눈썹이 휘날려라 달려서 겨우 게이트 닫히기 전에 탑승. 온몸에 진땀이 난다.



 통상 탑승대기하며 내가 갈 비행기 사진도 찍고 주변 구경도 좀 하고 하는데 이번엔 정말 아슬아슬 세이프해서 그럴 여유가 하나도 없었다.



 이스탄불에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이동하며 먹은 마지막 여행식, 기내식. 메뉴가 뭐였지? 커리 앤 라이스구나. 음식에서 벌써 남아시아 문화권으로 돌아온 게 실감 난다.


 아까 와인은 충분히 마셨으니 반주로 필스너 EFES 맥주를 시켰다. 적당히 마시면 참 좋은 술인데 무슬림들은 좀 안 됐어. 이 좋은 걸 즐기지도 못하고.


 아임 백. 드디어 다시 도착한 이슬라마바드.


 한국 귀국도 아닌데 공항에만 내려도 집에 온듯한 따뜻한 느낌이 확실히 있다. 파키스탄에서 1년을 살았더니 신체가 이미 현지화되었나 보다. 과학적으로 봐도 1년 전 나를 구성하고 있던 세포는 뼈 망막 신경세포 등 아주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여기서 먹은 음식물로 이루어진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었을 테니 분자의 출신성분으로 구분하는 분류법으로는 아마도 신체의 90% 이상이 파키스탄에서 조달된 원소로 이루어져 있을 터. 그래서, 내가 집에 온듯한 평온한 감정을 느끼나 보다.



 홈 스위트 홈. 아무도 반겨주는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집이 최고다.

 안전한 귀국을 환영합니다(셀프로). 이제 푹 자야지.


2022년 11월에 다녀왔던 8박 10일간의 이탈리아 / 스위스 여행기 본편은 여기서 끝!


그간 함께해 주신 애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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