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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Apr 03. 2023

기차의 나라 스위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고, 디테일의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기차의 나라 스위스.


 내가 처음 하는 말이 아닐 거다. 그런데, 지난번 스위스 여행(2022년 11월)을 다녀온 이후로 왜 저 말이 공감대를 얻고 유명한지 소 체험했다.


고르너그라트 행 산악열차 전경. 자세히 보면 가운데 철로가 톱니 모양이다.


 스위스를 여행하는 동안 기차로만 다녔다. 대부분의 유명 관광지는 기차로만 이동해도 아무 문제가 없도록 잘 연결되어 있었다. 다들 잘 알다시피 스위스는 산지가 많은데, 고산지대도 특수한 톱니바퀴 열차를 설치해서 "우와, 경사가 이렇게 가파른데 기차가 다녀?" 싶을 정도로 기차를 잘 활용하는 나라이다.


빽빽한 스위스 철도 노선도
실제 스위스 지도 / 우리나라와의 비교 이미지 (※ 비교이미지는 뽀로로친구에디 티스토리에서 가져왔습니다.)


 스위스는 태반이 산지일뿐더러 국토 면적 자체가 그리 넓지 않다.(스위스 면적 41,285km², 대한민국 면적 100,210km². 대한민국의 절반이 채 안 된다.) 스위스를 여행하는 내내, 나는 스위스의 철도노선표가 마치 "서울 지하철 노선도"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열차표를 보는 방법이나, 환승하는 방법이나 서울의 지하철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스위스 열차에 관한 모든 정보는 SBB 어플 하나면 다 조회된다.



 며칠 전부터 타야 할 플랫폼, 연계시각, 기차등급, 연계교통편 등 모든 정보가 세세하게 안내된다. 모든 정보는 신뢰할 수 있고 연착이나 취소에 대한 어떤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연착도 잦고, 기차도착 5분 전에도 플랫폼 정보도 확정되지 않는 이탈리아 열차시스템과 매우 매우 대비가 되었다.


※ 5분 전까지 열차도착 플랫폼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 발 동동 굴렀던 이탈리아 기차여행 이야기

https://brunch.co.kr/@ragony/199




 스위스를 신뢰하게 할 만한 단적인 간단한 예.

체르마트 역사 안, 기둥에 붙은 시계 두 개


역사에 붙은 벽시계다. 기둥을 사이에 두고 두 개가 달려있다.

벽시계 두 개가 한 쌍인데, 초침 하나까지 0.1초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시계바늘이 회전한다. 정확히 일치하는 초침 두 개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자니 정확한 동작으로 왈츠를 추고있는 무희같은 느낌도 들고 묘한 쾌감까지 느껴진다. 넋 놓고 있다가 기차 탑승 후에야 부랴부랴 사진을 찍었는데, 열차 내 안내된 전광판 스크린의 디지털 시계 문양 역시 "스위스 기차역 시계"와 디자인이 완전히 동일하며, 저 두 아날로그 시계와는 딱 "1초"의 시간차만 보이고 있다.


 역사 기둥면에 하나만 붙어있어도 충분할 것 같기도 한데, 잘 보이라고 두 개나 쌍으로 붙여놨나 보다. 그런데, "초침"까지 저렇게 두 개가 "정확하게" 일치하니까 매우 신뢰가 간다. 스위스에 대한 국가 이미지, 스위스 기차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 스위스 산 아날로그 시계에 대한 신뢰성 등 전부가 저런 소소한 모습 하나하나가 모여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어서 벌써 반년이 다 되어가는 그날의 기억을 다시 꺼내본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고, 디테일이 명품을 만든다.


...그런데, 업무상 디테일을 추구하는 나는, 조직에서 자꾸만 빌런이 되어간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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