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하는 말이 아닐 거다. 그런데, 지난번 스위스 여행(2022년 11월)을 다녀온 이후로 왜 저 말이 공감대를 얻고 유명한지 몸소 체험했다.
고르너그라트 행 산악열차 전경. 자세히 보면 가운데 철로가 톱니 모양이다.
스위스를 여행하는 동안 기차로만 다녔다. 대부분의 유명 관광지는 기차로만 이동해도 아무 문제가 없도록 잘 연결되어 있었다. 다들 잘 알다시피 스위스는 산지가 많은데, 고산지대도 특수한 톱니바퀴 열차를 설치해서 "우와, 경사가 이렇게 가파른데 기차가 다녀?" 싶을 정도로 기차를 잘 활용하는 나라이다.
빽빽한 스위스 철도 노선도
실제 스위스 지도 / 우리나라와의 비교 이미지 (※ 비교이미지는 뽀로로친구에디 티스토리에서 가져왔습니다.)
스위스는 태반이 산지일뿐더러 국토 면적 자체가 그리 넓지 않다.(스위스 면적 41,285km², 대한민국 면적 100,210km². 대한민국의 절반이 채 안 된다.) 스위스를 여행하는 내내, 나는 스위스의 철도노선표가 마치 "서울 지하철 노선도"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열차표를 보는 방법이나, 환승하는 방법이나 서울의 지하철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스위스 열차에 관한 모든 정보는 SBB 어플 하나면 다 조회된다.
며칠 전부터 타야 할 플랫폼, 연계시각, 기차등급, 연계교통편 등 모든 정보가 세세하게 안내된다. 모든 정보는 신뢰할 수 있고 연착이나 취소에 대한 어떤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연착도 잦고, 기차도착 5분 전에도 플랫폼 정보도 확정되지 않는 이탈리아 열차시스템과 매우 매우 대비가 되었다.
※ 5분 전까지 열차도착 플랫폼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 발 동동 굴렀던 이탈리아 기차여행 이야기
벽시계 두 개가 한 쌍인데, 초침 하나까지 0.1초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시계바늘이 회전한다. 정확히 일치하는 초침 두 개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자니 정확한 동작으로 왈츠를 추고있는 무희같은 느낌도 들고 묘한 쾌감까지 느껴진다. 넋 놓고 있다가 기차 탑승 후에야 부랴부랴 사진을 찍었는데, 열차 내 안내된 전광판 스크린의 디지털 시계 문양 역시 "스위스 기차역 시계"와 디자인이 완전히 동일하며, 저 두 아날로그 시계와는 딱 "1초"의 시간차만 보이고 있다.
역사 기둥면에 하나만 붙어있어도 충분할 것 같기도 한데, 잘 보이라고 두 개나 쌍으로 붙여놨나 보다. 그런데, "초침"까지 저렇게 두 개가 "정확하게" 일치하니까 매우 신뢰가 간다. 스위스에 대한 국가 이미지, 스위스 기차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 스위스 산 아날로그 시계에 대한 신뢰성 등 전부가 저런 소소한 모습 하나하나가 모여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어서 벌써 반년이 다 되어가는 그날의 기억을 다시 꺼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