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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Dec 14. 2022

"피사의 사탑"에 가 보기로 결심하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순 없지. 나는 의지의 한국인.

(이전 이야기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198




 2022년 11월 24일 목요일 오전 이야기.


 저녁도 초코바 하나로 때우고 여전히 마음도 꿀꿀했지만, 정말 다리가 끊어져라 피곤했던지라 잠은 잘 잤다.  

 새벽 6시. 절대로 새벽형 인간형 아니고 심야형 인간형인데, 여행지에선 새벽되니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여전히 어제 피사를 못 가본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이탈리아", 뭐가 떠오르는가? 나에게 떠오르는 이탈리아 대표 이미지는 "콜로세움"과 "피사의 사탑" 딱 두 개. 그런데, 여기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피사를 안 가보고 넘어간다? 아, 그건 좀 아니지. 내 인생에 또 언제 이탈리아를 와 보겠어. 어제 투어도 사실 "피사" 하나 보고 고른거였단 말이다.(물론 피사 말고 나머지 투어도 모두 좋았지만.)


 그래. 가보면 되지. 안 될 거 있나. 나 혼자 배낭여행인데. 나만 결심하면 되지.

 나는 매우 무계획적 인간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실행은 또 빠른 편. 피렌체에서 피사의 사탑까진 어떻게 가나? 구글링 하면 정보는 넘치는 세상. 기차 타고 가서 버스 타란다. 


 고속열차 Italo Treno 말고 완행열차 Trenit! 어플을 깔고, 회원 가입하고 신용카드 등록하고 표부터 예매하자. 7시 출발하면 늦지 않겠지. Trenit! 어플은 열차 시간만 조회해주는 간편 앱이고 결국 www.lefrecce.it 정식 홈피에 가서 결재를 해야 하는데, 조금의 팁이 필요하다. 나머진 다 일반적인 거니까 넘어가고, 회원가입을 한 후에 로그인을 해야 하는데, User/Code가 뜻하는 게 뭔지 몰라 한참을 헤맸다. User/Code란에는 이메일 말고 User name을 넣어야 하는데, 이름과 성을 다 넣어야 하고, 중간에 "."을 꼭 넣어야 한다. 이름이 홍길동(Hong Gildong)이라면 gildong.hong이라고 넣어야 된다는 뜻. 이거 몰라서 귀한 새벽시간을 10여분 더 헤맨듯하다. 편도 기차 티켓은 완행 2등석 기준으로 8.9유로. 어제 사고만 안 쳤어도 안 써도 될 돈이라 매우 가슴이 아프지만 지금으로선 최선의 선택이다.


 앱을 깔고, 회원 가입하고, 열차시간 봐 가며 미리 예약하는 게 귀찮다면 그냥 기차역에 가도 좌석은 충분히 있다. 성수기가 아니라면 그냥 느긋하게 기차역 가서 시간에 맞게 현장에서 구매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피사 중앙역으로 가는 기차표도 무사히 예매 완료.


 민박집에서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까지는 멀지 않다. 10분이면 되니까 여유롭게 출발.

 이제 플랫폼 정보 받아서 타기만 타면 되는데... 어... 뭐가 좀 이상하다.


 여유 있게 10분 전에 역에 도착했는데, 플랫폼 정보가 뜨질 않는다. 스마트폰에도 어떤 알람도 들어오지 않는다. 뭐야. 이거 또 연착? 어디 물어보나? 10분 뒤 출발인데??? 마음이 또 초조해진다. 투어버스 한 번 놓쳤으면 되었지 기차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데. 차편 놓친 스토리는 여행 중 한 번이면 족하단 말이다!!!


 마음이 초조해서 플랫폼 개찰구 보안요원에게 나 어디 가서 타냐 물어보니, 자기한테 묻지 말고 인포메이션 센터를 가리키며 저기 물어보랜다. 아놔~ 줄이 길어 잔뜩이네 마음이 급한데. 어떡하지, 나 당장 이동해야 할 시간인데? 줄 무시하고 무작정 소리, 익스큐즈 미, 아임 인 어바웃 타임 외치며 새치기 시전해서 기차표를 직원에게 보여주니 "트레인 해즌트 컴 옛~(기차 아직 안 왔어요)"하는 거 아닌가. 아니 그래, 기차는 안 왔지. 플랫폼이 어디냐고오. 진짜 환장하겠네.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은 플랫폼이 한 두 개가 아니란 말이다...


 진짜 기차가 지연돼서 그런가? 멍~ 서있다가, 출발시간 7시가 임박해온다. 이번엔 인포메이션 센터 줄도 없고, "플랫폼이 대체 어디예요?" 다시 물어보니 이제서야 4번 플랫폼으로 가라고 알려준다. 휴우...


 바람같이 뛰어 4번 플랫폼으로 가니, 이미 기차가 도착해서 서 있다. 아슬아슬 겨우 탑승. 아니 왜 또 아침부터 전력 질주하게 만드냐고... 어쨌든 차 놓친 이야기는 두 번 안 써도 된다. 사실, 이건 말이지, 내가 이탈리아 완행기차 탑승 요령이 없어 그런 건데, 세부 요령은 시간 전개상 올 때 다시 꺼내보겠다. 결론은 "원래 그렇다". - 플랫폼 정보는 원래 매우 임박하게 알려줌. 표 예매할 때부터 알려주는 우리나라 상상하고 있으면 안 됨.


Trenitalia 완행열차 안. 검표원이 이동 중 기차표 체크를 하니, 무전 탑승은 시도하지 말자.



 피사 중앙역은 그리 크지 않다. 우리나라 지방 소도시 역사 정도의 느낌이 든다.


 도착시간 대충 오전 8시. 피사의 사탑은 오전 9시부터 개방이니 좀 시간 여유가 있네. 어제 저녁도 초코바 하나로 때우고 당도 떨어지고 배도 고프다. 시간 여유도 있는데 간단히 요기나 하고 가자고.



 역사와 바로 붙어있는 "Moca Cafe"란 곳. 나 같은 여행객이 많나 보네~. 

 여기서 간단한 크로와상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각각 3.9유로, 2유로. 대충 8천5백 원. 깍두기에 순대국밥을 든든하게 먹어도 7천 원이면 충분할 텐데 비싸다. 비싸다고.... ㅠㅠ


 배가 고프니까 잘 먹겠습니다아~ 앙~~ 물었는데. 윽... 짜다. 많이 짜다. ㅠㅠ 이탈리아 살라미가 짠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건 냉장고 없던 시절 고기 보관을 하려니 어쩔 수 없던 시절 이야기고, 냉장고 보급이 잘 되는 현대에 이렇게 꼭 이렇게까지 짜게 만들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의 염분 섭취가 세계 평균 대비 높다는 소리는 종종 듣지만, 그건 국 문화 때문에 그런 거고 아무런 간을 하지 않고 흰밥 그대로의 풍미를 즐기는 한국인에게 대부분의 세계 음식문화는 매우 짜게 느껴진다. 내가 파키스탄 현지 조리사님들에게 날마다 노래를 부르는 잔소리 중 하나도 "다 좋은데 제발 짜게 만들지 마세요". 조금만 방심하면 소금을 들이부어 준단 말이지...



 유럽은 화장실 인심도 야박해서 어딜 가나 1~2 유로 정도의 유료화장실인데, 여긴 주문자에 한해 결재 영수증에 붙어있는 4자리 코드를 입력해야 화장실을 쓸 수 있다. 그러니까, 2유로 주고 유료화장실을 쓸 바에는 까페가서 차 한잔 주문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


 좀 짜긴 했지만 어쨌거나 간단하게 배도 채웠고, 가볍게 몸도 비웠고, 자 이제 떠나볼까~ 출바알~!


이탈리아어는 모르지만 딱 봐도 해석이 된다. 피사 중앙역
피사 중앙역사 전경. 이탈리아 답게 경찰차도 알파로메오. 오~~~


 다시 구글신께 여쭤봅니다. 신이시여, 피사의 사탑은 어떻게 가나이까?


 걸어가든가, 버스타고 가라고 알려주신다. 아침이라 걸을 체력은 되지만, 오늘도 하루종일 걸을 예정이니 체력은 아껴야지. 대충 아무거나 빨리 오던 2번 주황라인 버스를 타고 갔는데, 이건 LAM Rossa 버스라인보다 500m 미터는 더 걷는 코스로 내려주니까 웬만해선 좀 기다리더라도 LAM Rossa 버스를 타기를 추천드림. 중앙역 입구에서 2km 남짓 거리니까, 체력도 시간도 있는 분들은 천천히 걸으면서 도시를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무사히 버스 탑승. 승차권은 각인기에 넣고 각인을 해야 무전탑승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피사의 사탑에서 조금 먼 곳에 내리기는 했지만, 아르노 강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았다. 확실히 피렌체보다는 조금 심심한 도심 전경. 아르노 강, 피렌체에서 봤던 그 강 맞다. 강줄기가 여기까지 계속 이어진다.


 골목길을 따라 10여분 걸어가니, 오~~~ 드디어 나온다. "피사의 사탑"


그래, 내가 너는 보고 가야지...




(다음 이야기 예고 : 피사의 사탑 등정기 + 피사 대성당 관람기)



#피사, #이탈리아, #배낭여행, #피사 가는 길, #피사 중앙역, #아르노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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