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Dec 12. 2022

고행의 미켈란젤로 광장 답사기

체력 방전상태에서 저녁 굶고 다시 행군을 선택...

(이전 이야기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197



 2022년 11월 23일 수요일 저녁 이야기.


 그렇게 단체 투어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이후 일정이 완전 망했다. 몸도 피곤한 데다가 노심초사하는 바람에 정신 에너지도 완전히 고갈돼서 마음에 여유도 없고 즐겁지도 않고 그저 피곤하기만 했다. 아, 원래 계획은 피사까지 잘 가서 피사의 사탑을 밀고 떠받치는 개구진 인증샷을 찍은 다음에 버스에서 친해진 배낭여행객과 월드프렌즈가 되어 저녁으로 근사한 피자와 맥주를 같이 먹는 것이었는데 현실은 외국 관광지에서 미아될 뻔했다가 겨우 구조된 얘기라니. ㅠㅠ 몬살아. 이 나이에 이 무슨 국제적 망신살. ㅠㅠ


 그래도... 생존영어라도 구사해서 구조도 되고 버스에 두고 내린 짐도 잘 찾고, 원래 민박이 있던 피렌체 도시에 제시간에 잘 도착했으니 그리 최악은 아닌 것 같다. 예정에 없던 팁을 좀 쓴 거 말고는 잃어버린 짐도 없고 다친데도 없고 딱 피사 일정 못 본 게 다니까 괜찮다. 안 괜찮지만 괜찮다. 괜찮아. 괜찮다고.


[마음도 추스를 겸 한 곡 듣고 갑시다. 난 괜찮아-진주]

https://youtu.be/8Cf4J6i2BPY


 혼자 어디 레스토랑 들어갈 기분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대로 들어가자니 오늘 저녁 시간이 좀 아깝고 이제 뭘하나 가만 생각해보다가, 야경 맛집으로 "미켈란젤로 광장"이 유명하다는 얘길 들어 저녁엔 간단히 여길 갔다 오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어떻게 가나?


조금만 걸어가시면 됩니다~ 라고 답하는 구글신. 그건, 체력이 있을 때 얘기지...


 구글신께 물어보니까, 여기 두오모(=피렌체 대성당)에서 걸어가거나 버스를 타고 빙빙 둘러가란다. 이동 시간은 거의 엇비슷. 피렌체는 도심 한복판이 박물관 그 자체라서 길이 매우 좁고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다. 버스는 도심지 외곽으로만 운행하는데, 버스 정류장을 찾아 외곽으로 갔다가 도심 외곽 노선을 빙빙 둘러서 미켈란젤로 광장까지 가는 길이 걷는 길에 비해 크게 장점이 없어 보였다. 에이, 그럴 바엔 그냥 걸어갔다 오지 뭐. 도시는 걸어봐야 기억에 남지.


 아, 역시 그때까지는 정확히 인지를 못했다. 내가 오늘도 엄청나게 걸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아까 버스 안 놓치려고 전력질주까지 했다고(결국 놓쳤지만)! 원 모어 씽(One more thing~), 미켈란젤로 광장은 동산 정상에 있었다.(=즉, 등산 코스)



 내 기분과는 무관하게 피렌체 밤거리는 여전히 아름답다.



 베키오 다리 위의 보석상점은 이미 다 문을 닫았다. 식당은 상당히 늦게까지 여는데, 상점은 빨리 닫네~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찍어 본 아르노 강. 역시 도시는 강이 있어야 예쁘다.



 피렌체는 도심 외곽도 비슷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도시 아이덴티티가 한결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드디어 미켈란젤로 광장 등정로 입구. 바로 위 오른쪽 사진은 옛 성문이라는데 보수공사 중이라서 또 빙빙 둘러서 진입구를 찾았다. 광장은 아주 높지는 않지만 두오모(피렌체 대성당) 쿠폴라만큼은 올라가야 한다. 그래, 높으니까 야경 맛집이지. 아픈 다리를 끌고 두오모에서 40여분 걸어 드디어 미켈란젤로 광장에 도착했다. 아, 2km 안 가깝네 안 가까워. 체력이 있을 때야 산책거리지만 오늘은 좀 무리했다. 이제 다리가 후들후들...


피렌체 전망을 안내한 그림이 꼭 마치 브런치작가 @Gino박진호 작가님이 그리신 이탈리아 골목길 드로잉 산책 도서의 화풍같다. 스케치도 색감도 비슷 비슷.


 왼쪽부터. 베키오 궁전, 조토의 종탑, 두오모(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산타 크로체 성당 및 바로 그 앞 피렌체 국립도서관. 오른쪽 파란 지붕은 유대교 회랑 및 박물관(Synagogue and Jewish Museum of Florence).


파노라마로 긁으면 참 예쁘겠구만. 야경은 파노라마가 안 된다. 물에 비친 베키오 다리가 무척 아름답다.


 어쨌든 이 집, 야경 맛집 맞네. 조명을 받고 있는 주요 건축물도 강물에 비친 불빛도 예쁘다. 낑낑대고 올라온 보람이 있긴 있다. 파노라마 촬영하면 참 예쁘겠구만, 파노라마 촬영은 야간 노출시간 보정이 안 되어 야경으론 찍을 수 없어 아쉽다.



 여기가 미켈란젤로 광장. 이제 막 관광을 마치고 돌아가는 커플을 제외하곤 관광객이 한 사람도 없다. 아, 내가 정말 비수기에 오긴 했구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복제품이 있다. 미켈란젤로 400주년을 기념해서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진품은 이 도시에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도로 쪽에서 본 미켈란젤로 상. 저 멀리 두오모 꼭대기가 보인다. 거의 높이가 비슷하다.(그래도 두오모가 살짝 더 높은 듯.)



 대충 다 봤으니, 돌아가자.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닌데(밤 9시 반 전후) 강변 보행자 도로는 사람이 너무 없어 살짝 무서운 생각도 든다. 소매치기나 강도 나오면 꼼짝없이 당하겠네. 너무 늦은 시간에 도심 외곽 보행은 추천하지 않는다.


 광장에서 오는 길은 "알레 그라찌에 다리(Ponte alle Grazie)"를 통과해서 왔다. 베키오 궁전의 탑이 유독 또렷하고 웅장하게 보인다. 알레 그라찌에 다리 정 중앙부에는 강물로 막 걸어 내려가려는 듯한 동상이 하나 도시를 조망하며 서 있다.


레푸블리카 광장(Piazza della Repubblica)
광장 앞 어느 건물의 화려한 조명장식. 화려하고 신기하다. 문양도 이게 전부가 아니고 자꾸 바뀌었다.

 고급진 카페로 둘러싸이고 광장 한편에 회전목마가 특징인 레푸블리카 광장(Piazza della Repubblica)을 경유해서 오늘 투어는 마무리. 시간도 너무 늦었고, 다리도 너무 아프고 사고 친 후유증으로 여전히 뭘 즐길 기분도 아니라서 오늘 저녁은 그냥 초코바 하나로 간단히 넘어갔다...




(다음 편 예고 : 피사, 피사의 사탑 올라가 본 이야기)



#이탈리아, #미켈란젤로 광장, #다비드 상, #레푸블리카 광장, #알레 그라찌에 다리, #베키오 다리, #레푸블리카 광장

매거진의 이전글 이탈리아 산 지미냐노에서 투어버스를 놓쳐버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