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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Apr 24. 2022

내가 SNS를 하지 않는 이유

"좋아요"의 노예가 되지 말자

 내가 대학 입학하기 전에는 인터넷이 매우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천리안 등 PC통신이 그나마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였고, 인터넷을 쓸 줄 안다고 하면 신지식인 취급받던 시절이었다. (PPP 프로그램 돌려서 모뎀을 통해 전화선으로 인터넷 접속을 시도해봤던 그 시절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젊은 시절 나는 얼리어댑터였으며, 신지식인이었다. 컴퓨터로 하는 모든 작업이 재밌고 신기했으며 공부하는 자체가 재미있어서 독학으로 학업에 하등 도움되지 않는 꽤나 많은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혔다. 당시의 뻘짓들은 학점에는 전혀 도움되지 않았지만, 컴퓨터의 기본 지식과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공통 설계개념을 익혀둔 것이 나이 들어 신문물을 접할 때 무척 도움이 된다. 세상에 뻘짓은 없다.


 요즘 포켓몬 빵이 조기 품절되고, 싸이월드가 부활을 추진하는 등 예전 복고를 내세우는 유행이 다시 번지고 있는데, 나는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인기를 끌기 한참 전, 홈페이지라는 개념이 생소할 때부터 개인 홈페이지를 제작해서 운영하고 있었다. 요즘에야 네이버 접속해서 블로그만 개설해도 훌륭한 개인 홈페이지가 뚝딱 만들어지는 세상이지만, 인터넷 초기에는 html 언어로 직접 프로그래밍, 디자인, 웹 주소 등록 등 모든 절차를 혼자 다 해야 하는 엄청난 고급 스킬이었다.


 대학교 학과 친구들 중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무언가 사이버 공간에 나만의 공간을 구축한다는 자만심, 나는 전산과도 아니지만 홈페이지도 만들 줄 아는 사람이야~ 하는 과시욕, 그리고 잘 관리되지 않는 학교 홈페이지에 대한 불만 등이 합쳐져서 개인 홈페이지를 정보 소통의 공간으로 십분 활용했으며 하루하루 성장해갔다.


 별다른 컨텐츠는 없었다. 친구들 니즈 충족을 위한 숙제방. 일상 기록을 위한 나만의 게시판. 그리고 당시 막 한참 취해있던 디지털 카메라 사진 게시판. 이게 컨텐츠의 전부였다. 하지만, 날마다 새 글이 올라오고 쓸만한 숙제 자료가 등재되는 내 개인 홈페이지는 점점 인기 홈페이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소심하고 집 밖에 나가는 거 싫어하던 나는 소통창구로 채팅방을 자주 이용했는데, 당시 인기 있던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에서 이성한테 호감을 이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내 개인 홈페이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날마다 손님들은 찾아왔고, 날마다 내 신변잡기 이야기를 읽어주었으며, 쏠쏠하게 답글도 달아주었다. 나는 언젠가부터 내 홈페이지 방문자 숫자와 게시판 조회수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시시하게 여겨지겠지만, 내 개인 홈페이지 누적 방문자가 1만 명을 찍었을 때, "와, 나도 이제 공인이네~"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날마다 글을 쓰고, 답글을 일일이 달아주고, 찾아오는 손님들한테 말을 건네고(내 개인 홈페이지에 채팅창도 있었다.) 하다 보면 하루에 서너 시간씩 홈페이지에 매달려있기 부지기수였다.


 돈 한 푼 안 나오는 일에 왜 그랬을까. 나는 남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소심한 성격인데, 그래도 인정 욕구는 강한 사람이었나 보다. 그냥 사람들이 내 홈페이지를 찾아와서 내 일상에 공감해주고(가끔은 욕도 먹고) 잘 만들고 가꾼 홈페이지 수준에 감탄해주고 하는 반응에 취해버린 것이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좋아요" 버튼도 "공유" 버튼도 없었지만, 한 번 손님이 된 분들은 날마다 내 글과 내가 올린 사진을 보고 독자로서 즐겨주셨고 조회수 상승 하나만으로도 홈페이지를 정성 들여 관리할 동기부여는 확실했다.


 싸이월드가 대 히트를 치고, 다음 카페나 네이버 블로그가 대중화된 이후에도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나는 내 홈페이지 운영에 공을 들였다. 그러다가 취업을 했고, 회사생활로 바빠서 파김치가 되니 홈페이지 관리를 할 수 없었고 신규 컨텐츠가 안 올라오니 손님도 안 오고, 아무도 안 오니 쓸쓸한 게시판에 글 쓸 이유가 없는 쇠퇴의 수레바퀴가 완성이 되고 나니 그냥 그렇게 쓸쓸하게 방치가 되다가 결국 문을 닫았다.


 서론이 무척 길었다. 오늘의 주제는 내 과거 개인 홈피 이야기는 아닌데.


 요즘은 SNS 세상이다. 파워블로거, 인스타 인플루엔서, 유튜버 등 개인 크리에이터가 고수익 직업으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는 세상이다. 나는 좀 억울한 생각도 든다. 0세대 크리에이터는 사실 난데. 그때는 저렇게 해서 돈 못 벌었는데. 역시 세상은 때를 잘 만나야 해.


 어쨌든, 결론은 나는 SNS 활동을 하지 않는다. 호기심에 페이스북에는 가입했지만, 심지어 인스타그램은 아이디도 없다.


 나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서 좋아요를 구걸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너무너무 잘 안다. 그 행동을 오랜 기간 해봤기 때문이다. 마약처럼 달콤하다. 좋아요 버튼 하나에 괜히 어깨가 우쭐거리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러나 좋아요를 받지 못하는 날은 금단증상이 찾아온다.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라 우울해진다. 그래서 다시 좋아요에 집착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중독이다.


 더불어 나는 게임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스마트폰으로는 절대로 게임을 하지 않는다. 중독은 너무나 달콤하며, 나는 그것을 쉽게 끊어낼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 못 된다.


 사람의 기본 욕구 중 하나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고 한다. 이게 사이버 세상 밖의 진짜 관계면 매우 좋은 순기능이다. 하지만 사이버 세상에서의 인정 욕구는 시간도 공간도 필요 없다는 게 크다. 접속만 되어있으면 항상 인정받고자 하는 배고픈 중독된 뇌가 발버둥 친다.


 가장 좋은 건 스스로 제어력 기르기. 그게 불가능하면 그럴 환경을 만들지 않기.


 내가 브런치 작가로 입문을 마음먹은 것은 순전히 나를 위한 글쓰기 동기를 부여하자는 데 있었다. 그런데, 정말 짧은 브런치 작가 생활을 해보니, "아, 브런치도 SNS구나."라고 뒤늦게 깨달아버렸다. 글을 하나 등록하면 조회수가 얼마나 되는지, 라이킷을 받았는지, 댓글이 있는지 하루에 수십 번 열어보고 있는 나를 깨달았다. 그때의 그 기억. 인정받고 싶어 하는 배고픈 중독된 나의 뇌. 나는 스마트폰의 브런치 알림을 꺼버렸다.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초심대로 브런치를 나를 위한 글쓰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며, 불필요한 라이킷 거지는 되지 말자는 각오를 다짐에 있다. 나는 거창한 공익을 추구하는 브런치 작가도 아니고, 브런치를 상업용 등단 수단으로 삼는 전업작가도 아니고, 나를 위한 글쓰기가 선한 영향력으로 제3자에 영감이 되면 더 좋은 거고, 아니면 스스로 만족하니 괜찮다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련다.


 그래도 라이킷 올라가면 기분 좋은 건 내가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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